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읽고 끄적 끄적"에 포스팅을 할 때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쓰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제 고작 몇 페이지를 시작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포스팅하는 이유는...
개기월식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10월 8일에 개기월식이 있을거라는걸 몰랐었다..
퇴근해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에 또 다시 습관처럼 하늘을 봤더니 달이 반쯤 가려져 있더라.
아... 개기월식이구나...
느닷없이 맞딱뜨린 달의 변화 앞에 처음엔 좀 멍해졌었다.
그리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계속 달을 쫒았다.
1시간 예정했던 산책길이 어느새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달의 변화가 이정표였고, 시간이였고, 유일한 길이었다.
게다가 적월(赤月).
길어진 밤산책 후
최예선의 <밤의 화가들>이란 책을 펼쳤다.
사람들은 여전히 내게 묻는다.
혼자 사는거 외롭지 않느냐고..
외로움을 느낄만큼 혼자 산 기간이 긴게 아니라 조금 민망하지만
내 선택은 그런 것 같다.
혼자 사는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 사는 고요함을 택한거라고.
그 고요가 아직 나는 평온하다.
<밤의 화가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 그리고 감각하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 중 밤과 관계된 그림들이 이렇게 많았다는걸...
그림을 보면서 내가 놓친 시간들은 실루엣과 뉘앙스로 남아있다.
꼭 밤처럼....
그런 순간이 있다.
아니 있다고 믿는다.
딱 그 장소여야만 하고,
딱 그 시간이어야만 하고,
딱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순간들.
그것 역시 실루엣에 불과할 뿐임을
그림을 한 장 한 장 감각하면서 다시 느꼈다.
흐려지는 기억을 붙잡으려 살을 붙이는 일,
그건 간절함이 아니라
조작되고 왜곡(歪曲)된 환상일 뿐이다.
그 환상에 빠져버리면
현실은 함께 환상이 된다.
그러니 잊지말자!
내가 여전히 살아야 하는 세상은
환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존 싱어 사전트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
빌렐름 함메르쇠이 <스트란드가드 30번지, 실내>
빈센트 반 고흐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