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9. 4. 13. 22:08
  <1만 시간 동안의 남미1,2,3> - 박민우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봄이 되니까 자꾸 바람나려고 하지 않으세요?
이러다간 아무래도 옆구리에 날개라도 돋지 않을까 싶으신 분, 일상을 버리고 훌쩍 내가 모르는 어떤 곳으로 떠나고 싶으신 분, 여기 아닌 다른 곳이라면 어디라도 환영인 분, 급기야 누가 나를 유괴(이 나이에 꿈도 야무지게....)라도 해서 딴 곳에 데려다 준다면....을 꿈꾸고 계신 분...
봄의 신기루에 온 몸이 나른하신 분들 많으시죠?
떠나면 모든 게 다 괜찮을 것 같은 마음...
오늘은 그 마음을 한번 따라가보려구요.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여행서는,
지친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어설픈 여행서는 허황된 환상을 심어주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시키기도 하죠(아시죠? “사진과 실물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여행서를 보면 전 항상 이 문구가 떠오르거든요 ^^)

쌈바와 화려한 축제의 유토피아, 남미!
그 환상의 나라들을 말 그대로 찌질하고 궁상맞게 여행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운이 없을 수 있을까 싶게 가는 곳마다 속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차를 놓치고, 어찌어찌하여 싸구려 골방같은 숙소로만 그것도 겨우 전전하죠.
책을 쓴 작가 박민우.
그가 14달 동안 남미의 구석구석을 여행이 아니라 방랑하면서 겪은 살아있는 날 것들을 그대로 엮은 책입니다.
찌질한 자의 생동감이라니...
그런데 그게 아주 신선하고 그리고 진심으로 부럽기까지 하다는 겁니다.
코에 바람을 넣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온 몸을 들썩이게 만드네요.
뭐 얼마나 대단한 여행서라고 세 권씩이나?????
남미 한 번 여행한 걸로 본전 한번 제대로 뽑으시네~~
처음엔 내가 못 가 본(가 본 곳도 변변찮지만...) 나라를 여행한 운 좋은 사람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빈정상함과 부러움의 시선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시기심은 점점 사라지고 혼자 깔깔대며 박장대소하게 되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신선합니다.
remarkable!
딱 그래요.
어느 틈에 속편을 열렬히 기대하게까지 만들었으니 이 책, 물건임엔 틀림없습니다.
카피라이터, 기자, 시나리오 작가, 앵커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박민우는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해 보입니다(그러나 이 사람 “완소남” 혹은 “엄친아”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기엔 확실히 80% 정도 부족하죠... 약간(?)의 하자가....^^)
이 사람, 여행의 시작부터 왜 이럴까요?
체격만큼이나 부실하다 못해 덜렁대는 성격덕분에 여권을 고이 집에 두고 출발합니다.
결국 호된 신고식이 기다리게 되죠.
그런 그가 감히 말합니다.
“아무리 좋고 좋아도 떠남의 설렘만 못하다“.
이런 상황에선 설득력이 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누군들 그러지 않겠습니까? 변종 돌연변이라 할지라도 나그네의 유전자가 발현되기를 저 역시도 간절히 갈망하고 있는데...
가끔 생각합니다.
여행을 소망하면서 쉽게 이루지 못하는 건,
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금전 때문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모든 걸 뒤로 하고 떠나는 이 남자의 맘 속 자유가 그래서 전 참 좋습니다(그래도 여권까지 뒤로 하고 떠나는 건 아무래도 좀..... ^^;;)
하지만 뭐 좀 어긋나면 어때요?
처음부터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그래도 훨씬 나은 선택 아닌가요?

낮선 곳의 화려한 눈요깃거리들을 소개한다거나, 맛있고 고급스런 혹은 그 나라의 대표적인 민속음식을 소개한다거나 멋진 숙소를 구경하게 될 거란 기대는 이 책에선 버리세요.
대신 우리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겁니다.
까만 피부에 초롱한 눈을 가진 맑은 아이같은 사람, 푸짐한 살집에 더 푸짐한 인정을 가진 사람, 그리고 기꺼이 찌질한 여행자를 구원(?)해주는 그때그때 상황에 또 적절하게 등장해주는 멋진 흑기사들을 말이죠.
괜히 저 역시도 함께 손잡고 싶어지는 사람들...
이 사람도 고백하고 있네요.
“여행 중 최고는 사람을 향해 가는 여행이다. 거대한 산맥보다 더 장엄하고, 한낮에 퍼붓는 소나기보다 더 예측하기 힘들다”라고요...
Timing!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멈칫거리면 이미 늦는다고, 생각하고 주저하는 시간은 짧지만, 늦음으로 인한 후회는 너무 길다고...
이 여행서는 재미와 함께 순간순간 이 남자의 단상들이 나올 때면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섬뜩해집니다. 그러나 그 섬뜩함은 공포에서 비롯된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3권의 책을 전부 읽고 나면,
이 사람 왠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왠지 사람을 낯설게 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핸드 드립 커피”
같은 커피를 가지고도 바리스타에 따라, 물의 온도, 핸드 드립의 높이, 그리고 드립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 되는 커피.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작가가 꼭 이 핸드 드립 커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쩐지 나를 만나면 내게 적절한 향과 맛으로 이야기할 것 같은 사람.
이런 느낌을 주는 책이라면,
이 책으로의 여행도 꽤 괜찮은 여행이 아닐까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자신감이라고 하네요. 헛된 자신감으로 돌아오는 부작용보다는, 그 자신감에서 발산되는 무한한 용기와 추진력을 믿으라고.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 자신감이 과장되었을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사람을 훨씬 다부지게 만든다네요.
여행의 매력은... 그래요.
모르는 무언가에, 모르는 누군가에게 조금씩 물들어가면서 결국 “함께”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거, 그 약속할 수 없는 “함께”가 때로는 그 무엇보다도 더 견고하고 든든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거.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또 다시 길 위에서 짐을 꾸리게 되나봅니다.
거침없이 다가가기 위해서요.
길을 모르면 어떻고, 길을 잃으면 어떻겠습니까?
모르면 물어보면 될 것이고, 잃었으면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찾아가면 될테니까요.
늦어지면, 까짓것 내가 너무 치열하게 헤맸다고 고백해버리는 거죠.
생각해보세요.
사실, 땅에서 발이 떨어지는 모든 순간이 “여행”의 시작입니다.
어때요? 이젠 떠날 준비가 다 되셨나요?
그렇다면 건승하세요.
그리고 돌아와 제게 이야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든 순간  “함께”였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6. 05:57
<연금술사> - 파올로 코엘료

