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0. 5. 5. 12:27
지난 주말에 1박 2일(5월 1일 ~ 5월 2일)로 함평을 다녀왔다.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팀에서
<나비의 꿈>이란 책을 읽고 계획한 여행이었다.
출발할 때는 워낙 먼 거리라 조금 걱정스럽긴 했지만 역시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책으로만 읽은 것과
실제로 내가 눈으로 보고 온 것과의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체감(體感)이라는 거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온 동네가 전부 나비로 뒤덮여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대략 6시 시간 정도 걸려 드디어 도착한 팬션.
"황토와 들꽃세상"
폐교를 중심으로 한옥식으로 지은 작은 황토방이 주변경관과 아주 잘 어우러져 있다.
자연학습장처럼 꾸며놓은 팬션은
옛스런 정취와 함께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천지다. 더불어 초보자의 카메라도 무지 바빠진다)
가족 단위로 여행 온 사람들이 많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따뜻하고 흐뭇했다.



함평은 나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곳들이
보랏빛 패랭이꽃 천지이다.
바닥에 납짝 엎드러있는 겸손한(?) 패랭이꽃 무더기를 보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팬션 안에도 역시 패랭이꽃과 여러 종류의 작은 들꽃들로 가득하다.
제비꽃, 할미꽃, 초롱꽃...
허리 굽은 할미꽃이 지면 민들레와 비슷한 모습이 된다는 걸 이곳에서 처음 봤다.
녹조로 가득한 연못이며 키 큰 대나무 숲과 산책로.
고요한 마음으로 찬찬히 할 걸음씩 걸을 수 있는 평화를 선물받은 느낌.



팬션 주변을 다니면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늦어 나비축제에 입장할 순 없었지만
팬션의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다.
이런 풍경들...
얼마나 오랫만에 두 눈에 담아 보는지...
혼자서 많이 애뜻하고 다정해했다.



여행의 첫 날,
작은 꽃들과 평온한 풍경과 인사하느라 내 눈은 바빴다.
피로와 낯섬과 고단함이 슬며시 자리를 물러난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은
성공한 축제를 잘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가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비 = 희망"
그들이 만든 키워드는 그렇게 시간을 두고 가꿔지고 숙성되고 있는건지도...
풍경에 빠져 나는 그만 마음이 후해지고 말았다.



내게 에피타이저의 유혹은
이렇게 강렬하고
그리고 아주 은밀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