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이 책은,
이런 불편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구성은 다행히 참 다정하죠.
아빠와 어린 아이가 “기아”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뭐 어려운 경제 용어나 복잡한 통계수치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 절박성과 심각성은 그 어떤 통계자료보다 더 가슴에 다가옵니다.
아이의 눈에는 “기아”라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논제일겁니다.
“많이 가진 사람이 좀 나누어 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이의 천진한 눈에 대답해야 하는 아빠의 마음이 참 아프지 않았을지...
어쩌면, 해답은 그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이유, 다른 조건들 모두 다 잊고 아주 단순한 기본으로 돌아가면 정말 “기아”의 문제는 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말 그럴까요?
세상의 완전히 뒤집혀 오늘의 사람들이 어제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고 해도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결코 “사람”을 버리지는 못 할 테니까요.
내 것에 대한 소유욕...
누군들 그걸 쉽게 버릴 수 있겠습니까!!!
단순한 굶주림만이 “기아”가 아닙니다.
“기아”는 이미 무기로 변해 누군가를 위협하고 있고, 심지어 “기아”를 악용하는 거대 국제기업도 있습니다.
심지어 파괴되는 열대림, 사라져가는 산림들로 인해 세상은 이제 대규모의 “환경난민‘을 만들어 내기까지 하죠.
이들이 난민이 된 이유는 자업자득에 의한 결과가 아님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 자신은 영문도 모른 체 지금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지도 모르죠.
차라리 그들이 식탁에 앉아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씹기 위해 산림을 황폐화시키고 열대우림을 파괴했다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그들의 기여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단지 부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배부름을 위해 난민이 된 사람들입니다.
더 정직하게 말한다면,
올바르게 먹지 않은 “나” 때문이죠.
먹는다는 거...
단순한 게 아니라는 걸 절감합니다.
“먹는다”라는 행위 자체의 책임감!
한 번의 수저질이 충분히 힘겨워야 비로소 내 안에서 충분한 에너지로 변할 수 있다는 거...
우리가 그렇게 한 숟갈 할 숟갈 입 안으로 쉽게 넘겼던 모든 것들이...
전부 엄청난 무게의 책임감이였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내 입이 내 몸을 삼킬 때,
나 또한 “난민”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