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9. 30. 05:37
젤베 박물관을 나와서 이동한 곳은 데브렌트 계곡.
돌무쉬타기도 어렵고 차편도 거의 없다고해서 못가겠구나 생각했는데  
협상의 달인(?)인 언니 덕분에 택시를 타고 저렴하고 편하게 도착했다.
처음엔 택시요금을 30~40TL 불렀던 것 같은데
언니의 멋진 협상으로 5명이서 3TL씩 15TL 내고 탔다.
(정말 듣던대로 처음 가격에서 일단 반은 깎고 시작해야 되는게 맞나보다.)
데브렌트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택시에서 내렸더니 황량한 곳이라 좀 당황했다.
유명한 "낙타바위" 하나 덩그라니 놓여있고 다른 시설은 전무했다.
낙타바위 건너편에 로컬 기념품점이 있긴 하지만
그냥 차타고 지나가다 길 한 편에 잠시 내려서 낙타바위를 보는 게 전부.
(그런데 바위는 신기하게도 정말 낙타같더다,)
데브렌트는 '상상력의 계곡'이라는 뜻이란다.
이곳에 있는 바위들이 보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달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낙타바위를 본 후 다시 협상의 달인 덕에 택시를 타고 이동한 차우신 올드 빌리지
(5명이 각각 4TL씩 냈다)
언니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진짜 택시는 아니었고 데브란트의 로컬 기념품 아저씨가 자기 차로 영업(?) 하셨다.
터키에서 한국에서도 못 타본 자가용택시를 탄 셈 ^^
도착해서 들어간 곳은 "world of kebeb"이라는 좀 거한 이름을 가진 음식점.
그런데 이곳이 우리에게 소위 말하는 대박의 기억을 안겨줬다.
치킨 케밥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의 소신(?)으로 다른 케밥이 나왔지만
음식도 괜찮았고 빵도 맛있었고 특히 직접 만들었다는 요커트는 환상적이었다.
거기다가 주인 아저씨가 만도린 비슷한 악기를 들고 오셔서 직접 노래도 몇 곡 불러주시고...
연주와 노래하는 아저씨 표정이 정말 행복해보였다.
터키어와 영어를 대충대충 섞어서 말씀하시던 아저씨!
그래도 어느 정도 알아들으면서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했다는 게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나중에 또 오라고 명함까지 주셨다.
다시 카파도키아에 가게 된다면 잊지 말고 꼭 찾아가고 싶은 곳!
(그때도 노래 불러주실라나...)



든든히 밥을 먹고 차우신 올드 빌리지(Cavusin Old Vilage)를 올라가기 시작한 우리들.
역시나, 당연히,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돌산이다.
차우신 올드 빌리지는 산에 만들어진 동굴 마을로
거대한 바위를 파서 산 전체를 마을로 만들었단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전망이 좋다는데
현지인이 우리에게 길을 이상하게 알려줘는지 올라가다보니 길이 덜컥 끊겼다.
(제대로 알려줬는데 우리가 이상하게 이해했는지도...)
그래도 정상이 아닌 곳에서 내려다본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동굴집과 반대편에 펼쳐진 현대식 건물들과의 대비와 조화는 묘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멋진 도예가의 모습도 한 컷!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차우신에서 괴레메까지 걸어서 돌아왔던 길이었다.
이날 저녁 야간버스를 타고 파묵칼레로 이동해야돼서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함께 했던 좋은 사람들과도 작별이라는 감회가 나를 더 감상적으로 만들었겠지만
다른 어떤 곳보다 그 길들이 내 기억 속에 하나하나 선명하다.
(내 터키여행의 best of best!)
파란 하늘과 그 하늘 위를 여행자같이 지나가던 구름.
무심하게 서있던 나무들과 우뚝우뚝 만났던 바위들.
흙먼지 풀풀 날리던 바짝 마른길과 그 위로 쨍쨍하게 내리쬐던 햇빛.
아무렇지 않게 주변 풍경과 나란히 동행하던 공동묘지까지도...
사람들은 길의 끝에서 뭔가를 만나길 바란다.
그런데 나는 카파도키아에 있는 동안 그 길의 끝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해서 그 길 위에 서있고만 싶었다.



고호가 그랬다지!
"결국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자연 안에 모두 들어있다" 라고.
터키의 길이 내게 꼭 그랬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로지 걷기 위해서...
collateral damage!
터키가 내게 남긴 부수적이지만 너무 치명적인 손상...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