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7. 7. 6. 08:42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노골적이다 못해 어찌 생각하면 폐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질문.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까지 놀랐던 걸까?

단순하게 나이 든 부모라면... 그래... 사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치매를 알고 있다거나, 중한 병을 앓고 있다면

일말의 흔들림없이 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

부모가 자식인 나를 더이상 기억하지 못하고

이니 지나버린 과거의 기억만이 유일한 현실이 된다면....

기억에 없는 나는 자식으로서 뭘 할 수 있을까?

결론은,

비참하게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다.

 

<미움 받을 용기>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비법과 기술이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일기에 가까운 그의 글을 읽다보면

이 모든 것들이 무던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걸 받아들이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이상적인 부모"라는 틀에 미련을 두지 말라고 말한다.

왜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절대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도 사람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누군가에 의해 행복해질 수도 없습니다...

... 내가 준 것이 내가 준 사람으로부터 바로 내게 돌아오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돌고 돌아서 내게 돌아올 수도 있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돌아오지 않겠지요.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다고, 혹은 돌려주지 못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그저 하면 됩니다. 인간관계에서는 주는 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포함해서 돌아올 것 따위는 기대하지 않으면서요 ...

 

그러니 행위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 고마워 해야 한다고.

부모님이 가족을 몰라보게 된다고 해도 인간으로서의 부모님의 가치는 변하지 않기에

부모 자식이 아닌 "인간"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글을 쓴 작가 자신도 아버지가 초기 치매를 앓고 있었는데 가까이 살면서

아버지 집에서 작업실처럼 글을 쓰면서 간병을 했단다.

그런데 자신이 찾아가면 아버지께선 그렇게 잠만 주무셔서 걱정스러워 아버지께 물었단다.

자신이 와있는게 불편해서 그러시냐고.

아버지의 대답에 내 가슴이 꿍 떨어졌다.

"네가 있어서 안심하고 잘 수 있는 거야."

 

이런 관계였음 좋겟다.

"가족"이라는 건.

엄청나게 거대한걸 해주는게 아니라

존재만으로 안심하고 잘 수 있는 그런 관계.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사실은,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가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