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7. 08:15

이스탄불 자미 중에서 공사기간이 가장 길었다는 예니 자미.

한때 재정적인 문제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는데 시기만도 무려 56년이란다.

그대로 멈춰버린 자미 앞에서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말 그대로 꿇어 엎드려 참회로 용서를 비는 순간의 연속이었을까?

아니면 자미에 쏟아부은 재정과 인력에 대한 원망의 눈빛이었을까?

예니 자미를 보면서

터키의 그 숱한 자미들이 모두 종교적인 신념에 의해 자발적으로  지어진 걸까를 생각케했다.

서울의 밤하늘을 수놓는 빨간 십자가들도 떠올랐고!

그래도 터키의 자미들은 수다스럽거나 유난스럽지는 않다.

고요하고 조용하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이집션 바자르 옆에 있는 예니 자미는 

내부와 외부가 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내부는 조용하게 엎드린 신도들로 묵직하면서도 정갈한 경건함이 흐르고 

외부의 계단에는 한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친근한 여유와 일상의 평온이 가득하다.

사람들 옆에서 열심이 모이를 쪼고 있는 비둘기들.

그대로 엽서의 한 장면이 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집션 바자르의 번잡함과 예니 자미의 고요함.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두 건물은 그러나 묘하게도 서로 형제처럼 잘 어울린다.

마치 사람들의 삶과 거리를 두는 종교는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속(俗)과 성(聖)은 어쩌면 다른 게 아닐지도...

 

이슬람 자미 내부에 그림 장식이 거의 없다.

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게 우상 숭배에 대한 경계 때문이란다.

인간이 신의 형상을 그리는 것 자체를 불경이라고 생각했던거다.

신에 향한 불같은 단호함과

범접할 수 없는 신성(神性)의 확고함이 자미 내부에까지 영향을 끼친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금기는 구상이 아닌 추상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자미 내벽을 장식하는 타일이나 아라베스크 꽃무늬,

코란 문자와 창문 장식의 화려함과 세밀함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나 자미 천정으로 햇빛이 비치면 빛 하나만으로도 자미는 그대로 성소가 된다.

자미에 들어가기전에 세족(洗足)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과 가까운 곳에 일상처럼 자리잡은 camii.

종교란 사실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깊게 파고 들지 않으면서도 내내 함께 동행하며 위로해주는 것.

너무 많이, 너무 멀리 가버린 우리의 종교가 떠올라

저절로 몸이 동그랗게 말린다.

 

마치 내 몸이 하나의 자미가 되는 것 같다.

더 바라지 말고, 더 기다리지 말라고 신이 내게 말한다.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해야 했었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