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11. 13:13

Story는 늘 흥미롭다.

그게 타인의 이야기일 경우에는 더 그렇고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욱 더 그렇다.

우리는 결론이 막장이었든 순애보였든 이별에는 뭔가가 있을거라고 짐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

시작도, 끝도 특별함 보다는 평범이 태반이라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이야기가 궁금한건

일종의 "위로"를 받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들보다는 내 허접한 연애가 조금은 낫지 않나...

하는 소박한 확신, 아니 자기 최면.

그러니까

Story속에 은근슬쩍 내 이야기를 끼워넣으려는 시도다.

애매하고 교묘한 시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면서 사는구나...

제 3자의 덤덤한 시선으로 둘러보는 박물관.

"실연"이라고 했을때

우리는 남녀의 사랑만 떠올리지만

이 박물관에서의 broken은 그보다 더 넓은 의미다.

어머니,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기억들까지.

Broken Relationship에는 broken love만 있는건 아닌데

실연... 이라는 우리말 앞에 일종의 선입견이 생겨버리긴 했다.

그런데,

사랑도 실연도 이쯤되면 별 게 아니라서...

 

 

박물관 한켠에 방문객을 위한 방명록이 있길래

나도 따라 몇 자 적었다.

Good bye Love,

Forever 라고.

 

Tomorrow is another day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10. 09:35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이름하여 실연 박물관 혹은 이별 박물관.

이곳을 오고 싶었던 이유는,

story때문이었다.

전시된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

그게 궁금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이별했을 때는 이유와 사연이 있을테니까.

 

 

이 박물관의 시작은 실제 연인이었던

드라젠 그루비식과 올린카 비스티카에 의해서였단단.

4년 간의 연예를 정리하면서 그들의 만남을 추억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아마도 물고뜯는 이별이 아닌 아름다운 이별이었던 모양이다.

처음엔 두 사람의 물건으로 채워졌었는데

소문을 듣고 세계 각국에서 물건들을 보내와서 지금과 같은 규모가 됐단다. 

요즘 말로 하면 "이별"을 콘텐츠화 시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입장료는 40쿠나.

유로화는 안되고 only 쿠나만 가능하다.

나라별 무료 안내책자도 있는데 나올 때는 꼭 반납해야한다.

안내 책자를 찾아가며 보다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일단은 스킵했다.

대신 사진으로 찍어서 심심할 때마다 하나하나 해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타인의 비밀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어딘지 살짝 미안하기도 하지만

보라고 전시한 것들이니 맘 놓고 story 속으로 들어가보자.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천천히!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7. 08:42

2016년 혼자 크로아티아 여행을 했었으니

자그레브는 두번째 방문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실연 박물과"

2년 전에 못가서 이번에는 꼭 가보고 싶었다.

카타르 항공이 슬로베니아는 운행하지 않아서

어차피 자그레브까지 와야 했고 그 기회에 잠깐 들러보자 생각했다.

산마르코 성당 어디쯤이라고 했으니

트랩을 타고 반옐라치치 광장에 내렸다.

한 번 왔었다고 이렇게 또 오니 더 반가웠다.

 

 

실연박물관 가는 길에 우연치 않게

근위대 교대식을 봤다.

전혀 모르고 갔었는데 정어에 거행되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갔더니

근위대 교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스탠바이 상태.

그 와중에 두번째 군인은 상사의 눈을 피해가며 연신 윙크를 날린다.

그마저도 귀엽다.

아직 어리고 젊은 청년의 페로몬을 누가 막을수 있을까 싶어서...

 

 

아테네, 프라하, 자그레브.

지금까지 세 번의 근위대 교대식을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이곳이 제일 인상 깊었다.

아테네는 코믹과 절도 중간이었고,

프라하는 어마무지한 인파 때문에 사람들 머리만 본 것 같는데

자그레브는 제대로다.

일단 강렬한 붉은 옷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음악대도 있고, 동원된 군인 수도 제법 많다.

총으로 하는 퍼포먼스는 절도가 넘치고,

군인들 표정과 움직임에도 품위가 느껴진다.

동영상으로 열심히 촬영했건만 용량이 커서 올릴 수 없다는게 함정.

(동영상 편집... 이딴거 할 줄 모르고, 앞으로도 계속 할 줄 모를거고...)

뭐... 대략 캡쳐 사진으로 만족하는 걸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6. 08:27

이름에 "사랑"이라는 뜻이 들어있는,

사랑스런 류블라냐에서의 마지막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어제 밤엔 아주 절묘한 순간에 숙소로 돌아왔다.

메텔코바와 밤산책을 마치고

근처 마켓에 들러 동생이 부탁한 하리보젤리와 말린 무화과를 샀다.

숙소에 들어와 짐을 내려놓는데 쏴~~아 하는 빗소리가 들렸다.

폭격처럼 퍼붓던 비.

