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해도 괜찮아2017. 4. 20. 14:53

가끔 혼자 생각해본다.

현재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게 무엇인지,

일종의 "주제파악" 혹은 "자아비판" 이라고 해두자.

 

좋아하는건,

1. 혼자 있는 거.

2. 음악 듣는 거.

3. 책 읽는 거.

4. 공연 보는 거,

5. 배우는 거,

6. 걷는거.

7. 유럽여행 가는 거.

8. 떡볶이 먹는 거.

 

싫어하는건,

1. 큰 소리로 말하는 거.

2. 얼굴 윤곽에서 턱이 점점 사라지는 거.

    더불에 등살이 겹으로 접히는 거

3.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얼굴 파묻고 있는 거.

4. 지하철에서 안에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가열차게 파고 들어가는 거.

5. 술냄새 풍기는 입과 손으로 귀엽다고 아이들 만지는거

6. 거리에서 담배냄새 나는 거.

7. 아무데나 쓰레기 버리는 거.

 

사실은 이것 말고도 엄청 많지만

요즘 내 감각은 아무래도 "소리" 쪽에 민감하게 열려있는 것 같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내는 창 끝 같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걸 보면...

어떤 때는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래도 능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르신 한 분과 같이 탔는데 나를 위아래로 한참 쳐다보더니 묻는다..

"901호" 사느냐고.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아무도 안 사는 줄 알았단다.

너무 조용해서....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아는 나홀로 아파트에서 

901호 입주자의 존재는 그동안 미지의 이방인으로 취급됐던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 현관문을 닫는데 고민이 되더라..

사람이 살고 있다는걸 티내기 위해 발소리라도 꿍꿍 내야 하나 싶어서...

 

어딘지 김영하 소설 <빛의 제국>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분명하게 인지하고 존재하는 사람이건만

얼굴을 떠올리려고 하면 이상하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

내가 이 아파트에그런 존재가 된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막 나댈수도 없고...

(내 성격에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이대로 계속 수줍은 고스트로 사는 수밖에.

아니면 문 앞에 팻말이라도 걸어둘까?

 

....이곳엔 사람이 살고 있슴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