연금술사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윤대녕의 소설 제목입니다.
<연금술사>를 떠올리면 이상하게 전 이 소설 제목이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연금술사>가 무슨 오래된 고전 소설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나라에 미지의 문학처럼 여겨졌던 중남미 문학의 붐을 만들어냈던 소설.
그리고 작가는 참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직업, 그리고 다양한 방황(?)과 다양한 구도(?)의 길을 만난 사람입니다. 산전수전에 소위 공중전까지 전부 겪은 셈이죠.
처음에 이 사람의 책을 읽었을 때 분명 게이일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문체가 여성스러웠던 건 아닌데 어쩐지 섬세하고 다정한 것이 따뜻한 양모를 뒤집어쓰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따스함의 전달 혹은 적당한 안식이라고 말할까요???
제가 알기론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책은 전부 9권입니다.
그의 첫 책을 비롯해 11권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상태고 가장 최근 번역작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개인 산문집입니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27년 동안 열심히 작가의 길을 가고 있네요.
이 사람의 경력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직업을 가지는 게 가능할까 의심스러울만큼 다양합니다.
그것도 한번 스치는 직업이 아니라 소위 한 분야의 전문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을 발휘했던 사람이죠.
그런 사람의 마지막 정착지가 작가인 셈이네요.
1947년 출생, 이제 60 고개에 접어든 나이니까 혹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료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입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의 내용은 몰라도 이 구절은 이제 하나의 명언처럼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단서가 있다는 걸 혹시 아시나요?
“단,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잘 아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잊어버린다는 사실이죠.

이 책,
 
첫 페이지부터 은밀함을 품고 있습니다.
.....위대한 업의 비밀을 알고,
그 비밀을 사용할 줄 아는 연금술사 J에게....
어쩌면 그냥 스쳤을지도 모르는 이 문구가 이 책의 맨 앞에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는 동안은 이 “J"가 되기로 작정을 했죠.
주인공 산티아고의 순례의 길을 함께 따라갑니다.
“J"인 나는 꿈을 해몽하는 집시가 되기도 하고, 늙은 왕이 되기도 하고, 크리스털 가게 주인이 되기도 하고, 영국인이 되기도 하고, 낙타몰이꾼이 되기도 하고, 오아시스에 남겨둔 그의 여인이 되기도 하고, 연금술사 스승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산티아고 자신의 모습이 되기도 하죠.
함께한 순례의 길은,
자아의 신화, 위대한 업 혹은 만물의 정기, 그리고 하나의 언어로 명명되어지는 “사랑”에 대한 비유와 상징의 보물 찾기였다는 걸 깨닫습니다.
결국 이 책,
“소통”과 “조화” 에 대한 충고였던 셈이네요.
크리스털 주인의 꿈은 메카로의 성지순례였습니다.
산티아고 덕에 부자가 된 그는 떠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합니다.
그는 말하죠.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혹시 이 모습이 내 모습, 혹은 당신의 지금 모습은 아닌지......)
가게 주인은 꿈의 길 그 끝에서 마지막을 보게 될 사람입니다.
그가 만약 진정한 연금술사를 꿈꿨다면 아마 다르게 말을 했겠죠.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일에는 결국 치러야 할 댓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래 앓고 난 사람처럼 힘들게 하는 일이 있나요?

어쩌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아는 길을 되집어 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따뜻한 봄날,
당신의 영혼에 파이팅을 외칩니다.
이제 꽃으로 피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30. 08:56

<동주야> - 문익환


     

 

  <윤동주(뒷줄 오른쪽)와 문익환(뒷줄 가운데) 모습>

 

 동주야


동주야

너는 스믈 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왔지만

나한테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앞에서

이렇게 구질 구질 늙어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다는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 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 몸 짓뭉게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의 잡히고 있다.



문익환 목사를 아시나요?

그럼 이런 질문은요?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를 아시나요?

별로 TV를 보는 편이 아니지만 우연히 보게 된 화면에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3월 18일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르팍도사”라는 프로에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나와 아버지 문익환 목사님에 대한 내용들을 술회하더군요.

그러면서 이 시가 소개가 됐습니다.

제가 뭐라고 감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윤동주, 장준하 등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사회운동, 통일운동에 남은 생애 전부를 걸었던 목사 문익환.

그 분의 타계한지 올 해로 꼭 15년이 됐다고 하네요.

제 기억에 생생한 모습은,

반쯤은 헝클어진 머리에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고 꼿꼿한 몸으로 항상 시위대열의 선두에 서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종교인의 정치참여라는 게 익숙치 않았던 제 눈에 어쩌면 괴짜 노인네로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1989년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회담 후 귀국, 그러나 살벌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루기도 했던 분입니다.

그러나 그 분이 사회운동에 직접 뛰어들게 된 건 처음부터가 아니었습니다.

친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고 장준하”의 의문사를 계기로 50대 후반에 비로소 사회운동에 투신하게 됐다고 합니다.

60대와 70대를 펄펄한 청춘으로 다시 살기 시작한 문익환 목사는 마지막 17년의 삶 중 11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됩니다.

아들은 노구의 몸으로 옥고를 치루는 아비를 보고 간곡히 말합니다.

이제 그만 쉬시면서 글을 쓰시면 어떻겠느냐고....

아비는 그런 아들을 매서운 눈으로 한 번 바라봅니다.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제 시작이다!” 라고....

먼저 간 친구들을 떠올리며 산다는 건,

어쩌면 평생 자신의 어깨 위에 그 친구들의 의무와 희망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부채의 느낌이든, 아니면 무언의 약속이었든 말이죠.