내내 하늘이 잔뜩 흐렸는데 드디어 사단이 났다.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하마터면 비맞은 생쥐 꼴이 될뻔했는데 타이밍 최고였다.

그리고 오랫만에 빗소리 덕분에 잠도 푹 잤다.

휘성의 노래와 함께.

 

 

오늘은 국경을 넘는 날이다.

슬로베니아 류블라냐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장거리 버스를 타야해서 든든한 조식은 필수다.

또 다시 깨어나는 푸드 파이터의 본능.

나도 정말 궁금하다.

어떻게 저 많은게 다 들어가는지가.

평소에는 잘 안 챙겨먹는 편인데

여행만 가면 어마어마한 조식 대식가가 되는지...

그냥 여행지에서만 발휘되는 괴력이라고 해두자.

숙소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류블라냐성과 성 니콜라스 대성당의 첩탑을 보니

슬로베니아 일정이 끝났다는게 실감됐다.

늘 그렇듯 아쉽다. 아주 많이.

 

 

오전 8시 30분 자그레브행 버스에 올랐다.

처음 타보는 2층 버스였는데

1층에 빈자리가 없어 2층 오른편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다.

두 번의 국경심사로 하차와 승차를 반복했고

버스 안에서 한국행 비행기 웹체크인을 완료했다.

자그레브로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잔뜩 흐려서

캐리어에 넣어버린 우산을 다시 꺼내야하나 몇번 고민하다 깔끔하게 포기했다.

일종의 될대로 되라는 식.

오전 11시 자그레브 버스터미널 도착했다.

오후 2시 30분 이곳에서 공항행 리무진을 타야하니 3시간 30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다.

캐리어를 맡기고(3uro)고 트램티켓(4HRK)도 한 장 샀다.

한 번 왔었다고 방향을 찾는데 막힘이 없다.

2년 전 처음 왔을때만해도 트램을 잘못 탈까봐 몇 번씩 묻고 또 물었었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장소에 서있는듯한 느낌.

반갑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5. 08:35

류블라냐 시청사 근처에 빨간 버스가 서있었다.

만화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놀이시설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입구에서 들여다보니 도서관이더라.

세상에나...

이렇게 귀엽고, 이쁘고, 깜찍한 이동 도서관이라니!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괜찮단다.

일단 책이 엄청나게 많아서 맘에 쏙 들었고,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한 권도 없겠지만...)

넓찍한 내부도 아늑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자리잡고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제일 뒷쪽엔 꼬마녀석 세 명이 앉아 있었다.

책에 빠져 있는 모습,

책을 고르는 모습,

잠까 고개를 들어 이방인을 쳐다보는 모습,

다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불쑥 나타난 낯선 이의 시선이 불편했다면 정말 미안!)

 

 

류블라냐 여행은 프레셰렌 광장이 그 시작이란다.

그래서 마지막 여정도 그곳에서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성 프란체스카 성당은 예배 준비가 한창이었고

고해소 안으로 한 줄기 빛이 내려가는 모습이 성령의 은사같아 절로 거룩해졌다. 

어둠이 내린 광장은 좀 무서웠고,

시인 프레셰렌 동상도 많이 괴기스럽긴 했지만

(특히 위에 있는 저 여인...)

그 또한 마지막의 여운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세 번을 류블라냐로 돌아왔으니 나름의 "정"이라는 것도 들었을텐데

그 정을 미련없이 떼고 가라는 의미인가보다... 생각했다.

 

긴 하루의 끝과.

슬로베니아 여행의 끝은,

달콤하고 시원한 젤라토로 달랬다.

나쁘지 않은 엔딩 크레딧.

시원하고 또 달콘하여라...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4. 09:25

메텔코바 예술촌(Metelkova Arts Center)

사실 류블라냐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류불라냐에 매번 돌아올때마다

기차역부터 메텔코바 가는 길까지 쭉 이어지는 그래피티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아끼뒀다가 여행 마지막 날에 찾아갔다.

 

 

과거에는 확실히 그랬었는지도 모른다.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대안 문화공간이었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우범지역이 됐다.

여행책자에도 밤늦은 시간에는 절대로 가지 말란다.

혼자서는 특히나!

이곳에서 불법적인 거래가 많이 이뤄진단다.

심지어 마약가지도...

지금은 자정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데

아직까지는 좀 무섭긴하다.

하긴 어스름한 초저녁에 혼자 갔으니 무서운게 당연하다.

 

 

젊은 예술가들이 살았을때는

갤러리와 공연장, 클럽 등이 있었다는데

자금은 확실히 음산하고 어둡긴하다.

히피스런 젊은이들이 휘바람을 불며 뭐라고들 하는데

그냥 못들은척 했다.

슬로베니아 말이라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donation이라는 단어도 보이는데

정말 donation을 위한 건지는 좀 의심스럽다.

아무렇지 않은척 둘러보며 사진을 찍긴 했지만

숙소에 돌아와서 확인했보니 엄청 흔들렸더라.

