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27. 08:25

<Wicked>

일시 : 2013.11.22. ~ Open run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작곡 : 스티븐 슈왈츠 (Stephen Schwartz)

극본 : 위니 홀즈맨 (Winnie Holzman) 

출연 : 김선영, 박혜나 (엘파바) / 정선아, 김보경 (글린다)

        이지훈, 조상웅 (피에로) / 남경주, 이상준 (마법사)

        김영주 (마담 모리블), 김동현(보크), 이세은(네사로즈) 외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CJE&M(주)

 

김선영이 초록마녀로 합류한다는 소식에 <Wicked>를 한 번 더 관람했다.

요즘 화려한 작품에 극도의 피곤을 느끼는지라 살짝 걱정스럽긴했지만 김선영 엘파바를 놓치면 후회가 될 것 같아서...

(<Carmen>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

솔직히 고백컨데 내한공연 관람할 때도, 작년 12월 첫관람 때도 어이없겠지만 살짝 졸기까지 했다.

특히 "One shot day"에서는 내가 색약인가 심각하게 의심까지 하면서...

눈뜨고 있기가 여러모로 참 힘들더라. ㅠ.ㅠ

옥주현 엘파바도 나쁘진 않았는데

너무 양껏 질러대는 고음의 향연으로 내 취향은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글린다 정선아와 모리블 총장 김영주에게 물개박수 첬던 기억은 아주 선명하다.

그랬더랬는데...

긴선영 엘파바!

역시 여왕님은 괜히 여왕님이 아니더라.

<Wicked>가 이렇까지 드라마가 강한 작품인지 전혀 몰랐었는데

김선영 엘파바가 그걸 알게 해줬다.

솔직히 정말 많이 놀랐다.

 

확실히 나는 기교보다는 진심이 담긴 노래와 연기에 끌리는 사람이다.

그래선지 개인적으론 옥엘피보다 김엘피가 훨씬 더 좋더라

뭐랄까?

김선영 엘피를 보고 있으면 엘피의 고통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그려진다.

표정도, 연기도, 타이밍도 참 좋았고

정선아 글린다와의 합도 음색도 너무 잘 어울렸다.

발란스를 참 잘 맞춰주더라.

본인이 튈 곳과 뒤로 물러나야 할 곳을 현명하게 조절하는 모습도 참 아름다웠다.

2막 후반부 글린다와 엘피의 듀엣곡 "For good"은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김선영 엘피의 "Defying fravity"

옥주현의 파워풀함에 익숙한 사람은 아마도 김선영의 노래가 좀 밋밋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 곡 속에 감정의 기승전결이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져 아주 드라마틱했다.

게다가 초록분장은 또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김선영의 엘피...

정말 좋더라.

그야말로 내게는 확실히 wicked했다.

 

정선아 글린다는 뭐 말이 필요 없는 사랑스러움이었고

조상웅 피에로도 첫곡 "Dancing throught life"만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이 첫곡은 도무지 해결이 안 될 모양이다.)

김선영 엘파바와 나이 차이가 많아서 같이 있는 모습이 어색할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옥주현 엘파바보다 그림도 좋았다.

(내가 김선영을 너무 애정하는 탓도 있겠지만!)

심지어 두 사람의 듀엣 "As long as you're mine"은 아주 달달해서 질투가 날 정도더라.

내가 <Wicked>를 보면서 이런 다양한 감정을 느끼다니...

 

지금껏 몰랐었는데 <Wicked>란 작품,

이렇게까지 좋은 작품이구나!

김선영 엘파바가 아니었다면

난 이걸 전혀 모르게 지나갔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여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확실하다!

여왕은 괜히 여왕이 아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20. 08:03

<Wicked>

일시 : 2013.11.22. ~ Open run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작곡 : 스티븐 슈왈츠 (Stephen Schwartz)

극본 : 위니 홀즈맨 (Winnie Holzman) 

출연 : 옥주현, 박혜나 (엘파바) / 정선아, 김보경 (글린다)

        이지훈, 조상웅 (피에로) / 남경주, 이상준 (마법사)

        김영주 (마담 모리블), 김동현(보크), 이세은(네사로즈) 외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CJE&M(주)

 

확실히 나는 쇼뮤지컬이나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뮤지컬에 그다지  

작년 내한공연 <Wicked>도 그랬고, 요즘 한창인 <고스트>나 <카르멘>도 그렇게 재미있고 좋긴 한데 "와~~~ 너무 좋아!" 까지는 아닐 걸 보니..