생체 실험으로 29살 청춘에 희생된 시인 윤동주, 그리고 일본군에 자원입대하여 탈출에 성공해서 임시정부를 찾아 죽음의 길이라고 불린 파촉령을 끝내 넘었던 장준하.

문익환 목사님은 이 두 사람의 남긴 삶까지도 책임지며 살아냈던 겁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나 혼자만의 삶을 사는 것도 너무 힘들고 버겁다고...

그런데 한 사람의 몸으로 누군가의 남긴 삶까지 끌어안고 그것도 내내 펄펄하게 살아낸 사람도 있다는 걸 느낄 땐, 가슴 저 바닥까지 섬뜩해집니다.

난 여전히 호사를 꿈꾸고 있다는 생각...

지독한 불평뿐인 제게 일침이 가해집니다.


......구질 구질 늙어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꽃이 핍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그리하여 우리 후손들이

이 산을 다시 넘게 하지않기 위해.."서 라고.

..............................................................

 

제가 뭐라고...

감히 꽃을 피우고 싶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23. 21:51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페이퍼북)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 매혹적인 작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요?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 모두 하나같이 다 문제작이긴 하지만 <향수>라는 책을 읽었을 때의 그 강렬함이라니...

작가가 만든 “신세계”의 미궁에 제대로 빠져버렸다고 한다면 이해가 되실까요?

이 책,

사연도 참 많습니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은,

1991년 12월 국내 초판 됐고(제가 가지고 있는 책이 파란 표지의 그 오래된 초판, 바로 그 거랍니다) 1995년, 2000년 두 차례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영화 개봉과 더불어 다시 신판이 출판되면서 폭발적인 판매 기록을 보였죠. 초스테디셀러에 등극한 이 소설은 지금까지 30쇄 이상 재판됐다고 합니다.

(영화 예술의 힘! 작년에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려놓는 걸 보면서 또 다시 절감했죠)

그런데 이 사실도 아세요?

이 책이 “19금 이야기”의 선정 도서가 됐었다는 사실도요.

책의 후반부쯤에 나오는 사형집행장에서의 집단 난교 부분과 마지막 충격적인 결말들이 이런 영예(?)를 안겨준 셈이죠.

그것도 출판된 지 한참이 지난 후에 이런 에피소드가 생긴 걸 보면, 책은 정말 살아 있다는 환상을 여전히 품게 합니다.

“환상”이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작가에 대한 극단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사람이기도 하죠.

전세계의 집요한 매스컴의 추적을 거의 완벽하게 피하면서 숨어있는 사람.

대인공포가 있다는 소문, 동성연애자라는 소문, 그리고 흉한 장애가 있다는 소문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사람들과의 만남도 싫어해 문학상도 거절하고 인터뷰도 거절하며 철저하고 은둔하고 있는 작가!

그는 자기 작품에 대한 관리 전체를 형에게 맡긴 채 현재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에 잠금장치까지 하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동료 작가도 없고 심지어 자신의 신상에 대해 발설한 사람이면 친구와 부모를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절연해 버릴 정도라고 하니 오래된 사진 한 장으로만 알려진 그를 세상에 불러낸다는 건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네요.

그러나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지금 <향수>보다 더 매혹적인 작품에 몰두하고 있을 거라고...

(사실 그의 새로운 책의 출판을 전 아주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책 <향수>의 줄거리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거예요.

질긴 생명력으로 생선 내장 더미 위, 아무 냄새도 갖지 못하고 버려지듯 태어난 아기 그르누이.

그의 삶의 목적, 그건 사람의 “냄새”를 내 몸에 갖겠다는 강렬한 탐욕이었습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탐욕”이라는 의미는 그러나 그에겐 적절치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가 품은 “탐욕”은 소유에 대한 집착보다 오히려 생명에 대한 무심한듯하지만 강렬한 집착에 가깝기 때문이죠.

“생명”이라는 거,

“향기”를 품지 않는 생명이란 죽음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르누이는 그의 살인 행각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 만들어 버리기까지 하죠.

그를 피해 달아나는 향기가 그에게 무사히 채집되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라는 마음.

향기를 채집하는 그의 섬세한 행동 하나 하나가 성스럽고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

이제 그의 옆에 제 2의 그르누이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25명의 향기가 채집되기까지 저 역시도 그의 동조자가 되어 가만가만 숨을 죽입니다.

어쩌면 결말 혹은 끝장을 보고 싶다는 저의 또 다른 탐욕인지도 모르겠네요.

그의 향기에 취해 그를 탐하는 무리에 둘러싸이게 되는 마지막 결말.

악마적인 황홀경에 빠져 그의 향기를 먹어치우는 무리 속에 나 자신이 없다고 과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함께 한 사람들은 이미 무언의 합의를 끝낸 듯 합니다.

그건 “구원”의 행위였다고......

그의 향은 우리를 구원했고 그리고 우리는 그를 각자의 몸 안에 조각내 피난시킴으로 구원을 해줬다고......

이제 남겨진 사람을 우리는 누구라고 불러야 할까요???.......


서번트 신드롬 (savant syndrome)!

지능은 보통사람들보다 떨어지지만 음악연주나 달력계산, 암기, 암산 등 어떤 특별한 부분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됩니다.

프랑스어로 이 말은 배우지 않고(바보 idiot) 터득한 기술(석학 savant)이라는 뜻이죠. 특히 발달장애나 자폐증 같은 뇌기능 장애를 가진 이들이 그 장애와 대조되는 천재성이나 뛰어난 재능을 보일 때 이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 석학증후군 이란 말을 하게 됩니다.

영화 <레인 맨>에서 톰 크루즈의 형으로 나왔던 더스틴 호프만이 바로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인을 연기했었죠. 

말하자면,

그르누이도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흔히 천재성은 그 “광기”로 인해 인생 전체를 “파괴”하기도 하죠.

“Utopia”가 아닌 “Destopia”의 탄생.

철저하게 파괴함으로써 이상향을 만들겠다는 “Destopia”

<향수>

그 위험한 Destopia의 세계.

그 세계가 섬뜩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매혹적이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네요.


만약, 

당신에게 아직 향기가 있다면....

