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0. 19. 08:17

<셜록홈즈>

일시 : 2012.09.12. ~ 2012.11.04.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제작 : HJ컬쳐, 레히(LEHI)

연출 : 노우성

출연 : 송용진, 김도현 (셜록 홈즈) / 방진의, 구민정 (제인 왓슨)

        이경수, 장현덕 (아담 앤더슨,에릭 앤더슨) 

        선우, 김효연 (루시 존스) / 조남희, 권홍석 (포비 앤더슨)

        김정렬, 이정한 (레스트레이드) / 정다희, 최창렬, 한규원

 

드디어 <셜록홈즈>를 봤다.

조강현, 박인배, 정명은이 출연했던 초연을 봤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어쨌든 그건 이미 놓쳐버렸고. (ㅠ.ㅠ)

뮤지컬 관련 각종 시상식을 휩쓸면서 올 초에 재공연 됐는데도 또 어찌어찌하다보니 못봤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 문제작을 이제서야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그래도 <미스 사이공> 투이 이후에 오랫만에 이경수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싶다.

개인적으로 이경수라는 배우를 무대에서 자주 보고 싶은데 참 얼굴 아끼는 배우다.

다작을 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 좋은 목소리 아끼지 말고 좀 들려줬으면 좋겠다.

송용진, 방진의 이경수, 김효연.

내가 선택한 캐스팅!

루시 존스가 불안하긴 해도 그래도 선우 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택한 캐스팅.

(<신의 아그네스>에서 순수가 아니라 너무나 맹~~했던 선우의 연기에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어서.)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의 강점은,

뮤지컬 넘버와 극의 구성, 연출의 묘미라 하겠다.

자칫하면 여러 작품을 짜집기한 형식이 될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참 잘 피해갔다.

무게중심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한 작품 속에,

그것도 2 발의 총소리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발상은 너무나 멋지다!

이 작품이 왜 초연때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지,

왜 각종 시상식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는지 작품을 보고 충분히 이해가 됐다.

적어도 이 작품은 소문난 잔치는 확실히 아니었다.

극의 스토리 자체가 치밀하게 잘 짜여져있고,

배우들의 대사도 너무 심각하거나 가볍지 않으면서 속도감이 있다.

상황이나 대사에 재미와 위트가 넘친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 각자 뚜렷한 개성이 있어 시선도 적당히 배분된다.

작품을 보면서 연출과 대본, 무대셋트 등 전반적인 기획에 참 여러번 감탄했다.

왓슨을 의도적으로 여자로 설정한 것도 기발하다.

(셜록 홈즈와 로멘스가 없는 것도 맘에 들고...)

기획단계부터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송용진은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코난 도일 원작의 셜록 홈즈와는 물론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한국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송용진의 셜록 홈즈도 원작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대 위에서 물만난 고기처럼 펄떡이는 송용진을 보는 건 역시나 기분 좋은 일이다.

방진의 제인 왓슨은 표정을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 것만 빼면 대체적으로 좋았다.

기대했던 아담 앤더슨과 에릭 앤더슨 1인 2역의 이경수.

개인적으론 에릭 앤더슨이 ㄹ때가 훨씬 더 좋았다.

아담 앤더슨은 노래를 할 때는 괜찮은데 대사를 할 때는 뭐랄까 좀 인민군(?)스럽다고 할까?

변사같기도 하고, 사투리 같기도 한 그 정체불명의 뉘앙스가 아담을 상당히 모자란 인물로 만든다.

(에릭에 비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베드신(^^)에서 아담과 에릭을 번갈아 연기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야말로 한국판 지킬 앤 하이드 같았다고나 할까?

배우 이경수는 <셜록홈즈 시즌 2> "잭 더 리퍼" 에도 나온다는데 어떤 역할일지 궁금해진다.

(셜록 홈즈는 일단 물만난 고기 송용진이 계속 갈테고... 혹시 잭? 아니면 홈즈를 더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라이센스 뮤지컬 "잭 더 리퍼" 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하길 바래본다.

 

 

이번 캐스팅에서 좀 심각했던 배우는 루시 존스 김효연과 레스트레이드 이정렬.

일단 보여지는 이미지만으로는 루시라는 캐릭터와 김효연 배우는 꽤 잘 어울린다.

연기도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은데 문제는 노래!

루시 존스의 노래가 고음 위주의 힘든 곡이라는 건 알겠는데

모든 노래를 너무 쥐어짜듯이 불러서 듣는 입장에서 참 많이 피로했다.

레스트레이드 이정렬.

딕션도 부정확하고 목소리가 작아 묻히는 대사가 많다.

특히 노래할 때는 더 안들린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설정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밀려날 때로 밀려난 존재감 전무한 그런 직장인같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약간 자뻑스타일에 살짝 뒷북 쳐주는 그런 인물이었던거 아닌가? 