개인적으론 동물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걸 실어해서 <라이온킹>이나 <캣츠>도 안봤었고 그런 이유로 2막 내내 쥐들이 득실(?)거렸던 <피맛골연가>를 보면서도 기겁을 했었다.

라이선스로 <Wicked> 올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보게 될까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보긴 하는구나.

한번의 관람으로 끝낼 생각이라 캐스팅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가장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 배역은 어이 없게도 마법사였다.

<레미제라블> 때문에 피에로도 살짝 고민했고...

 

어쨌든 보고 난 소감은 개인적으론 내한공연보다 좋았다.

정선아 글린다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개인적으론 엘파바 옥주현이 의외였다.

이쁜척하는 엘파바를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뻐보이는 걸 완전히 포기했더라.

게다가 일부러 그랬는지 입모양과 표정까지도 흉칙(?)하게 표현하고

넘버 가사를 진심으로 부르더라.

엘파바라는 되기 위해 자신을 버리기도 작정한 모양이다.

늘 예쁜 역할 전담이었던 옥주현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싶어 놀랐다.

정말 배우가 다 됐구나 싶었다.

소리가 좀 막혀있는 느낌이긴 했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넘버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내용과 별개로 참 감동적이었다.

이제 그녀를 뮤지컬 배우로서 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개인적으로 모리블 총장 김영주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그 연기와 발성, 표정이라니... 와우!

지금 대한민국 뮤지컬계는 3명의 "영주"가 그야말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고스트>의 정영주,

<맨 오브 라만차>의 서영주,

그리고 <위키드>의 김영주까지!

이 세 "영주"들은 노래도, 연기도, 딕션도 다 출중하다.

어느 작품이든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 주연 못지 않은 찬사와 갈채를 받고 있는 보석같은 배우들.

아마도 이 세 뮤배들의 전성기는 한동안 계속 이어지지 않을가 싶다.

마법사 역의 남경주는 <라카지> 이후 내가 본 남경주 작품 중에서 가장 괜찮았고

(뭐 비중도 크지 않고 노래도 얼마 없긴 했지만..)

조상웅은 역시나 좀 아쉽다.

계속 "마리오"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고

특히 옥주현과의 듀엣은 발란스가 너무 틀어지는 것 같고.

노래보다는 대사와 연기할 때가 훨씬 좋았다.

(목소리는 정말 좋던데...)

정선아와 옥주현의 합이 정말이지 아주 환상적이더라.

마치 한창 연예중인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

둘의 조합은 확실히 시너지효과가 있다.

3월 이후에 옥주현이 빠진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던데

과연 정선아 글린다가 새로운 엘파바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살짝 궁금해진다.

엘피에 김선영의 오르내리던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번쯤 다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최현주 글린다는 카더라로 끝나는 건가...

김선영 엘피에 최현주 글린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 같은데!

 

몰랐던 사실인데,

<위키드>를 보면서 알았다.

내가 초록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3시간 동안 번쩍번쩍한 초록 세상에 있다보니 눈이 너무 피로했다.

오래 감당하기에 참 힘든 색이더라.

 

 

  

               Wicked OST

 

1. No One Mourns The Wicked (약한 자, 넌 위키드)

2. Dear Old Shiz (우리의 모교 쉬즈)

3. The Wizard and I (마법사와 나)

4. What is this Feeling? (이 낯선 느낌)

5. Something Bad (불길한 그림자)

6. Dancing throught Life (춤추듯 인생을)

7. Popular (파풀러)

8. I'm Not That Cirl (그 소녀는 내가 아냐)

9. One Short Day (단 하루)

10. A Sentimental Man (센티멘탈 맨)

11. Defying Gravity (중력을 벗어나)

 

12. No One Mourns the Wicked (Reprise)

13. Thank Goodness (감사해)

14. The Wicked Witch of the Ezst (동쪽의 나쁜 마녀)

15. Wonderful (원더풀)

16. I'm Not that Girl (Reprise)

17. As Long as You're Mine (나를 놓치마)

18. No Good Deed (비극의 시작)

19. March of the Witch Hunters (마녀 사냥)

20. For Good (널 만났기에)

21. Finale (피날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4. 08:10

 

드디어 엘피와 글란다를 만났다.

뮤지컬 <Wicked>

오리지널 내한공연이라 티켓값이 참 어마무지하다.

다행히 BC라운지로 프리뷰 공연을 30%라는 정말 은혜로은(?) 가격으로 예매했다.

가운데열 두 번째 줄 R석에서 관람해서 배우들의 표정까지 정말 생생하게 잘봤다.