조심하길 진심으로 당부합니다.

조각난 그르누이가 혹 당신을 탐할 수도 있으니.....


                                                      <유일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사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19. 22:09




Today, I received flowers

              - Paulette Kelly (폴레트 켈리)

Today, I received flowers from my husband.

Today was not a special day neither my birthday.

Last night I had my first argument with him.

He spat out curses at me and I felt a pang of sorrow.

I know that he felt what he has done

but I know he will fail to keep his word.

Because he sent me flowers today.


Today, I received flowers from my husband.

even though today was not a special day

neither our wedding anniversary.

Last night he pressed my against the wall

and he started to strangle me.

It was nightmarish time.

I could not believe his conduct.

I was awakened by my every muscle

and nerve ache with bruise.

He must feel really sorry for me.

Because he sent me flowers today.


Today, I received flowers from my husband.

even though today was not Mother's Day

neither any special day.

Last night I was beaten badly again

and it was more severe than before.

If I move away form him, what would happen?

How can I take care of my children?

Who makes money?

I am afraid of him but I fear to leave from him.

He must feel really sorry for me.

Because he sent me flowers today.


Today, I received flowers from my husband.

Because today was a very special day.

Today was my funeral ceremony.

Last night, he eventually killed me

by using his violence.

If I left from him earlier with my bravery,

I could not receive flowers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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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는 참 낭만적인 시로구나 생각했더랬죠.

남편에게 꽃을 받았다니...

그런데, 이 시...

참 아프죠?

세상엔 받아선 안 되는 꽃도 있다는 걸 알게 한 시였습니다.

도화선이라는 말 아시죠?

흑인 운동의 도화선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고 당당히 앉아 있었던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걸 혹시 아시나요?

마찬가지로 이 시 한편이 미국의 가정폭력 문제를 표면화시켰습니다.

정말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걸 절감하게 하는 시죠.

폭력이라는 거,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힘이라는 모든 무거움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했던 시였습니다.


힘이라는 거,

내게서 나와 내게로 닿는 힘,

내게서 나와 다른 이에게 닿는 힘,

그리고 다른 이에게서 나와 나에게 와 닿는 힘.


그것들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아요.

살리는 힘,
혹은
죽이는 힘....


내게서 나와 나를 살리는 힘   -  내게서 나와 나를 죽이는 힘.

내게서 나와 당신을 살리는 힘 -  내게서 나와 당신을 죽이는 힘.

당신께 나와 나를 살리는 힘   -  당신께 나와 나를 죽이는 힘.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힘이 있다면,

죽이는 힘이 아니라 살리는 힘이길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내 힘에서 비롯돼, 
내가 알면서도 줬던 상처, 혹은 모르고 줬던 상처들...

그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는 사람들, 혹은 모르는 사람들께 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어쩌면 이 시는 가정폭력뿐 아니라 내면의 자아폭력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 자신에게 이런 꽃을 보내는 일이
살면서 내내 없기를  간절히 그리고 더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살면서 정말 좋은 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길 희망하며...

==============================================================================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서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 하는 것도

말한 그대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지요.

온몸이 아프고 멍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 랄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어머니날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드려 팼지요.

그런데 그전의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서운데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요.

바로 제 장례식날이었거든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지요.

저를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했어요.

제가 좀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서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꽃을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 이 시는 EBS 지식채널을 통해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으로 출판됐을 때 다시 봤구요.
   참 많이 아팠던 기억에 지금도 찡~~ 울립니다.

지식 e SEASON 1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16. 05:57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혹 있을까요? (매우 소심한 질문...)

<500년 내력의 명문가 자녀교육>이라는 책을 달동네 책거리에서 소개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명문가를 만나봤다면 글로벌 시대에 맞게 오늘은 세계 명문가들도 한번 찾아가 볼까 합니다.

왠지 재미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같은 작가 최효찬의 명문가 시리즈 vol 2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명문가를 소개했던 앞의 책처럼 가장 큰 특징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조금 더 깊게 들어간다면 리세즈 오블리제(Richesse oblige : 부자들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Noblesse oblige, Richesse oblige!!

이 두 말은 말이죠. 음....

말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말이에요. 개인적으론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


여러분이 알고 있는 세계 명문가... 얼마나 될까요?

이 책에선 모두 10곳의 명문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 드림의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은 가난한 아일랜드 시골 농부.

이민족으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일등”이 되어야만 했고 그렇게 4대에 걸쳐 일군 노력으로 이민 110년 만에 최연소 미국 대통령을 만들어낸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

우리나라에선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이유가 “간판”에 대한 과시욕도 무시하지 못할 테지만 케네디 가에서 그렇게 “하버드”만을 고집했던 이유는 자녀들이 최고의 인맥 네트워크로 연결되길 희망해서였습니다.

그들의 바램은 그러한 인맥이 위기가 닥쳤을 때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거죠. 그러나 거기에 빗대 몸을 의지하라는 게 아니라 정당히 이용해 극복할 줄 아는 현명함 또한 가져야만 했습니다.


돈을 번만큼 사회에 환원했던 스웨덴 발렌베리 가는 국민들에 의해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시청 앞 광장에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우리나라는 자비로 열심히들 세우시던데......)

기초과학 기술 연구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발렌베리 가는 스웨덴이 노벨상 수상자를 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가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의 전 재산을 기부했다고 하니 저의 개인적인 깜냥으론 도저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그런가 하면,

우리가 잘 아는 게이츠 가!

진정한 Richesse Oblige를 실천하고 있는 가문이죠.

“빌&멜린다게이츠”라는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를 만든 이들 부부는 “컴퓨터 황제”라는 타이틀도 모자라 이젠 “기부 황제”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고 있습니다.

현재 보유 자산이 550억 달러에 달하는 그들은 자식들에겐 1000만 달러의 상속금만 남기고 나머지 재산은 전부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들이 한 말이 있네요.

“자식들에게 많은 돈을 남겨 주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을 위해서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죠”

빌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워렌 버핏도 지금까지 85%의 재산을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상태라고 하네요. 죽기 전까지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하니 이런 경쟁이라면 과히 적벽대전을 능가하는 스펙타클이 아닐지...... (도대체 인간이긴 한 겁니까? 이 사람들.....)