코믹한 것도 아니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유약한 존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셜록 홈즈와 번뜩이는 두뇌를 나누는 지성도 아니고...

참 미지근한 맹물같은 존재가 되버리고 말았다.

 

무대 셋트도 아기자기 한 게 괜찮고,

셜록홈즈의 입에 문 파이프에서 실제로 담배 연기가 나게 배경을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창작뮤지컬 중에서 개인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작품이다.

(실제로 언제 한번 랭킹을 꼽아봐야겠다. 창작뮤지컬 베스트 5 ^^) 

어쨌든 전체적으로 참 괜찮은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셜록홈즈 시즌 2도 "엔더슨가의 비밀" 만큼이나 성공적인 작품으로 잘 만들어졌음 좋겠다.

LEHI의 저력을 믿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30. 08:00

<칠수와 만수>

 

일시 : 2012.05.04. ~ 2012.07.08.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연출 : 유연수

각색 : 유연수, 임나진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출연 : 송용진, 박시범 (칠수) / 진선규, 안세호 (만수)

        김용준, 이이림, 황지영, 최현지

 

송용진이 드디어 연극에 도전했다.

그것도 30년 전통의 명작 <칠수와 만수>로.

처음 송용진이 "칠수"를 역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의외라고 생각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꽤나 잘 어울린다.

진선규는 2007년도에 이에 두번째 "만수"에 도전한다.

두 사람의 합(合)이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이룰지 궁금했다.

1986년 초연 당시 문성근, 강신일 당시 4000회 공연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었다.

그 이후 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으니 대단한 문제작임에는 분명하다.

예전 공연들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매 공연마다 당시 시대의 이슈들을 작품 속에 많이 투영시키는 모양이다.

그래서 재미도 그렇고 관객들의 호응도 즉각적이고 좋다.

예전엔 만수나 칠수 둘 다 시골에서 올라와 묵묵하게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하는 캐릭터였다면

지금 칠수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슈퍼스타 K"를 꿈꾸는 만수 송용진.

이번 시즌은 다분히 송용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칠수가 도시 88만원 세대를 대표한다면 만수는 시골의 88만원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까?

 

배우들은 주, 조연을 망라하고 정말 대단히 열심이다.

송용진, 진선규 두 사람은 그래도 정해진 캐릭터만 연기하니까 흐름을 잃거나 혼란이 생길 틈이 없겠지만

다른 4명의 배우는 1인 다역을 연기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을텐데

각각의 캐릭터를 확연히 구분해서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특히 후반부에 칠수와 만수각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역할 바뀌는 시간 자체도 아주 짧아 보면서도 허덕였는데 대단들하다.

김용준, 이이림, 황지영, 최현지 4명의 배우에게 박수를...

연극의 설정 자체는 솔직히 현실성이 떨어진다.

18층 옥상에서 빨간 페인트통이 떨어지고,

그걸 떨어뜨린 두 사람이 사회불만 시위를 주도하는 중심인물로 몰아간다는 설정 자체는

아무래도 2012년도 현실에는 좀......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괜찮아 한 번 쯤은 볼만한 작품.

껄렁한 송용진의 칠수도, 순박하고 꽁한 진선규의 만수도 다 자연스러워 연기가 아니라 두 사람의 실제 이야기같다.

무대 위에서 편하게 연기하는 배우를 보면 그게 또 관객 입장에서 그렇게  편하고 매력적일 수 없다.

개인적으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이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확실하게 실날하고 확실하게 비판적이었으면 하는거다.

그래도 이 정도의 까발림도 예전에 비하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긴 하다.

 

극 중간중간에 배우가 직접 부르는 노래나 BGM으로 깔리는 노래를 듣는 재미도 의외로 괜찮다.

그리고 연극을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들국화의 "사노라면"은 한동안 머릿속을 떠다닐 수 밖에 없다.

작품을 통틀어  "사노라면"이 두세번 정도 나오는데 출연 배우들이 직접 부른 모양이다.

각각 다 다른 느낌으로 불렀는데

특히 깡통이 떨어질 때 최현지로 추정되는 여배우가 부르는 "사노라면"은 참 이쁘다.

(칠수와 만수의 슬로모션 액션과 대비되면서 참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송용진 버전의 "사노라면"도 느낌이 좋고..

한 번 쯤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인긴 한데

단지 맨 앞 줄을 포함한 1층 앞쪽 관람은 피하는 게 좋겠다.

맨 앞 줄에서 관람했는데 계속 올려다봐서 공연 끝날 때쯤엔 목으로 오십견이 온 줄 알았다.

110분이 넘는 시간동안 수시로 뒷목을 잡고 주물려야먄 했다.