몇 달 전에는 이걸 보겠다고 <Wicked> 원작을 1,2,3 권까지 일부러 다 챙겨서 읽기까지 했다.

결론은 책을 안봐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

솔직히 원작보다 뮤지컬이 더 재미있고 이야기의 이해도도 훨씬 쉽다.

(원작을 좀 지루했다.)

아마 그날 오후에 언론 쇼케이스 공연이 있었던 듯.

캐스팅은 전부 메인 배우들여서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고 탄탄했다.

DVD 오리지날 팀은 아니라지만 우리나라 공연 바로 전에 싱가폴에서 계속 공연을 했던 팀들이라

텀워크나 발란스는 정말 잘 맞는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두번째 공연인데 만족도는 충분하다.

글쎄, 뭐랄까?

전체적으로 배역이 편안하다고 할까?

블록버스터격의 뮤지컬인데 과장되거나 화려하다는 느낌보다는 충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대로 충실하고, 주연 배우들도 충실하고, 앙상블도 충실하고...

공연 전체 기간을 생각해서 페이스릎 조절하는 영리한 모습도 보인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일년 내내 공연되는 대극장 공연이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페이스 조절이라는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마치 이번 공연이 최후의 공연처럼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아부는 살신성인(?)의 정신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낯선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 배우들이 몸을 사린다는 건 아니다.

무리하지 않는  upper limit 선에서 최고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래선지 소위 말하는 삑사리를 찾아볼 수 없다) 

 

젬마 릭스의 엘파바는 인상적이었지만 수지 매덕스의 글란다가 특히 인상적이다.

엘파바가 외고집스럽고 반항적이라면

글란다는 "금발은 너무해" 류의 백치스러움을 마구마구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 없다.

누군가는 수지 매덕스가 "Popular"를 부를 때 힘에 부쳐한하는 말하던데

내가 생각하기엔  일부러 그렇게 설정한것 같다.

수지 매덕스가 표현한 글란다의 백치미는 무지 사랑스럽다.

아마도 한국 관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모리블 학장의 매기 커크패트릭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50년 연기 경력을 가진 그녀는 <위키드> 오디션만 무려 3번을 봤단다.

그만큼 배우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작품이 <위키드>다.

우리나라 내한 공연이 결정됐을 때도 일반 관객도 그렇지만 뮤지컬 배우들이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내 궁금했는데

정말 소문만은 아니구나 싶다.

개인적으로 명불허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손꼽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음악감독 데이브드 영이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공연팀과 함께 내한했다.

그래서 작품 자체가 더 충실하고 풍부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들어온 대극장 내한공연 팀 중에서 오케스트라가 함께 들어왔던 게 있었던가?

내 기억엔 거의 MR 반주였던 것 같은데...

(나 살짝 감동했다.)

뮤지컬 넘버도 좋고, 스토리도 책보다 더 재미있다.

티켓값만 아니라면 한 번 더 보고 싶긴한데... 쩝!

정말이지 너무 비싸다.

 

 

Wicked  OST

 

01. No One Mourn The Wicked

02. Dear Old Shiz

03. Wizard And I, the

04. What Is This Feeling?

05. Something Bad

06. Dancing Through Life

07. Popular

08. I'm Not That Girl

09. One Short Day

10. Sentimental Man, A

11. Defying Gravity

12. Thank Goodness

13. Wonderful

14. I'm Not That Girl (Reprise)

15. As Long As You're Mine

16. No good Deed

17. March Of The Witch Hunters

18. For Good

19. Finale "Wicked"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7. 05:48

드디어 <Elisabath>이 우리나라에 공연됐다.
그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라이센스 공연을 기댜려온 작품이다.
우리나라 공연이 결정되고 캐스팅이 발표나기 전까지 나 역시도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렸었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후 정확히 20년만에 우리나라에 공연되는 뮤지컬 <Elisabath>
1994년 버전을 유투브를 통해서 봤는데 몇몇 장면의 순서만 바뀌었지 변한 게 전혀 없다.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일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엄청나긴 한 것 같다.
<Wicked>의 오리지널 무대와 <레미제라블> 라이센스 공연도 지금 대기중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고보니 미국과 프랑스의 왠만한 작품들은 거의 소개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유럽 작품으로 서서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걸 보니.