그 외에도 동양을 대표하는 성인인 공자 가문과 타고르 가문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공자의 고향으로 알려진 곡부에는 그의 80대손에 해당하는 직계 후손이 그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하니 그 또한 놀라울 따름입니다.

공자의 교육론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위주의 토론식 교육”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대가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부분 솔직히 심하게 부러운 대목입니다...)

막대한 재산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가를 지원하고 후원했던 인도의 타고르 가.

정상적인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했던 타고르는 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한 교육으로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그가 동양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가족의 칭찬이라는 근원적인 자양분이 밑바탕이 되어 있었습니다.

타고르의 말을 옮겨 볼께요.

“아이는 칭찬이라는 보약을 먹으면 능력 이상으로 재능을 키워갈 수 있다”

 (오늘 보약 한 첩씩 다들 처방해 보심이....)

이렇게 보면 명문가로 가는 길을 참 평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자의 대학입학이 불가능했던 폴란드를 떠나 20세에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 입학에, 결국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됐던 퀴리 부인(그것도 2번이나), 그녀는 소르본대의 최초 여성 교수이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그녀의 딸 역시 어머니의 뒤를 이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죠. 그들은 그 시대엔 상상이 불가능했던 평등부부를 실현했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먹고 사는 “가업”이 아니라 후손에게 정신적인 양식을 “가학”으로 물려준 다윈 가는 엄밀히 말하면 총 5대에 걸쳐 진화론을 연구한 셈이네요,(생각해보세요. “인간은 원숭이가 진화된 것이다”를 무려 5대째 연구했다는 사실....지겹지들 않으셨을까???)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를 만든 건 “일기” 쓰는 습관에서 비롯됐고, 자만심이 아닌 자긍심 있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 영국의 러셀 가, 고리대금업으로 시작했지만 세계 최대의 금융제국을 이끌고 있는 유대인 명문가 로스차일드 가는 흩어진 유대인을 모아 이스라엘을 건국하는 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 가문에 의해 나라가 세워진 셈이죠, 그리고 이 가문은 다섯 후손에 의해 지금도 조용히 세계의 경제를 주무르고 있습니다.

“다섯 개의 화살”의 살아있는 증거인 셈이죠.

(“하나의 화살은 쉽게 부러지지만 다섯 개가 모이면 누구도 부러뜨리지 못하게 된다”는...)


이 책에 나오는 명문가를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부모가 자식의 “멘토”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일류 부모” 밑에서 “일류 자녀”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죠.

그리고 방대한 양의 “독서” 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역시도 고백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결코 책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요...

그는 두 아들에게 컴퓨터를 갖게 하지 전에 먼저 책을 사줬다고 합니다.

명문가 특징을 두 가지를 더 이야기 하자면,

최고의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다방면적인 투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실현하는 기부와 자선의 실천이었습니다.

어쩐지 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긴 하지만 가만 살펴보면 또 못할 것도 없는 내용들입니다.

여기도 역시나 “독서(다독)”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나라 명문가든, 세계의 명문가든

“다독‘이 어디서든 제 1의 근본의 되는 건 분명하네요.

왠지 자신감이 좀 충전되는 기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 “독서”는 명문가의 시작입니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12. 06:15
 

<지식 ⓔ season 2> -  EBS 지식체널ⓔ



지식 e SEASON 2 


EBS 지식채널은  2005년 9월에 기획 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편씩 방영되고 있습니다,
벌써 책으로도 season 4까지 출판되어 있는 상태구요.
이 프로그램은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단 '5분' 동안 전해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생각꺼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짧지만 강렬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 책 역시도 짧은 문구들 속에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리고 잘 알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 해석, 그리고 이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season 2>를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생각은 이 책은 앞으로도 점점 지금보다 더  “진화”되는 책으로 남겠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season 1> 보다 확실히 더 자세하고(그러나 간략함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자세하면서 간략할 수 있다는 거...어떤 의민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리고 더 적극적이라고 할까요???

<season 1>은 “구분하기”, “밀어내기”, “기억하기”, “돌아보기” 이렇게 4개의 커다란 패러다임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 다시 10개의 단상이 담겨있습니다.

지금 우리와 관련이 되어 있는 문제들, 그리고 과거에서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던 문제들, 그리고 그러지 않아야 하는데 점점 우리가 잊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단상들이 정말 깊은 생각과 반성, 그리고 성찰을 하게 만드는 어찌 생각하면 깨달음에 관한 책이라고 나름 생각하게 됩니다.


<season 2>는 “희”, “노”, “애”, “락”이라는 또 다른 네 가지 패러다임이 1권과 마찬가지로 각각 10개의 단상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에 대한 책입니다. “교양”을 쌓는 책이 아니라 “앎”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고 지낸다 해서 우리 삶에 문제가 되는 내용들은 결코 아닙니다(솔직히 그런 내용이 세상에 존재나 하는지 의문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꼭 알았으면.... 그랬으면 하는 바램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귀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프로를 만든 EBS는 이 5분의 짧은 단상들이 “이슈메이킹”이 되길 원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고, 어느 정도는 안타까운 게 현실이죠.

분명 적지만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시켰고,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이슈가 되기에는 EBS의 시청률이나 파급력이 너무 미미한 현실이라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MBC나 KBS, SBS를 통해서 방송됐다고 해서 그게 달라지진 않았을 거란 개인적인 생각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우리의 눈과 귀가 예능에 너무 충분히 익숙해 버린 탓에....)

<season 1>이 현실, 상황, 직면한 과제에 대한 탐구였다면, <season 2>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사람에 대한 기억에 관한 내용입니다.

평범한 재단사 전태일의 분신의 이유, 시각에 후각까지 상실한 스티비 원더, 만년 2등의 귀환 이봉주, 빛의 화가 렘브란트,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피사체로 찍었던 사진작가 최민식, 그리고 강요한 군국주의 애국심으로 희생된 가미카제 특공대....