혹시 관람을 생각중이라면 2층 맨 앞 관람을 강력히 추천한다.

정말 심각학게 참고하길...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11. 15. 06:27
어제 14일 서울 울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17회 한국 뮤지컬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솔직히 말하면
올해는 양적으론 풍족했지만 질적으로 이거다 싶은 작품은 거의 없었다.
재공연되는 대작들이 많았고
(재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연보다 턱없이 부족했던 작품들도 꽤 있었다.)
주인공들도 중복되면서 어쩐지 재탕, 삼탕같은 껄끄러운 느낌도 많았다.
이젠 주요배역이 더블 캐스팅만 되도 감지덕지할 정도.
한 배역에 너무 많은 배우들의 이름이 올라가서
작품이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나눠지는 것 같아 심지어 언찮기도 했다.
좀 부끄럽고 민망했겠다.
시상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남우주연상 김우형                                    여우주연상 조정은

남녀 주연상은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 김우형과 <피맛골 연가>의 홍랑 조정은이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아이다>의 정선아가 받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정은에게 돌아갔다.
유학후 활발히 활동하는 조정은.
그동안 무대가 많이 그립긴 했을거다.
다행히 작품운도 따라주고 연기와 노래도 여배우 중에선 괜찮다.
탁월하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가!)
수상소감에서 조승우을 언급했다.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계원예고 3인방이 요즘 참 무대 위에서 열심인 것 같아 보기 좋다.
뮤지컬 데뷔 6년만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우형도 본인 스스로 많이 놀란 모양이다.
남자 후보자들 중에는 올 해엔 딱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후보자 중에서 가장 유력하긴 햇다.
그래도 왠지 부족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뭐지?
(아마도 <아이다>에서 긁어대듯 노래를 부르는 그의 생목에 놀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남우신인상 박은태                             여우신인상 송상은

                       남우조연상 이건명                             여우조연상 구원영

<피맛골 연가>의 김생 박은태의 남자 신인상은 너무 중고 느낌이라 여러모로 민망했고
그래서인지 여우 신인상을 수상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송상은은 너무 이른 느낌이다.
신인 아닌 사람의 신인상과, 정말 생초보의 신인상 수상이라...
(어쩜 이렇게 기울기가 급경사를 이루는지...)
어쨌든 송영창은 딸래미가 큰 상을 받아서 무지 좋았겠다.
더구나 딸의 첫 데뷔작에 부녀가 나란히 출연해서 감회가 더 남다를지도 모르겠다.
남녀 인기스타상은 작년에 이어 김준수와 셋트 플레이어가 되는 것 같다.
하긴 누가 그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왠지 윤공주과 끼워팔기 식으로 보여 좀 안스럽긴했다.
(미리부터 노곤해진다. 이 아이돌님 덕분에 <엘리자베스> 예매가 참 힘겨워지겠구나 싶어서)
남녀 조연상은 이건명과 구원영의 품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구원영의 여우 조연상 수상은 탁월했고
이건명의 남우조연상 수상은 <렌트>와 <틱틱붐>, <갬블러> 같은 작품들이 생각나면서 시간의 흐름을 절감케 한다.


                                   최우수 작품상 <셜록홈즈>

특히나 올해 눈에 띄는 선전이라면 레히가 만든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다.
역시나 3개 부분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안타까운건 이 작품을 라이센스로 아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아마도 너무 유명한 설록 홈즈 이야기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배우들 실력도 탄탄했고 음악과 구성도 좋았던 작품.
최우수작품상으로 호명되자 홈즈 역을 했던 송용진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왠지 찡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래도 끊임없이 창작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제작사 "레히"도 대단하고...
더불어 지금 4년만에 다시 공연되는 레히의 창작뮤지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도 대박이 나길 바란다.
한때 정말 좋아했던 뮤지컬인데 오랫만에 다시 공연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음악과 스토리가 제법 좋은 작품.
17회 뮤지컬 대상 시상식.
뒷말들이 꽤 있을법 하지만 어쨌든 끝나긴 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는 양적인 폭격이 아니라 제발이지 질적으로도 엄청난 쓰나미가 왔으면 하는거다.
요즘 연극은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이 공연되는데
뮤지컬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최우수작품상: `셜록홈즈`
▲남우주연상: 김우형(아이다)
▲여우주연상: 조정은(피맛골 연가)
▲남우신인상: 박은태(피맛골 연가)
▲여우신인상: 송상은(스프링 어웨이크닝)
▲남우조연상: 이건명(잭더리퍼)
▲여우조연상: 구원영(광화문 연가)
▲연출상: 김효경(투란도)
▲작곡상: 최종윤(셜록홈즈)
▲음악상: 엄기영(투란도)
▲극본상: 노우성(셜록홈즈)
▲기술상: 권도경(잭더리퍼)
▲무대미술상: 여신동(모비딕)
▲안무상: 오재익(늑대의 유혹)
▲인기스타상: 김준수·윤공주(천국의 눈물)
▲앙상블상: `아가씨와 건달들`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스팸어랏`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15. 13:16
오만석,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초연때 4명의 헤드윅을 다 봤었다.
여장이 가장 예뻤던 건 역시 김다현 (여자보다 더 예쁘다. 꽃다현... 이기적이더라...)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송용진 헤드윅이었노라 나름데로 결론을 맺었다.
조승우 헤드윅은 숱한 여성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입만 댓발 나왔던 기억...
(대부분 제 뭐래니? 하고 옆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관객들이여! 제발 타이밍에 맞춰 소리를 지르든 떡실신을 하시든 하라!)
오만석 헤드윅은 심야 공연이라 심신이 피로한 중에  
오만석 손 잡겠다고 내민 누군가의 손에 뒷통수 얼얼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프긴 했지만 덕분에 정신 하나는 바짝 들더라...)
그래도 오만석의 "The origin of love"는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고 서글프더라.



