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9. 25. 11:37

이 멋지고 대단한 소설을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읽게 될까?

내게 터키를, 동유럽을, 마침내는 유럽을 꿈꾸게 만들고

결국 그 곳으로 발을 옮기게 만든 나의 위대한 작가 오르한 파묵.

2004년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때

나는 뛰고 있던 런닝머신에서 그대로 멈춰버렸다.

우당탕탕...

운동하던 주위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 지르고,

트레이너들은 급하게 뛰어오고,...

내게 웃지 못할 헤프닝을 안겨 줬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처음 <내 이름을 빨강>을 읽고 오르한 파묵이란 터키 작가를 알게 됐을때

너무 화가 나서 혼자 씩씩거랬더랬다.

화의 원인은,

이 책을, 이 작가를 그제서야 알게된 내 무능(?)하고 편협한 책읽기에 대한 분노였다.

솔직히 이런 마음도 있었다.

'책읽는다고 깝죽거리더니 여지껏 헛읽었구나...'

 

확실히 두 번의 터키여행은

이 책을 훨씬 더 재미있고 생생하게 느끼게 만든다.

아야소피아 주변과 술탄궁전의 골목들을 주인공들과 함께 걷는 기분.

순간순간 공간이동되는 환상에 빠지게도 했다.

역사책이기도 하고, 탐정소설이기도 하고, 환상소설이기도 한 <내 이름은 빨강>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다 화자(話子)이고 미스터리다. 

심지어 죽음도 말을 하고, 시체도 말을 하고, 그림도 말을 한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게 다 살아서 말을 한다.

이 책은 그야말로 alive다.

게다가 더 신기한건,

지금껏 여러번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읽으때마다 새롭게 리셋된다.

분명히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다 알고 있임에도 불구하고

읽고 있는 동안은 이제 처음 읽는 책처럼 새롭게 빠져든다.

정말 마술같은 책.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 되었고 심장은 이미 멈춰버렸다.

 

이렇게 매혹적으로 시작되는 책을 도대체 어떻게 거부할까?

덕분에 요즘 오르한 파묵의 글들을 하나하나 찾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또 다시 오르한 파묵과 깊은 사랑에 빠지려나보다.

좋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