이 책을 읽은 후에 제가 비난했던 이들을 가리키던 손가락은 저를 책망하는 손가락으로 그 방향이 전환됐습니다.

잘못 알고 있었기에, 그저 들리는 이야기에 편승해 쉽게 손가락질 했던 제 손이 부끄러워졌으니까요.

물론 현재 제가 더 많이 알게 됐고, 바르게 알게 됐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더 잘 알기 위해 입을 다물고, 손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그저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됐을 뿐이라고요.....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며, 점점 사라지는 골목길이 그리울 것이며, 작은 엄지로부터 시작된 문자 메세지에서 비롯된 촛불의 행렬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작습니다. 그러나 그 안엔 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용은 내 생각을 복잡하고 어렵게 재구성합니다.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용은 계속 읽다보면 자꾸 긍정적인 방향으로 불편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은 평범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용은 태산을 옮길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여러분의 손 안에,

꼭 이 책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9. 05:38
 

<단 하루만 더> - 미치 앨봄


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잊혀질만하면 한권씩 책을 내는 사람.

우리나라엔 이 책까지 전부 3권의 책이 출판됐고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라와있습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그리고 이 책 <단 하루만 더>

한때 제가 사람들에게 즐겨 선물했던 책도 이 사람 책이었습니다.

이유는, 부담감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과,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혹은 실화임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화술능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거든요.

영혼이나 죽음에 대한 그의 동양스런 생각도 친근하게 느껴졌구요.

그의 소설을 함축시킨 단어를 찾으라면 “인연”과 그리고 “관계,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세상과 따뜻하게 소통함으로써 주위를 변화시키는 신비로움을 만날 수 있었고,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읽을 땐 내가 하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생과 사를 결정하게 된다는(결정할 수도 있다는...이 아니라) 섬뜩한 기운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단 하루만 더>에서는,

빙의에 가까운 죽음의 체험과 그 곳에서 만난 죽은 자와의 소통.

그로 인해 새롭게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왕년의 잘 나가던 시절”

그 시절이 없거나 그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과거의 그 “왕년”에 발목이 잡혀 지금 서서히 무너져 가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의 해체를 경험했던 그의 손엔 지금 한 장의 사진이 들려있네요.

사진 한 장으로 통보 받은 딸의 결혼 사실.

어른이 된 그는 또 다시 가족의 해체를 느끼며 결심을 하게 되죠.

그리고는 고향으로 차를 몰고 떠납니다.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에서 도망쳐 나온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을 키워준 야구장을 찾아가 높이 솟은 물탱크 앞에 지금 서 있습니다.

하나, 둘, 셋!

허공을 향해 뛰어내린 그의 눈앞에 뭔가가 스치듯 지나갑니다.

이미 몇 년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당신의 어머니가...

아픔과 상처 속에서 깨어난 그 사람은 어머니를 만나 다시 어머니의 아들로 돌아가 함께 대화를 하고, 산책을 하고, 어머니가 준비해 주는 식사를 합니다. 따뜻한 온기 속에서.

그는 어머니와 함께 한 사람, 한 사람 평온하고 아름답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간호사에 미용사, 청소부이기도 한 어머니는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 준비해주죠.

어머니는 모든 걸 포기한 아들에게 “죽음”을 통해 “삶”을 깨닫게 해 주고 싶었던 겁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도록, 그래서 다시 시작하고 싶도록 말이죠.

어머니는 마치 죽음의 강을 건너 주고 배 삯을 받는다는 그리스 신화 속 뱃사공 “카론”을 떠오르게 합니다.

배 삯으로 건네지는 한 닢의 동전 대신 그녀는 아들에게 새 삶의 약속을 무언 중 받아내고 있는 셈이죠.

돌아간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아들 또한 어머니와 보낸 그 짧은 하루의 시간동안 진심으로 체화하게 됩니다.

자, 이 정도면 아주 성공적인 deal이 이루어진 셈이네요.


모는 가족의 이야기는 결국 다 “유령 이야기”라고 합니다.

오늘 내 모습으로 인해 내 가족 누군가가 통곡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살아 있든, 혹은 죽어 있든 내가 그 사람을 다시 유령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당신은 누군가의 품 안으로 뛰어 들어가 통곡할 자신, 혹 있으세요?

살면서 때론 유령을 만나는 것보다 누군가의 앞에서 통곡하게 될까봐 그게 더 두렵고 무서운 게 사실입니다.

제 인생 하나 책임질 깜냥조차 못되는 허접인생처럼 취급될까 두려워 어쩌면 울음을 꾹꾹 참게 되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속으로 담기는 울음의 폭발력을 아세요?

장담컨대 그 위력은 한 사람의 인생은 뿌리까지 그리고 흔적없이 날려버릴 정도죠.

이 책을 만나고 난 후의 느낌은,

이제 정말 잘 돌아가야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통곡”을 통한 “정화”가 필요하다면 혹은 찾아온다면 도망치진 말아야겠다는 사실도요.

세상의 모든 인생은 짧든 길든 결국은 집을 찾아가는 “귀로의 여정”이라는 말, 이제는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살면서 어쩌면 저 또한 그럴지도 모르죠.

인생에서 “단 하루만 더”를 바라게 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요.

그런데 그리운 사람, 사랑했던 사람과 단 하루만이라도 더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에게는 이미 그 하루가 주어져 있는 셈이라네요.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라는 사실이겠죠?

혹 돌아오고 싶지 않다면......

이 말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제가 당신의 편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잘 돌아와 주세요...

당신의 “되돌아옴”을 기다리며......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1. 22:45
 <쌍둥이별> - 조디 피콜트


 쌍둥이별


자, 이제 상상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고 절실하게...

당신은 여자고, 엄마고 그리고 전직 변호사였습니다.

소방관인 남편과 개구쟁이 아들, 인형같은 딸을 가진 당신은 일보다 가정이 더 소중하기에 변호사를 미련 없이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 있죠(그리고 그 결정에 결코 후회한 적 없이 살고 있습니다)

딸이 두 살이 되던 어느 날,

멍이 든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간 당신은 믿어지지 않는 말을 듣게 되죠.