<Elisabath>
뮤지컬 역사상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란다.
캐스팅 발표후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다른 작품들은 도대체 어쩌나 싶을 만큼 뮤지컬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배우들 거의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출연료만으로도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할애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조명까지.
원작 공연에서도 무대 장치에만 무려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다는데 과연 헛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주,조연을 망라하고 거의 고음으로 이루어진 넘버들은 듣고 있으면 감탄의 연속이다.
엄청난 화려함과 계속되는 고음의 페레이드가 이 작품의 장점이긴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가령,계속해서 움직이는 이중 회전무대는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흡과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엘리자벳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대효과중 하나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공연의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흐트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연 초반에 조명, 음향 등 무대효과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토드가 서있는 크레인도 완전히 내려오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단다.
루케니가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할 때는 줄이 끊어지는 대참사(?)도 발생했다나?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의상 등이 눈의 피로를 가져올 수 있다면
주,조연을 망라하고 계속되는 고음의 향연은 감탄을 넘어 귀의 피로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다.
솔직히 현재는 첫번째 관람이라 피로보다는 경의로움이 크다.
드디어 류정한과 민영기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Elisabth>라는 작품이 충분히 의미있고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박은태 루케니 - 류정한 토드
류정한 토드 - 김선영 엘리자벳
류정한 토드 - 전동석 루돌프
류정한 토드 - 민영기 요제프
민영기 요제프 - 김선영 엘리자벳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매력적인 조합이다.
그렇다면 나의 첫 관람은?



엘리자벳 김선영.
40이 넘은 김선영이 16살부터 61살까지의 나이를 연기해야한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으리라.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극 속에서는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배역 자체가 워낙 고음의 곡들이 많아서 노래 잘하는 김선영에게도 힘겨워 보였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가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곡 자채가 워낙 높아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도 김선영은 누가 뭐래도 김선영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배역보다 엘리자벳이 트리플 개스팅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직 공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좀 힘겨워 보인다.
회전하는 무대에서, 그것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게 보기에도 안스럽다.
회전무대의 속도도 관객이 보는 것 보다 상당히 빠르다는데...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때는 머리와 의상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벳은 전혀 쉴 짬이 없단다.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배역이다.
그래서 신영숙을 사람들이 많이 원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이날 김선영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아 넘버들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
특히 "나는 나만의 것"이 내내 아쉽다.
그래도 확실히 류정한과 많은 공연을 해서 그런지 둘의 호흡과 하모니는 끔찍하다.
솔직히 저릿저릿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2% 부족한 듯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프란츠 요제프 민영기.
신념 강한 왕(정조)이나 영웅(이순신, 삼총사)을 주로 연기해서 그랬을까?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민영기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속상하다.
배역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을테지만...
그래도 2부 후반부에 류정한 토드와 함께 '엘리자벳~~~"을 외치는 장면은 환상이었다.
두 배우 모두 균형을 맞추면서 각자 목소리로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륜과 경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절감했다.
김선영과의 듀엣곡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는 생각보다 애절하지 않아 아쉽다.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박은태.
이 작품을 통해 현재 엄청난 칭찬과 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잘한다는 말엔 나역시 이견이 없다.
루케니의 넘버 대부분이 박은태의 장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
다행스럽다.
지금껏 내가 본 박은태 모습 중에서 제일 괜찮았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해설자의 입장에만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다.
좀처럼 극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서 충실하게 해설자 역할만 담당한다.
그래서 극의 초반과 마지막에 루케니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게 오히려 생경스럽게 느껴진다.
중간중간 본인이 너무 흥에 겨워하는 것도 약간은 이물스럽다.
흥없는 방관자보다는 흥있는 방관자가 100배쯤 낫지만 
이 작품 속에서 루케니는 방관자이기만 해서는 안 될텐데...
어찌보면 루케니가 토드의 대리인이기도 한데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정말 충실한 해설자, 그 자체였다.
그래선지 milk보다 Kitsch를 부를 때가 더 실감(?)나고 극적이다.
NDP에서 그랭그와르를 할 때는 그래도 꽤 극 속에 개입했었는데...
어쩐지 작정하고 개인기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박은태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입 속에서 오래 머물려 웅웅대던 대사도 많이 개선된 것 같고..



