그냥 끄적 끄적...2013. 5. 10. 08:17

난 일종의 활자증후군이다.

가방 속에 뭔가 읽을 게 없으면 조금 불안하고

읽고 있던 책이 몇 장 안 남았는데 읽을 책이 없어도 불안하다.

그래서 때론 무거운걸 알면서도 가방 속에 2권의 책이 함께 들어있을 때도 많다.

조금 있으면 다 읽을 책과

조금 있으면 읽기 시작할 책.

이런 활자증후군에게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사재기 기사는 좀 충격적이다.

전혀 몰랐던 일은 아니자만 이렇게 드러내놓고 보니 일종의 배신감같은 것도 느껴진다.

내가 이런데 당사자인 작가는 어떨까?

황석영의 50년 작가인생의 기념작 <여울물소리>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백영옥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세 권의 책을 모두 읽었다.

황석영과 김연수는 이 책에 대해 절판을 선언했고

황석영은 명예훼손으로 소송도 준비중이란다.

"<여울물 소리>는 칠순을 맞이해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주요 작품으로 이런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이다"

자음과 모음은 확실의 작가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심하게 망쳐놨다.

"치욕"이라는 단어...

무시무시하고 아프다.

꼭 날카로은 창같다.

 

김연수의 책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2번을 읽었었다.

김연수에게도 이 작품은 특별한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어렵게 쓴 소설이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내 형제들처럼 가깝게 여겨져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쓰는 동안의 고통과 기쁨은 온전히 누렸으니까...."

좀 유순한 표현이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김연수가 이 책에 갖고 있는 애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챘었다.

 

따지고 보면 내 일도 아닌데,

나는 아프다.

우리나라 출판업계가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통해 경제적인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욕심은 이기를 넘어 너무 사악하다.

베스트셀러만 그나마 장사가 되는 우리나라 독서문화도 끔찍하고...

냐도 비참하고 아픈데

그 책을 쓴 작가들의 심정은 참담하겠다.

자기가 쓴 책을 스스로 절판하겠노라 선언했을 때의 심정이라니!

감히 짐작할 수도 없겠지만

황량하고 참 막막하다.

 

사람이 참 이기적인게,

그 와중에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사에 언급된 세 권의 책을 모두 읽어서...

 

난 아직 멀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