그나마 건진 사진들도 이 모양. 

ㅋㅋ 나... 엄청 쫄았었나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3. 10:19

비오는 류블라냐 거리를 걸었다.

오후 7시가 넘은 시간.

하늘은 흐리지만 날은 아직까지 밝다.

적당히 젖은 거리는 포근했고 비냄새를 품은 공기는 청량했다.

콩크레스니 광장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류블라냐 대학교 정문에 둥그런 명패(?)가 달렸다.

543 do 100

무슨 뜻일까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막연한 카운트다운 앞에 완벽한 문맹자가 되버린 나.

광장에서는 한창 공연 준비중이었다.

학생들 작품인것 같은데 제법 규모도 크고 의상도 제대로 준비되있다.

잠깐 머물면서 발레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저 주황색 입은 무용수가 주인공 ^^

근데 주인공이 저렇게 설렁설렁 연습해도 되는건가?

켠디션 조절하는건가....

 

 

저 노란색 건물은 박물관일테고,

슬로베니아 필하모닉 아카데미 건물도 보인다.

건축양식 같은건 1도 모르겠고

이쁜 건물이 눈 앞에 있으니 저절로 보게 되고

보고 있으면 이뻐서 더 보게 된다.

튀는 색도 없도 같은 색도 없다는게 마냥 신기하다.

화창한 날의 류블라냐도 지만

비에 젖은 류블라냐는

전설 같고, 신화 같아서 더 좋았다.

 

용이 사는 도시, 류블라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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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해도 괜찮아2018. 11. 30. 16:36

 

나는 좋은 도구(好具)가 되고 싶었다.

그게 늦게 시작한 나의 최선의 선택이자 최고의 무기라 믿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밥벌이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호구(戶口)가 없어

호구(湖口)를 걱정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더라.

열심히 했더니 더 하란다.

잘 했더니 또 하란다.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았다.

지금같은 한계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나는...

나를 먼저 생각했어야만  했다.

남을 위한 배려가 당연함이 되버렸고

숱하게 무시되는 규정과 규칙을 보는 것도 징글징글하다.

기본이라는게 뭔지...이젠 하나도 모르겠다.

 

호구(好具)를 꿈꿨건만

호구(虎口)가 되버린 나.

어쩌면 좋을까,

이 불쌍한 호구를...

Posted by Book끄-Book끄
soso해도 괜찮아2018. 11. 19. 09:24

현재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정확히 이렇다.

Between Answer and Solution.

주말을 지내고 나면 뭐가 됐든 답이 나올거라고 믿었다.

아니 실제로 답이 나와야만 했다.

답을 얻어야했고, 답을 얻고자 주말 내내 책을 읽었다.

늘 그랬듯 책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다른 책은 모르겠지만

이 책이라면 그래도 답을 찾는데 도움을 줄거라 믿었다.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 아워>

 

이 분은 어떻게 버텼을까...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걸 잘 알지만

궁금했다.

어떤 사명감이, 어떤 믿음이 이 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명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여전히 도망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고,

이 모든 상황이 이해할 수 없다가도 이해가 되고, 이해하면 할수록 빨리 때려치워야 할 것 같다고...

이 짓거리를 계속하는게 정말 맞는건가 의심스럽다고,..

적절한 시점에 이 판에서 빠져나가야 더는 추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지금의 내가 딱 그렇다.

50:50에서 49:51로만 되도

나는 그 1%를 믿고 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심정은 정확히 7:3

고작 3의 마음으로 남아있는게

조직에도, 내게도 옳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파할 자신이 없다는 것까지도 똑같다.

 

오늘까지 답을 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연락이 없다.

내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걸...

이미 알고 있는건 아닐까?

나에겐 solution이 없다.

그럴 능력도 없고 주제도 안된다.

지금의 내 상태는,

Yes or No 같은 단순한 Answer조차도 너무 버겁다.

 

Run! Run Away!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1. 16. 17:26

공교롭게도 내가 여행했을때가

류블라냐 축제 기간이었다.

그래서 거리 공연과 소소한 이벤트들을 심심치 않게 봤다.

오픈 키친 마켓을 지나 음악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걸었더니

시청사 앞에서 거리공연을 하더라.

네 명의 뮤지션이 꾸미는 연주와 노래.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려고 했는데

노래 실력이 상당하다.

그대로 발이 묶여 한참을 감상했다.

 

 

4인조 밴드의 흥도 흥이지만

무대 앞에서 춤을 추는 꼬마들의 흥이 엄청났다.

밴드도, 아이들도, 아이들의 부모도, 모여있는 사람들도

다 얼굴에 엄마미소를 짓고 있다.

아이들의 흥은,

남들 시선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듯 자유로웠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부러웠다.

 

 

 

말의 언어가 아니라

몸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는건 언제나 수줍다.

그게 노래든, 연주든, 춤이든, 그림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몇 개 단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내겐

기를 써도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어쩌면 앞으로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