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8. 30. 15:30
"내가 찍은 사진들로 글을 쓴다면 이렇게 만들어야지!"
혼자 생가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마치 내 생각들을,
누군가 여기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던 책
<끌  림>
내가 이 단어에 항상 얼마나 절절매는지 아마 이 책은 알리라.



이.병.률.
이 젊은 작가의 고백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의 느낌을 담담히, 때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써 내려간 글.
이 책을 여행서에 넣는 건 아무래도 옳지 않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담다.



"열정"이라는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걸 모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 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떨어진 그 암담함과 다르지 않다.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든,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것이 아니라, 몸을 맡게 흐르는 것이다.




쓸쓸한 그 사람은 먼 타국에 혼자 살면서 거북이 한 마리를 기른다.
근데 왜 하필 거북이었을까?
"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오래 살테니까요?
도망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
내가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게 된 이유.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사람의 이야기....



탱고...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
그게 바로 탱고지요...




좋은 계절이라는 핑계로 당신은 그들과의 여행을 계속했고
한 아궁이에서 지은 여러 끼니를 나누어 먹으며
낮선 풍경에 놀라 단체 사진을 수없이 찍으며 각별한 감정들을 나눴죠.
심지어 돌아오기 싫었던 거예요.

그래요.
삶은 그런 거예요.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그런 것.




내게도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나를 견디듯 아니 모른척 하듯 스쳐가고 있다.
티베트 속담이라고 했던가?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때론 뭔가가 찾아올거라는 허황된 환상상이라도 아직 품고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정말 그게 뭐든 상관없겠다고....
뭔가를 아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아직 살아갈 자신이 조금은 있는 사람이니까....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며
공허한 눈빛를 섞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내 추방으로 죄를 물어도 부족하리라는 생각.
그 최초의 유배자가 내가 될거라는 확신에
얕은 시선을 자꾸 아래로 아래로 숨긴다.



그럴 수 있다면....
나 역시도 일생을 품고 살 좋은 풍경 하나
가슴에 넣을 수 있다면...
비록 조금 아름답고 많이 슬픈 얘기일지라도
기꺼이 담고 싶다.

이제 금방 꺽여진 모퉁이 끝에 서 있는 느낌.
모퉁이를 지나면 뭐가 있을까?
내 눈은 아직 슬프다...

그리고 이야기 하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