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1. 06:31
새벽에 일어나 Balloon Tour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푸짐하기로 유명한 이쉬타르의 아침을 먹었다.
열 개도 넘는 과일과 빵이 나오는 이쉬타르의 터키식 아침은 한국에서 아침을 그냥 넘겼던 내 위에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솔직히 아침 한끼만 먹어도 하루 종일 든든하다.
식사를 하면서 뒤늦게 시작했는지 8시 30분이 넘었는데 balloon이 한 두개 떠있었다.
지금 저 위에 있는 사람들도 밑에서 보는 사람들만큼이나 황당하겠구나 싶어 안스러웠다.
백여개가 넘은 balloon이 일제히 하늘 위에 떠 있어야 하는데...
참 뻘쭘하고 서로 민밍한 광경.


아침을 먹고 괴레메 오토갈을 지나 야외박물관(입장료 15TL)까지 물 한병을 들고 걸어올라갔다.
로마와 이슬람의 핍박을 피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만든 거대한 성채들.
그 밀집된 동굴교회를 그대로 박물관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곳에 1년 365일을 뜻하는 365개의 동굴교회가 있다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놀라울뿐이다.
곳곳에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전체가 개방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 개방된 곳도 보수 문제로 몇 군데 폐쇄되어 있었다.
오른쪽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성 바실리우스 교회 -> 엘말르 교회 -> 성 바르바라 교회 -> 알란드 교회 -> 수도원 식당 ->카란륵 교회 (요금 8TL 별도)
-> 성 캐서린 교회 -> 차르클르 교회 -> 여자 수도원을 차례로 볼 수 된다.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차르클르 교회와 여자 수도원이 개방을 중단한 상태였다.
차르클르 교회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꼭 보고 싶었는데...
(입구 바로 위에 아야소피아에 있는 그림과 비슷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그리고 괴레메 오토갈로 다시 내려오면서 토칼리 교회까지 잊지 않고 둘러보면 야외박물관의 관람이 끝난다.
토칼리 교회는 야외박물관 티켓을 보여줘야만 입장이 가능하니 부디 버리지말고 잘 보관하시길...

 





* 성 바실리우스 교회
주로 붉은 색을 사용한 벽화가 그려져있다.
정면 벽에 예수의 상반신이 비교적 크게 그려져 있고 좌우 벽에는 말을 탄 두 명의 사도 벽화가 있다.
남쪽 벽에는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 북쪽에는 성 테오도르의 성화가 있다.

* 엘말르 교회
두 개의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데 단체관광으로 대기줄이 무척 길었던 곳.
(도중에 새치기하는 사람도 많고 그걸 제지하는 사람도 있고...)
정중앙 돔에 예수가 그려져 있고 그 바로 뒤에 천사 가브리엘의 성화가 있다.
왼손에 공 모양의 십자가가 그려진 것을 들고 있는데 모양이 사과 같다고 해서 엘말르(사과)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성화는 얼굴 부분, 특히 눈부분이 많이 훼손되어 있는데
이슬람에서는 눈을 없애면 상대를 완전히 죽였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종교의 치열함과 간절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현장.

* 성바르바라 교회
기독교 박해 시대에 예수를 믿었던 여인의 이름을 딴 교회로 그녀의 행적을 기르기 위해 지은 교회다.
바르바라는 이교도를 신봉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금되어 결국 죽임을 당했단다.
중앙에 말을 타고 뱀과 싸우는 두 사람의 벽화가 있는데
괴레메 야외박물관 동굴교회에 많이 그려져있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르가 이단과 싸우는 모습이다.
오른쪽에는 순례객들을 축복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잇는데
세 손가락을 핀 건 삼위일체를 뜻하는 손짓.

* 일란르 교회
이곳에도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르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일란르"라는 단어가 터키어로 '뱀'이라는 뜻이란다.
그 성화 옆의 두 사람은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니투스 호아제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다.
오른쪽 벽면에 그려져 있는 세 명의 성인은 성 바실리우스, 성 토마스, 성 오노프리우스다.
오노프리우스를 자세히 보면 얼굴에는 수염이 있고 가슴이 불룩하게 나와있다.
원래 그는 여자이었으나 방탕한 샐활을 하다 은혜를 입어 죄를 회개한 후 남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고 결국
남자로 변하게 됐다는 전설을 가진 여인이다..

* 카란륵 교회
야외박물관 동굴교회중에 프레스코화의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곳으로
창문이 작아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둠의 교회"또는 '암굴교회" 라고도 불린다.
그림의 보존 상태가 좋은 이유도 바로 이 작은 창문 때문.
올라가는 길도 매우 좁고 여기 역시도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
"예수상"과 "최후의 만찬", "예수의 일대기" 등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눈은 역시나 무자비할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 토칼리 교회
야외박물관을 나와서 괴레메 오토갈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교회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큰 규모란다. 
교회이 이름이 토칼리인 것은 내부 천장에 그려진 혁대고리(토칼리) 모양의 무늬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동굴교회 내부 프레스코화는 사진찍는 게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제발이지 기를 쓰고 찍지 않았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람들을 보면 참 할 말이 없다)
토칼리 교회로 내려오기 전에 박물관 위쪽으로 쭉 올라가면
괴레메 야외박물관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으니 가급적 힘들더라도 올라가보시길...
정말 멋진 view를 볼 수 있을테니까.
자연이 만든 걸작품들 앞에 누구라도 숙연해지고 무언(無言)해질거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이기지 못한다!
단지 이겼다고 착각할 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