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17. 08:11

이 여행은 눈(目)의 여행이었다.

그리고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한 기록이 끝나야 비로소 이번 여행도 끝이 날테다.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들이 피어나는 걸 그대로 지켜보고 생각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하지만

조카들과의 여행은 또 그만큼의 눈높이와 키맞춤이 필요했다.

그래선지 잠깐잠깐씩 뜻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가령 동생과의 약간의 불화??? 아니면 다 잠들어있는 새벽 시간의 산책. 늦은 오후의 산보...)

혼자 내쳐 숙소를 나와 근방을 걷고 또 걸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풍경.

Fira의 sun-set이 내겐 그랬다.

사람이 죽어 한을 남기면 그게 모두 붉은 놀이 된다는데...

그래서 놀빛이 붉을수록 죽은 사람이 한이 많다는 뜻이라는데...

평소같았으면 이 말에 동의했을거다.

그러나 이곳 Fira에서만큼은 절대 이 말에 동의가 되지 않았다.

Fira의 석양에는 흥겨운 축제의 뒷끝같은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포악한 그리움도 없었고, 곱씹는 후회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단지 그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만 남았다.

"view"라는 단어가 주는 "느림"의 의미를 golden street의 벤치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

주변 여행객의 소란함도, 상점의 불빛도 모두 fade out 되버리는 것 같은 시간.

바다 위레 떨어지는 해와

붉게 물드는 하늘.

그리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는 나.

세상이 오직 이 세가지로만 이루어진 것 같다.

마치 꿈 없는 잠 속에 빠져있는 느낌.

잠의 힘은,

참 쎄다...

 

물이 있는 풍경은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는데,

내가 지금 착해지려는 중인가?

풍경은 그대로 반사판이 되어 나를 되비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사실은,

되묻고 싶었다.

아직 더 생각해야 하느냐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