당신의 사랑스런 딸이 전골수구백혈병이라는 희귀 혈액암에 걸렸다는 사실을요. 이제 막 두 살이 된 당신의 딸에게 지금 의사는 5년여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합니다.

자, 이제 당신은 무얼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어쩌면 드라마에 이에 “또 백혈병” 타령이냐고 이마를 찌푸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엄청난 사실을 품고 있습니다.

현재의 생명과학의 성과와 그 진실의 이면에 대한 고발이기도하죠.

과거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현재의 의료과학과 그리고 인간 생명 윤리에 대한 권리가 지금 저울의 양 끝에 서있습니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인간 복제......

엄마는 딸을 살리기 위해 전문의를 찾아가 완벽한 유전자 일치자가 될 배아(기증자)를 뽑아 임신을 합니다.

드디어 가족의 세 번째 아이가 태어나죠.

여자(엄마)는 스스로 고백합니다.

“내가 이 앨 계획한 건 이 아이의 언니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야”라고...

이제 이 목적에 합당한 딸, 안나의 삶이 시작됩니다.

태어나자마자 재대혈을 시작으로 언니 케이트가 재발했을 때, 다섯 살 어린 안나는 림프구를 세 번이나 뽑아 기증해야 했습니다. 림프구가 소용이 없어지면 이식을 위해 골수를 뽑아야 했고, 케이트가 감염이 됐을 땐 과립구를 기증해야 했으며, 또 다시 재발했을 땐 말초혈액 줄기세포를 기증해야 했습니다.

몇년간 호전의 기미도 보였지만 가족의 바람과는 달리 케이트의 몸 기관들이 하나하나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13살이 된 안나는 언니에게 신장을 기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안나는 말합니다.

“언니에게 기증할 때마다 난 아파도 참아야했어. 몸에 주사를 꽂은 채 골수가 뽑히는 걸 그저 바라만 봐야 했지. 멍이 들고 뼈가 욱신거려도 어쩔 수 없었어. 내 몸속 줄기세포를 더 많이 발화시키는 주사를 맞을 때도 입 다물고 있어야 했지...... 난 기니피그가 되는 게 지긋지긋해. 내 기분이 어떤지 아무도 묻지 않는 게 지긋지긋해...”

안나는 급기야 부모를 상대로 의료 해방 청구소송을 하게 됩니다. 자기 몸의 권리를 위해 부모를 고소하게 된거죠.

상대편 변호사는 엄마!...

........이쯤 되면 이 가족....

해체를 넘어서 파괴가 되어 간다고 생각되시겠죠!

하지만 만약 당신이라면,

이 상황 속의 엄마가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이야기는 한 단락씩 서로 다른 화자에 의해 서술되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 안나, 케이트, 제시(아들), 변호사, 법정후견인...

그래서 어쩌면 이 모든 사람들의 말에 다 공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아픈 아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해도 자신이 낳은 또 다른 아이에게(철저한 계획으로 만들어진 자식이라 해도) 무조건적이고 계속적인 희생을 요구해도 되는 걸까?

자식을 위한 최선이란 명목으로 부모가 하는 결정이 자식들 중 한 아이만 위한 일이라면 그게 정말 옳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엄마에게 저 역시도 단단히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돌덩이 밑에 깔린 희생자 안나가 너무 안타까워 가슴이 답답했던 건지도...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엄마를 더 이상 비난하지 못하게 되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엄마의 선택과 결정이 옳지 않다고 말하기가 점점 힘겨워 집니다.

그리고 혼돈에 빠지게 되죠.

정말 뭐가 옳은 거고, 누가 정당한지가....


누군가는 고작 13살 아이가 어떻게 변호사를 만나 소송을 걸 수 있느냐며 아이에 대한 “조숙”에 대해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안나라면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안나는 누구보다도 언니 케이트를 사랑하고 좋아합니다.

언니의 치료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는 안나에게 언니는 가족이면서 동시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안나가 어떻게 언니에게 “이제 그만 하겠다!!!”고 외칠 수 있었을까요?

여러 차례 주저하기도, 후회하기도 하면서도 안나는 결코 그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고백하죠.

“내 속에는 언제나 언니가 살아 있기를 바라는 내가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자유롭기를 바라는 무서운 나도 있다. 나는 언니가 살아 있기를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언니에게서 헤어나기를 원한다. 언니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 해도 나는 어른이 되어 살고 싶다”

그런 이유로 언니의 죽음은 안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자, 또한 가장 좋은 일이 되기도 하죠.

이런 말을 듣는다면 이제 안나가 섬뜩하게 느껴질 차롄가요?

어린 13살 안나가 이런 말을 하면서까지 소송을 계속 이끌어 나가는 이유는 바로 다름 아닌 “언니” 케이트의 소망이 그 원동력입니다.

케이트는 안나에게 말합니다.

“더 이상 괴물로 살고 싶지 않아, 이제 그만 가고 싶어...”

그리고 점점 망가져 가는 신장으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케이트를 몰래 찾아간 안나는 언니에게 이런 말을 듣습니다.

“고맙다!”고...

(울컥, 안나와 케이트 때문에 마음이 아립니다...)


“쌍둥이별”

밤하늘을 보면 다른 별들보다 유독 더 밝아 보이는 별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별들이 바로 쌍둥이별이라네요. 두 별은 서로의 궤도를 도는데, 때로는 한 바퀴를 도는 데 거의 백 년이 걸리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이 두 별은 엄청난 중력을 일으켜 다른 것들이 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마치 몸의 일부를 공유하는 샴쌍둥이처럼...

안나와 케이트.

누가 남아 세상을 살아가든 어쩐지 그 둘을 분리해 낸다는 건 이제 영원히 불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남아 세상을 살게 될까요?


* 이 이야기도 역시나 지금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노트북>의 닉 카사베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주인공 엄마 역은 카메론 디아즈. 안나역엔 애비게일 브레슬린, 그리고 안나의 변호사론 알렉 볼드윈이 나온다고 하네요.

제목은 원작 그대로 <My sister's keeper>로, 6월 미국 개봉 예정작입니다.