역대 헤드윅의 모습들로 꾸며진 포토존은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보니 개인적으로
송창의, 엄기준, 조정석의 헤드윅이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뮤지컬 <헤드윅>
OST는 정말 너무나도 환장하게 좋은데 초연 이후 왠지 안 보게 된 뮤지컬.
(아무래도 악을 쓰며 방방 뛰기에는 기력이 너무 처절했던게지...)
윤도현의 가세로 새롭게(?) 불이 붙은 헤드윅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최재웅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항상 최재웅, 박정환에 여지없이 끌려다닐까???)
최재웅에게 헤드윅 가발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무거운 가발 때문에 살짝 처진 눈꼬리가 더 내려가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군대에서 열심히 대본 읽고 있을 조승우가
절친 최재웅에게 권한 뮤지컬이란다.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어 이 남자, 참 친구 말 잘 듣는다 싶다.
(뭐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조승우라는 배우, 캐스팅 디렉터를 해도 되겠다 싶다.
의외의 발견 이츠학 최소영에 놀라다.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그렇게 긴 다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확실히 너무나 이기적이다. ^^



최재웅의 헤드윅은...
생각보다는 헤드윅(?)스럽지 않았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별로 없었고 관객들과 소통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엥그리 인치 밴드는 오랫동안 헤드윅을 해 왔기 때문에
완벽에 가깝다.
간혹 최재웅 헤드윅이 이질감 느껴지는 존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오히려 헤드윅일 때의 최재웅보다
토미 노시스일 때의 최재웅이 훨씬 괜찮다.
그래도 그만의 표정과 감정표현들은 상당히 괜찮은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모호한 느낌...
헤드윅의 존재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어쩐지 그에겐 헤드윅이 딱 적합한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변화는 놀랍다.
나는 그가 헤드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헤드윅을 무대에서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엄청난 메이크업에 무거운 가발을 쓰고, 몸의 털을 밀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 토마토를 으깨는 장면을 위해서는 
피나는  몸만들기가 필수!
군살없는 몸매에 매끄러움까지 갖춰야 하는 난코스가 남자 배우들을 기다린다.
이런 도전만으로도 어쩌면 <헤드윅>은  욕심이 생기는 배역이리라.



여자가 되어야 하는 남자와,
남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
헤드윅은 확실히 참 괜찮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아름다운 OST의 향연과 그리고 심장을 울리는 엄청난 비트.
내노라 하는 국내 유명 세션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 엥그리 인치의 연주
공연장 안은 콘서트장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연민과 안스러움, 슬픔과 허무함까지.
충격적인 내용들이 반복되다가도
어느 순간 유머 또한 잃지 않고 톡톡 튀어나온다.

문제는 그러니까 그거다.
헤드윅을 누가 하느냐...
최재웅!
그의 선택은 모호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좀 방황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7. 06:09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2005년/2009년 어쌔신 Casting>

존 윌크스 부스    : 엄기준(2005) - 강태을(2009)                 찰리 귀토        : 송영규(2005) - 김대종(2009)
새뮤얼 비크        : 오만석(2005) - 한지상(2009)                 레온 촐고즈     : 최민철(2005) - 이   석(2009)
쥬세페 장가라     : 박정환(2005) - 이창용(2009)                 존 헝클리        : 김무열(2005) - 김대명(2009)
리넷 스퀴키 프롬 : 한혜숙(2005) - 임문희(2009)                 사라 제인 무어 : 홍윤희(2005) - 최혁주(2009)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2005)  - 최재웅, 이경수(2009)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