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4. 6. 06:11

 <게이 결혼식>

 

장소 : 학전 블루 소극장

일시 : 2012.03.01 ~ 20.12.07.01.

출연 : 서현철, 남문철 (에드몽) /  최덕문, 이희준, 최대훈 (앙리)

        노진원, 김늘메 (도도) / 우지순, 민성욱 (노베르)

        송유현, 민정 (엘자) 

연출 : 민준호

제작 : (주)적도

기획 : 학전

 

 

프랑스 코미디 연극 <게이 결혼식>

일찌감치 조기예매를 하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연극을 보려고 한 건 단지 서현철이라는 배우가 출연해서다.

남명렬, 김영민, 서현철, 정승길, 윤소정. 서은경.

나름대로 내가 격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연극배우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되도록이면 놓치지 않고 챙겨보려는 편이다.

얼마 전에 남명렬이 출연한 <모래 정거장>과 <죄와 벌>을 놓치고서도 얼마나 속상했던지...

(공연 기간도 너무 짧았고 개인적인 일때문에 시간이 전혀 안 맞았다)

 

연극배우 서현철.

점점 브리운관에서의 활약상도 커지고 있긴 하지만

(얼마전에 <해를 품은 달>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오기도 했다)

나는 TV에서보다는 공연 무대 위에서 만나는 서현철이 더 좋다.

사람을 마냥 유쾌하고 즐겁게, 밝게 만든다.

그것도 악의 없는 건강하고 씩씩한 웃음.

(내가 골백번 환골탈퇴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성향 ^^)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무대와 관객을 장악하는 능력 또한 엄청나다.

개인적으로 코믹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서현철이 출현하는 작품은 주저없이 선택한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껏 본 연극, 뮤지컬 중에서 괜히 봤다 싶은 작품도 없다.

(그렇다고 서현철이 출연하는 작품을 적게 본 것도 아닌데...)

 

엄청난 금액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고모의 유언에 따라 억지로 결혼을 하게 되는 앙리(이희준).

그것도 어릴적부터 절친인 친구 도도(노진원)와의 위장 게이 결혼.

서로 win win 하기 위해 1년의 기간을 둔 계약 결혼이라지만

자꾸 예기치 않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이 시작된다.

명문있는 카톨릭 집안의 장남은 버젓히 게이잡지에 결혼 기사가 실리고

도도는 앙리의 여자친구 엘자(박민정) 때문에 졸지에 장애인 게이 남동생이 된다.

아들 앙리가 진짜 게이라고 믿은 아버지 에드몽(서현철)는

그 와중에 자신도 그렇다면 편안하게 커밍 아웃 하신다.

거기에 이 모든 계획의 출발점인 이혼 전문 변호사 친구 노베르(민성욱)의 이혼 싸움까지...

좀 심하다 싶을만큼 여기저기서 사건이 연발탄처럼 빵빵 터진다.

재미있는 건 보고 있으면

등장인물 각자가 순간적으로 머리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다.

애드립도 아닌데 마치 애드립처럼 느껴지는 거짓말의 향연이라니!

포복절도까지는 아니지만 시종일관 재미있고 유쾌하게 봤다.

등장하는 다섯 명의 배우 전부 연기도 괜찮고...

다만 앙리, 도도, 노베르가 친구로 나오는데

상대적으로 도도역의 배우가 좀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다는 게 흠이라면 흠.

뭐 프랑스는 나이랑 친구랑 아무 관계없다고 한다면 대략 할 말은 없다.

 

몰랐었는데 앙리 역의 이희준이 요즘 TV와 영화에서 주목받는 중인가보다.

오늘 김남주와 영화 <화양연화>를 패러디한 장면이 기사화됐는데 사진 분위기 상당히 좋다.

표정이랑 풍기는 느낌도 상당히 괜찮고...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나올 장면이라는데

처음엔 이 사진을 보고 이희준인 줄 전혀 몰랐다.

하긴 영화 <화차>에서도 꽤 인상기게 봤는데 거기서도 이 사람인줄 몰랐다.

(영화에서는 훨씬 더 나이가 들어보였는데... 요즘 회춘하셨나???)