아무래도 꼭 챙겨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25. 06:42
 <헝그리 플래닛> - 피터 멘젤 & 페이스 달뤼시오


 헝그리 플래닛



오늘은 좀 특이하고 대단한 책을 한권 소개해 보려구요.

처음 도서관에서 이 책을 손에 잡았을 땐 먹거리를 소재로 한 여행집의 일종인가 하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진들도 그렇고...

궁금할 때가 있쟎아요.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런 걸 먹을까?

분명 이 책도 처음 출발은 그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진작가인 남편과 TV 뉴스 프로듀서 출신인 작가 아내(그래서인지 이 책은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짙습니다)는 전 세계 24개국을 돌면서 총 30가족을 만나 가족 구성원들이 일주일 동안 소비하는 식품과 그들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일주일치의 먹거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가정을 보면서 어쩌면 첫 페이이지에선 저처럼 군침을 흘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페이지씩을 넘기다 보면 엄청난 먹거리 가치의 차이, 그리고 음식의 대량 유통의 폭력과 그에 수반되는 위험과 장애 요소를, 그리고 광범위한 인류와 환경의 파괴 등 먹는다는 의미 하나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어쩌면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공포나 재앙처럼 다가올지도 모르겠네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에서 시작된 “음식”은 <부족>의 단계를 이미 오래 전에 지나쳐 이제는 <과잉>을 너머 <폭발>의 단계에까지 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족>이라는 용어 자체도 사치로 여겨질 만큼 <결핍>과 <기아>로 허덕이며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 또한 분명 있습니다.

누군가는 당뇨, 비만 등 과잉 섭취로 인해 목숨의 위협을 받고, 누군가는 물 한방울의 허기조차도 채우지 못하고 죽어가기도 하는 엄청난 재앙의 양분화가 지금 세계에선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죠.

불을 사용하면서 인간이 진화가 됐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일 때지만, 생식 문화에서 화식문화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식생활은 발전함과 동시에 또한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냉장고라는 꿈의 기계 발명으로 음식 보관에 대한 형태가 바뀌면서 저장에 대한 욕구가 인류의 또 다른 소유욕을 부추기게 됐겠죠.

지금은 정크 푸드라고 해서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페스트 푸드가 기여한 식생활 개선(?)의 효과도 여기에 지대한 몫을 담당합니다. 여기에 대형 마켓 체인점에 의해 공급되는 가공 식품들의 활약을 무시하면 아마도 그들이 많이 서운해 하겠죠?

(써 놓고 보니 정말 전쟁터 아닙니까?)


호주, 영국, 미국의 일주일치 먹거리 사진과 부탄, 차드, 과테말라의 일주일치 먹거리의 사진은 과히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누군가의 일주일치 먹거리는 다른 누군가의 1년분 먹거리에 해당한다는 사실.

거기에 가족 구성원의 비율까지 계산한다면 그 차이는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누군가 하루 6캔의 코카콜라를 비울 때, 누군가는 아침마다 몇 km를 걸어 겨우 한 동이의 물을 그야말로 구해옵니다. 10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뜨거운 모랫길을 물동이의 그늘에 의지해 돌아오겠죠.

아마도 제 생각이지만 그 아이는 돌아오는 내내 물 한번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에 이고 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물은 낟알의 형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곡물을 죽으로 끓여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한 국자씩 먹어야 하는 그 물이니까요.


이 책에선 현대인의 식생활에 대한 문제점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최소한의 영양조차 섭취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인들이 들여온 라면을 생으로 씹어 먹는 데서 충격을 받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책머리에 밝히고 있습니다.(그것도 외부세계와 거의 단절됐다고 생각된 곳에서요....)

왜 이 같은 가공식품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됐는지, 이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우려, 그리고 그것들에 의한 폐해의 정도까지 이 책은 읽어갈수록 많은 다른 것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일수록 가공식품과 탄산음료, 육류의 소비가 엄청나게 많고 그런 곳은 여지없이 비만과 당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다이어트 비용 또한 엄청난 경제 지출을 차지하고 있고요.

실제로 이 책에 참가한 선진국 가족은 본인들의 일주일치 먹거리 사진들을 직접 보고 식생활을 돌아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이 현재의 자신들의 식생활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남긴 음식을 포장해 가는 방법이요?

물론 다행이고 좋은 방법이죠. 그러나 그걸로 정말 끝이 날까요?

그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포장 용기들은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하나하나를 따져 가다보면  정말 이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인류가 끝이 나야 끝나는 이야기겠죠.


저자는 한국 독자를 위해 작성한 서문에서 우리나라의 식생활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이 빠진 나쁜 식생활의 늪으로 빠지지 않았고, 전통 한식을 고수해 올 수 있어서 여러분은 행운”이라고요.

어쩌면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행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닌 가요!!!

우리나라도 과잉 섭취로 인한 비만, 당뇨 인구가 해마다 엄청난 숫자로 증가하고 있고, 세계 온갖 페스트 푸드들이 그들의 정크 푸드들을 앞다퉈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그야말로 총공격을 다 있습니다.

음식물에 의해 야기된 3차 대전이죠.

이런 음식의 폭격 앞에 초토화 되지 않을 자신,

정말 우리는 있는 걸까요?


* 참고로 이 책에는 모두 6편의 에세이가 중간중간 들어 있습니다.

저자들 외의 사람들이 쓴 글이죠.

이 글들을 주의 깊게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먹거리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들을 주는 글들이니까요.

“광우병 소”에 대한 파문으로 저 또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어쩔 수 없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식습관에 대한 반성도 많이 하게 됐구요.

고백하자면, 저는 먹는 즐거움보다는 담는 즐거움에 번번이 패배하거든요.

그래서 늘 잔반을 너무 많이 남겼습니다.

지금은 많이 고치고 있고 그리고 일단 담은 음식은 다 먹으려고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혹 식당에서 누군가 담는 즐거움에 이성을 잃고 있다면 여러분들께서 부디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어주시길....(가령 집게를 제 손에서 살짝 제거해 주시던지, 아니면 그 사람의 귀에다 “그만!” 이라고 단호한 일침을 가해주시던지....)

좀 창피한 고백이지만 정말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