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2. 11. 08:26

세번째 유럽 여행은 로마에서 끝이 났고

3월 1일에 끝이 난 이 여행의 포스팅은 12월에 되서야 마무리가 됐다.

욕심이지만 내 개인의 역사를 자세히 기록하고 싶었고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었을때 혼자 블로그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기억을 추억하고 싶었다.

성수기를 피한 겨울 여행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여행의 마지막날 동생과 조카를 버리고 혼자 걸었던건

더 탁월한 선택이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아마도 내겐 Journey는 walk과 동의어인 모양이다.

 

 

로마에 있는 3일 동안 묶었던 Hotel Galles.

사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이곳이 아닌 San Marco Hotel이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over booking이 되버리는 바람에

San Marco Hotel에서 같은 등급의 Galles Hotel로 짐을 운반해줬다.

테르미니역 뒷편 큰 길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고풍스럽고 한적해서 나쁘지 않았다.

프런트에 계신 할아버님은 너무나 친절하셨고

불편한거 있으면 자기를 찾으라고 몇 번씩 당부하셨다.

(호텔에 들고 날 때마다 매번 반갑게 인사도 해주시고...)

객실에 들어갔더니 미안하다는 카드와 함께 포도주 한 병이 놓여 있더라.

할아버지에 한 번, 포도주에 한 번,

그렇게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테르미니역에서 공항버스(6유로)를 타고 로마를 떠나는 길.

버스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대로 축복이었다.

여행이 끝내는 날,

로마는 최고의 날씨를 선물했다.

버스 안 승객들은 거의 대부분 수면상태였고

나는 이 모든 풍격들이 뒤로 밀려나는게 너무 아까워 

최대한 창문에 밀착해있었다.

달리는 버스에서 나를 시종일관 황홀하게 만든건 "구름"이다.

그것도 아주 새햐얀 구름이 여기저기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바람과 구름이 만든 동화같은 풍경에

공항이 점점 가까워지는게 못마땅하기까지 했다.

지금도 이 하늘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설렌다.

이제 막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처럼.

 

 

끝난 여행에 지금까지 설렌다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대부분의 것들에 무감한 내가 이럴 수 있다는건

정말이지 다행스런 일이다.

이마저도 없다면 나는 거의 무생물에 가까운 존재이지 않을까!

 

지워지지 않는다면

기억하는 동안만큼은

모든게 다 현재진행형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