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9. 9. 11:43

두브로브니크 성으로 들어가는 문은 모두 세 개로

필레 문(Vrata Pile)과 플로체 문(Vrata Ploce), 부자(Vrata Buza)문이다.

그 중 주 출입구는 서쪽에 있는 필레 문으로

두브로브니크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버스가 도착하는 곳이다.

그래서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필레문은 이중문으로 아래에 해자가 있는 도개교다.

문 위에는 두브로비니크의 수호성인인 성 블라호 (St. Vlaho)의 조각으로

크로아티아의 국민 조각가 이반 메슈트로비치의 작품이다.

손에 들고 있는건 지진()이 나기 전의 도시 모형이란다.

두브로브니크에 머무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갔던 문.

두브로브니크와 성 블라호(St. Vlaho)와 동의어라고 생각할 정도란다.

매년 2월 3일에 성 블라호 축제가 열리는데

주교와 교황 대사, 도시의 유력 인사를 비롯한 엄청난 인파가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든다.

(두브로브니크 시민은 모두가 참가한다고!)

 

 

동문(東門)인 플로체 문 역시 필레문처럼 해자가 있는 이중문이다.

밖으로 나가면 시몬 델라 카바(Simon Della Cava)가 만든 다리가 있는데

바다쪽을 보면서 사진찍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앉아서 쉬기에도 그만인 곳) 

이중 문 안쪽에는 역시나 도시의 수호성인 성 블라호의 조각이 새겨져 있다.

성 블라호가 수호성인이 된 이유는,

10세기에 물 공급을 핑게삼아 항구에 정박한 베네치아인들의 진짜 목적이

두브로브니크의 정복이란건 지도자에게 알려줌으로서 도시를 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 블라호의 손 위엔 항상 도시의 조각상이 들려져있다고.

이곳 뿐만 아니라 정말 여러 곳에서 성 블라호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정말 "두브로브니크 = 성 블라호"라 할 만 하다.

하도 자주 봐서 그런지 살짝 궁금하기도 했다.

이곳에 성 블라호 조각이 몇 개나 있는지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

혹시 없을까?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9. 6. 09:40

성벽 남동쪽에 위치한 성 이반 요새에 펼쳐진 커다란 광장(?)

개인적으로 보카르 요새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이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다.

이분(二分)된 풍경이 마치 좌우에서 나를 호위해주는 것 같아

천군만마보다 더 웅장하고 호쾌하더라.

포구를 바다쪽으로 향한채 고정된 대포들을 보니

문외한인 내 눈에도 이곳이 군사적 요충지였다는게 실감됐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해양박물관.

오래된 배들의 역사와 흔적을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금방이라도 사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릴 것 같고

닺이 내려질 것 같고, 돛이 펼쳐질 것 같다.

배의 역사는 전쟁과 실종의 역사이자

바람이 허락하는 길의 역사이기도 하다.

가라앉음으로 시작된 의도치 않은 영면(泳眠)의 시간.

아득하고 또 아득하다.

 

 

성 이반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두브로브니크 골목들.

미로같은 길에선 수시로 사람들을 쏟아져 나오고

그 사람들은 수시로 흩어졌다 모인다.

촘촘한 모자이크 돌길 위에

하나의 규빅처럼 놓어졌다 사라지는 사람들.

그렇게 각각의 움직임은 하나의 리듬이 되고 지도가 된다.

성벽 위 사람들의 리듬과

성벽 아래 사람들의 리듬.

 

둘은,

결국 만나더라.

운명적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8. 24. 08:38

말은 필요 없다.

턱없이 얇은 옷 때문에 덜덜 떨면서 혼자 본 풍경이지만

경이롭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몸은 내려가자는데 마음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몸이 먼저 항복을 선언한다.

스르지언덕 위에서 

그렇게 두 발은 대책없이 꽁꽁 묶여있었다.

장엄한 풍경 앞에 결박(結縛)은 점점 더 절박해졌다.

 

 

석양을 배경으로 산을 오르고 내리는 케이블카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고

불이 켜진 구시가지는 햇빛 속에서 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신비로 반짝거렸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고,

천천히 땅까지 합쳐지는 시간.

 

연극 <레드>에서 마크 로스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침묵은 언제나 정확해"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8. 23. 08:07

두브로브니크는 원래 라우사(Ragusa)와 두브라비(Dubrava) 라는 두 개의 작은 섬이었는데

그 사이 해협을 돌로 매워 지금과 같은 하나의 도시가 됐다.

그렇다면 이런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 전체를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어디?

정답은 스르지 언덕!

그곳을 가기 위해 케이블카에 탑승장을 찾았다.

성수기에는 해지는걸 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1시간도 넘게 기다린다는데

성수가기 아니라 1대 보내고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사실 먼저 보낸 케이블카에 탈 수도 있었는데

밖이 잘 안 보일것 같아 다음  케이블카에 타겠노라 했더니 스텝이 그러란다.

