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0. 05:40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도착한 곳은 예레바탄 지하 저수지(Yerebatan Sarinci, 10TL).
8시 30분부터 관람객을 받는 이곳을 먼저 보고 박물관으로 이동할 작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메두사의 머리나 보고 나오자는
참 겁없고 건방진 생각으로 들어갔었다.
그런데 막상 계단을 통해 내려가니 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웅장한 음악이 물과 벽, 천정을 통해 공명되는 소리는 너무나 장엄하면서도 엄중했다.
마치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듯한 몽환적이고 묵시론적인 느낌. 
이른 아침이라 관람객이 적어서였는지도 모르지만
그 한적한 고요와 웅장함에 덜컥 겁이 나서 몸이 움츠려졌다.



6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건설한 지하 물 저장소.
예레(yere)는 '땅에'라는 의미고 바탄(Batan)은 '가라앉다'는 뜻의 터키어란다.
외적의 침입이 빈번했던 이스탄불 통치자의 물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설물.
이곳은 "지하궁전"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저수지의 전체 크기는 길이 140m, 폭 70m, 높이 9m로
한번에 무려 8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물은 도시 북쪽으로 20km 떨어진 베오그라드 숲에서 공급된단다.
지하 저수지는 28개의 원주가 12줄씩 모두 336개의 대리석 기둥으로 지탱되고 있는데
19세기말에 안타깝게도 90개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 거대한 대리석을 도대체 어떻게 가져갔을까????)
실제로 들어가 보면 잘 정렬된 기둥 때문에 마치 고대도시의 궁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내부는 시원하다 못해 오히려 으스스한 한가마저 감돈다.



이른 아침에 그것도 혼자서 가장 안쪽에 있는 메두사의 머리를 찾아가는데
머리카락이 다 주삣거린다.
사실은 그냥 나갈까 하다가 다른 관광객이 지나가길래 소심하게 바짝 붙어서 따라갔다.
(그 관광객들 이 사람 뭐니? 했을거다...^^)
1984년 보수공사 때 지하에 쌓여 있던 진흙을 치우다가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메두사의 머리!
지금도 그 용도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단다.
전부 2개인데 하나는 옆으로 서 있고 하나는 거꾸로 누워 있다. 
신비롭도록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왠지 오래 바라보기가 두렵다.
그대로 돌이 되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
(특히 거꾸로 서 있는 메두사의 머리는 그 눈을 오래 보기가 어렵더라)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괜찮았겠다 싶다.
아니 좀 오래 대면하고 있을 걸 후회도 된다.
돌이 돼서 터키에 남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리움이...
너무 깊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