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12. 08:24

여행의 시작과 끝은,

(특히 외국으로 여행할 경우)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비행기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래선인지 나는 꼭 공항 통유리로 내가 탈 항공기를 오래 바라보게 된다.

일종의 눈인사인 셈이다.

"비행기야! 잘 부탁해!" 류의... ^^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들은 이동수단에 대한 감회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탈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보다 뭔가 좀 달라보이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비록 그게 얼치기 여행자의 말도 안되는 상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김포공항에서의 오후 6시 40분 출발.

해를 이제 막 숨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하늘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상승의 압력차가 지나고 구름 위로 올라가면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

어쩌면 여행을 하는 이유가

구름 위의 세상을 보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거대하고 막막한 위대함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래선가?

창가 자리가 확보되지 않는 여행은 왠지 시작이 쓸쓸하다.

사위는 태양빛에 따라 변하는 구름의 빛깔이란!

누군가 일부러 테두리에 색을 입힌 것 같다.

침묵 뒤에 이어지는 더 깊은 침묵.

사실은 창문을 뚫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이 기꺼이 받아준다면...

 

태풍의 끝자락에 있는 고베.

간사이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열심히 눌러대던 카메라 셔터.

하늘빛에 완전히 홀렸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딘가로 쓸려들어가는 느낌.

바람때문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나는 또 턱없는 상상에 빠졌다.

하늘에 틈이 생기고 거기서 뭔가가 그야말로 짠~~~ 하면서 나타날 것만 같아서...

그 순간을 꼭 목격해야 할 것 같아서...

 

일본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의 일정.

구름 위로 수시로 변하는 하늘빛과 구름을 보면서

나는 또 감동하고 감격했다.

그래, 이번 여행은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걸로 이미 충분히 최고였다.

김포로 가까울수록 점점 많이지는 빽빽한 아파트 숲을 보면서는

좀 씁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늘 위에서 보는 아파트숲은 미니어처럼 귀염성이 있다.

우리... 참 빽빽하게 살고 있구나...

저 미니어처 한 칸 한 칸씩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고 있을까?

이제 곧 편입될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편이나 신(神)적이기까지 하다.

당분간은,

한 숨을 조금 덜 쉬며 살게 되겠구나...

나는 그게 또 고마웠다.

 

일본에서으 마지막 밤.

아침에 등교해야 하는 조카가 12시 넘는 시간까지 깨어있었다.

빨리 자라고 해도 이모 이제 없으니까 같이 더 있어야 한단다.

조카의 이쁜 말에 나는 또 가슴이 뭉클했다.

언제나 그렇다.

나는 조카들에게 부방비상태로 녹고, 조카들에게 감격하고, 조카들에게 푹 빠져버린다.

조카들은...

나를 언제나 무장해제시킨다.

나의 완벽한 힘이자 희망.

이번 일본 여행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딱 2 개를 꼽겠다.

조카와 태풍.

아. 그리고 언니와 형부도 ^^

 

* 그나저나 교토로의 조용한 산책같은 여행은 과연 언제쯤에나 가능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