덕분에 잠깐이었지만 기다리면서 케이블카와 주변 풍경도 몇 장 찍었다.

 

 

스르지 언덕은 해발 435m로 제법 높은 산이다.

지금처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5분 정도면 올라가지만

흙길을 따라 걸어가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물론 차로도 갈 수 있는데 나는 면허가 없으니 해당사항 없고!)

120kn라는 왕복요금이 부담스러워 걸어갔다는 사람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올라가면서 내내 후회했단다.

땡볕에 그늘 찾기도 힘들고, 흙길이라 걸을 때마다 먼지가 폴폴 날리고,

온 몸은 뜨겁고, 목은 마르고...

정상까지 어찌어찌 올라갔는데 바로 뻗어버렸다고!

나야 뭐 자고로 높은 곳은 일단 올라가자는 주의라 120Kn 라는 요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요금 그 이상의 멋진 풍경을 봤으니 나쁜 장사는 아니었다. 

 

 

 

스르지 전망대에서 본 모습들.

등 뒤로는 산이, 눈 앞으로는 바다가,

머리 위에는 하늘과 구름이.

반대편 산에서 구시가를 지나 파란 바다까지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십자가는

1808년 나폴레옹이 두브로브니크를 점령하면서 세운 십자가란다.

파노라마뷰로 보면 작아보이지만

그 밑에 작게 찍힌 사람들을 보면 크기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보면 바로 이런 느낌 ^^

 

 

사실 스르지산 케이블카에는 크로아티아의 뼈아픈 역사가 담겨있다.

1991년 12월 6일,

세르비아군이 크로아티아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이유는 크아티아가 1991년 10월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했기 때문.

당시 유고슬라비아는 크로아티아에 사는 세르비아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내전을 일으켰고

그 결과 824개나 건물의 68%가 처참하게 파괴됐다.

이곳도 그때 피해를 입어 운행이 중단됐다.

다시 운행이 재개된건 19년 만인 2010년 5월.

그래선지 저 거대한 십자가 앞에서

나폴레옹의 영웅심 보다는 크로아티아 내전이 준 참상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일종의 동병상련이랄까?

의미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도 내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건 아니니까...

 

 

망원렌즈로 최대한 당겨서 찍은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모습.

눈짐작으로 더듬어가며 찍었는데

성 이반 요새부터 외따로 떨어진 로브로브리예나츠 요새까지 제법 연결이 잘됐다.

내일부터 이곳을 하나하나 볼 수 있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이 좋은 곳은 누가 만들었는지...

 

보기에 참 좋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8. 22. 08:55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두브로브니크.

이곳은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이쁘다며 칭찬한 곳이자,

이번 여행에서 2박 3이라는 긴 기간 머무르게 될 곳이다.

(매번 1박의 일정이었으니 그야말로 황금같은 시간이 시작되는 셈이다)

버스터미널 앞 TiSAK에서 버스티켓(12kn)를 산 뒤 

1A번 버스를 타고 팔레문으로 향했다.

도착 즉시 필레문 밖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온라인으로 구입한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수령했다.

드디어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는 "두브로브니크"에 입성했다.

 

 

숙소를 찾기까지의 우여곡절은 이제 일상이 됐으니 여기선 스킵하기로...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배정받은 2층 침대.

물론 1층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비이있는 베드가 없으니 2층도 만족.

실제로 2박을 해보니 좋은 점도 꽤 많더라.

게스트하우스 러브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점에 짐을 내려놓고 서둘러 나섰다.

목적없이 슬렁슬렁 플라차 거리를 둘러보면서 저녁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샀다.

살인적인 물가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자그레브에서는 15kn면 먹을 수 있었던 샌드위치가 여기선 무려 28kn다.

(심지어 안의 내용물은 자그레브 샌드위치쪽이 백 만 배 실했다)

카프치노도 한 잔을 주문할까 했는데 이건 왠 걸 샌드위치보다 한 술 더 떠 38kn다.

그래서 정류장에서 내리면서 산 물(5kn)로 타협했다.

(커피는 내일 마시는 걸로!)

 

 

오늘의 목적지는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저 곳.

스르지 언덕이다.

해가 아직 남아 있을 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넉넉하게 머물면서 야경까지 볼 생각이다.

언덕에 올라 가기 전 렉터 궁전에 앉아 아까 샀던 샌드위치를 먹었다.,

먹으면서 플라차 거리를 오가는 관광객의 표정을 보는건 덤 ^^

역시 여행은 사람을 얼굴을 꽃처럼 활짝 피어나게 한다.

그야말로 꽃보다 두브로브니크더라.

숱하게 피어있는 각양각색의 꽃들을 보며

플로체문을 빠져나와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십가가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갈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