루돌프 전동석.
요즘 한찬 뜨는 뮤지컬 배우다.
(하반기에 공연될 뮤지컬 <루돌프>에 강력한 후보라는 설이...)
분량이 너무 적어 뭐라고 평가하기가 솔직히 어렵지만 노래는 꽤 괜찮다.
류정한 토드와 부른 "그림자는 길어지고(The Shadows Grow Longer)"는 용호상박이다.
좀 대견스럽다 ^^ 
개인적으로 어버지 요제프와 대면하는 장면은 좀 더 완강했으면,
어머니 엘리자벳에게 도와달라는 장면은 더 간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대공비 소피 이정화.
<해어화> 이후로 정말 오랫만에 그녀를 무대에서 봤다.
엄격하고 냉정한 대공비를 기대했었는데 내가 본 건 고집장이 심술꾼 시어머니 모습이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대공비 같지는 않더다)
나이 든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일부러 그렇게 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딕션이 조금 무너져버렸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초반에 루케니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불러낼 때 이정화의 소리는 들리지만 목소리는 거의 묻힌다.
좀비스런 느낌이지만 정말 멋진 장면인데...
(예전 DVD를 보니까 이 장면이 공동묘지처럼 연출됐던데 느낌이 훨씬 강해서 개인적으론 좋다.)



토드(tod) 류정한.
할 말 많은 이 사람을 어찌할까?
영화 <기적>이 촬영 자체가 무산된건지,
아니면 스스로 배역을 하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에 이 영화 때문에 류정한은 <몬테크리스토>를 제외하고는 어떤 작품도 하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류정한!
사실 루케니에게 소개된 토드의 첫 노래를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무대에서 언제나 영리한 여우였던 류정한이 너무 오랫동안 무대를 비웠나 싶어서...
지금까지 그가 낸 소리와 확실히 다른 소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왠지 늬들끼리 어디 한 번 잘 해봐라 하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
실망감 비슷한 당혹감은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류정한은 역시 여우일수밖에 없구나 절감케 한다.
이야기 전체를 토드가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랄까!
늬들이 아무리 배후와 동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도
어차피 이 모든 건 내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거만하고 완벽한 handling.
류정한의 토드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control 이라기보다는
질투와 본능에 의해 감각적으로 표출되는 handling에 가깝다.
그리고 다분히 디오니소스적이다.
넘버 중간중간 웃는 웃음소리라든가
(그 웃음의 의미를 하나하나 쫒는 것도 특별한 재미였다)
성마르면서도 관능적인 그의 노래는 순간순간 전율을 일게 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잠깐이라도 무대 위에 서면 여지없이 뮤지컬 <엘리자벳>은 뮤지컬 <토드>로 변한다.
아마도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본인의 흥분과 감격 지수도 상승됐겠지만
3월 중반 이후에는 좀 다른 표현의 토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예상해본다.
(반갑다! 류정한! 당신만큼 당신 무대를 기다린 사람들 정말 많다!)
솔직히 나는 배우 류정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를 포기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러기에 배우로서 그는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지금은 단지...
이 아름다운 배우를 드디어 다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마냥 황홀하다.
(그래서 더 객관적이지 못할수도 있겠다)
그가 특유의 발음으로 "엘리~~~자~~~벳"을 부를때마다
당치않게도 내가 엘리자벳인냥 대답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주겠다는데...
영원한 안식처를 주겠다는데...
도대체 이 유혹적인 부름에 누군들 감히 마다할까?
무한 애정의 정도가 깊다고 손가락질 한대도 어쩔 수 없다.
어쩌겠는가...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말하는데
어찌 죽음을 따르지 않으리요...



캐스팅 보드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서 이날 루돌프 아역이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아역까지도 잘하더라.
침대위에서 "엄마 어디 있어요"를 부르는데 깜찍하면서도 너무 안스러웠다.
아직 어린 꼬마인데 감정을 담아서 부르는 것 같아 놀랐다.
<해품달>에 이어 아역이 아역이 아닌 시대가 뮤지컬계도 오려나보다.
긴장해야겠다. 성인연기자들 ^^

공연장에서 프로그램북을 사본지 백만년이나 돼서 찾아보지 못했는데 
번역을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음악감독 김문정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깔끔하다.
EMK 작품들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건데 번역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억지로 가사를 구겨넣은 느낌도 없고
적절한 단어를 잘 찾아 귀신같이 잘 사용한다.
덕분에 넘버의 리듬도 살고 가사의 내용도 산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괜찮은 대극장 뮤지컬을 보게 된 게.
덕분에 갈증이 조금 해갈됐다.
가능하면 자제하려고 하겠지만 앞으로 서너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전 캐스팅 크린까지는 아니더라도 송창의, 김준수 토드는 보고 싶다.
이들이 표현하는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옥주현 엘리자벳도 궁금하고,
3명의 루케니도 궁금하다.
(자제하겠다더니 점점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궁금해하면 안 되는 건데...
궁금해하면 지는거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