요즘 TV나 영화에서 공연배우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오만석, 전수경과 홍지민, 박혜미는 이미 TV 유명스타가 됐고

김무열이나 신성록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성록은 군에 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hold 중이고)

지금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는 <더킹 투 하츠>에서는 조정석이

사극 <무신>에는 이석준, 뱍해수, 김영필 등 제법 많은 공연배우들이 나온다.

신선한 느낌도 있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를 찾다보니

기본기 탄탄한 공연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섭외가 가는 모양이다.

반대로 가수나 탈렌트들이 공연무대에 서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둘 다 장단점이 있긴 하겠지만

서로의 영역에 해악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분명히 시작은 연극 <게이 결혼식>이었는데 어쩌다 완전히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끙!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9. 3. 06:39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의 작가 노희경.
매번 만드는 드라마마다 이슈메이킹이 되고 지독한 마니아 층을 만들어 내는 그녀.
1966년 생의 드라마 작가 노희경.
그녀의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그 책 안에서 고스란히 그녀를 느낄 수 있게 될지 궁금했다.

dl

당황스럽다.
꼭 그녀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글이기에...
그녀가 책을 쓴다면 반드시 어떠해야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마냥 서운하다.
뭘 바랬던걸까, 나는?
트랜드에 연연해하지 않고, 시청률에 과감할 수 있었던 그녀를
고스란히 이 책에서 봐야 한다고 느꼈을까?



나는 한때, 겨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했었다.

그러니까, 나도 이 책을 보면서 그랬던 거다.
너무 가볍다고.... 깊이가 없다고....
내가 정당하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그리고 다 이해는 하겠는데 그래도 왠지 나는 책이 낮설다.



인간을 미워하는 것은 이해심이 없어서이고,
세상을 미워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
....진실이나 사실이란 말은 함부러 써선 안 된다.
모든 기억은 내 편의대로 조작될 수 있다는 것,
그대와는 무관한 어떤 것일수도 있다.

그래, 어쩌면 내가 너무 무지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믿음보다 눈물보다 먼저 요구하는 것,
그것은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예민함이다.
그 예민함과 관찰은 실제의 시간보다 훨씬 느리고 길게 간다.
... 어리석다.
사랑할 대상을 미워할 대상으로 바꿀 오기가 있으면서 내 잘못을 돌아볼 용기가 없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란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기에......
매일 아침마다 108 배의 절을 하고,
단 하루라도 글 쓰기를 빼먹지 않는 작가.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노동자의 기본 근무시간 8시간을 지키는 성실한 노동자가 되라는 뼈아픈 충고를 하는 사람.
궁금하다.
그녀는 왜 이런 일기성 글을 에세이집으로 남겼을까?
이 책은 너무나 요즘의 트랜드에 딱 맞는 책이기에
어쩌면 나는 더 당황하고 어색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기억 하나,
나도 그랬었다.
한때 어설프게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환상에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주관하는 드라마 작가 교육을 신청하기 위해 여의도에 갔더랬다.
(그때 나는 부끄럽게도 내가 드라마라면 그래도 좀 쓸 수 있을 거라는 엄청나게 무지하고 자기기만적인 착각에 빠져 있었더랬다....)
대학시절 어린 마음에 모아놓은 돈도 없으면서 찾아간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00만원 정도의 수업료가 필요했다.
그냥 돌아왔던 발거음...
문득 그날의 기억이 덜컥 목에 걸려 넘어온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않는 자, 모두 유죄>
유기한 사랑보다, 유기한 기억때문에
지금 나는 유죄가 될 것 같다...

그녀의 꽉 찬 글이 문득 그립다.
그녀가 썼던 아름다운 드라마를 책에서 만나길 기대했던 건,
혹 내 욕심이었을까?

<화양연화>, <해피투게더>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글
그리고 내가 한때 중독처럼 읽었던 이성복의 시 <뼈아픈 후회>
나와 같은 느낌을 또 다시 만나다....

마른 등을 가진 강팍한 여자를 보면 나는 서럽다.
그 삶이 가진 너덜거리는 예민함의 공포를 알기에....
그녀,
치열했겠다. 아팠겠다.
그리고 외로웠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