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10. 29. 06:43
公無渡河 (공무도하) : 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河 (당내공하) : 가신님을 어이할꼬




<남한산성> , <칼의 노래>, <현의 노래> 처럼
역사와 함께 읽히는 서정소설일거라 생각했다.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이 문장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김훈이 역사와 함께 쓴 소설이라면
괜찮겠구나 생각하고 첫 장을 펼쳤다.
어떻게 이런 내용에서 <공무도하>라는 제목을 뽑아낼 수 있었을까?
제목이 주는 처음 배신감이 나는 오히려  다행이고
제목이 갖는 그 확실함이 나는 이제 기이하게 평온하다.
읽기 전과 후의 세계가 이렇게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니..
사랑보다 더 독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물보다 더한 것들을 스스로 건너간 사람들의 이야기.



이미 물을 건너버린,
그리고 지금 물을 건너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백수광부들.
그리고 그를 지켜보고 있는 백수광부의 처들.
그들의 일상이 스산하고 서럽고 그리고 적요하다.
한바탕 물난리가 쓸고 지나간 황망한 빈 자리를 보는 난감함까지...
저 폐허 속에 다시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단지 생각만으로도 야윈 육신은 너무나
고.단.하.다.



사건사고 기자 문정수,
출판사 직원으로 번역과 표지 디자인을 하는 노명희
동료를 넘겨 풀려난 후 고향 창아을 떠난 장철수,
백화점 화재 현장에서 귀금속을 가지고 나온 소방대원 방옥출
딸의 사망 보상금을 몰래 수령하고 고향을 등진 방천석
아들이 키우던 개에 물려 죽은 사건을 뉴스를 통해 보고 종적을 감춘 어미 오금자
이들이 일상과 외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성긴 그러나 견고한 엮힘이 서럽다.
해망이라는 해안 도시에 모여 있는 이 사람들.
방조제 매립사업으로 염분기 가득한 비릿하고 짠기 가득한  도시 해망!
소문도 진실도 그저 끼쳐오는 비릿함에 별 차이가 없는 곳.
그들에게 아무 비난도 할 수 없는 건,
나 역시도 그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백수광부이기에...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선택이었을까?
그들이 물보다 더한 것을 그예 건너버린 것이...



작가의 말이 서럽다.
"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들을 혐오한다.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모든 관계를 혐오하고 불신한다는 사람이 쓴 책.
혼곤한 피곤함으로 육신의 마디마디가 저려온다.
끈질기고 오랜 지병같은 통증이 읽는 내내 함께 했다.

모든 살아 숨쉬는 것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나...
물보다 더한 것을 건넌 그들 앞에서
나는 뒤 돌아보라는 말 한마디도.
서러운 울음 한 번도 내지르지 못한 체 그예 마냥 서 있다.
비루하고 남루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