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6. 1. 22. 08:02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다.

읽으면서 책을 집어던지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이건 완전히 영화 <내부자들>의 소설판이다.

이 거대하고 사악한 진실을 어찌해야 할까?

자가 장강명의 말처럼 정말이지 "빠르고 독한 소설"이다.

예상한 결말이었음에도 뒷골이 뻐근해왔다.

정력도 멘탈도 강하지 못한 나는 이 추잡한 찜찜함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

 

......  인터넷 하시쟎아요. 거기서 싸움이 어디 팩트랑 논리로 하던가요. 논리 싸움은 두 사람이 아주 좁은 화제를 가지고 붙을 때, 그것도 그 두 사람이 좀 양식 있는 사람들일 때에나 가능한 거예요. 인터넷 싸움은 정력과 멘탈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정력 많아요, 그게 직업이니까. 그리고 멘탈도 정말 강해요. 왜냐하면 멘탈이 없거든요. 저희랑 댓글로 논쟁을 벌이는 건 쇳덩이로 된 로봇이랑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쪽이 진 쪽 따귀를 때리는 게임을 하는 거나 비슷한 겁니다 ......

 

사실은 아니지만 진실.

더 정확히 말하면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

나도 궁금했다.

도대체 근거없는 헛소리같은 댓글들은 왜 올리는건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아주 정확하게 알았다.

 

...... 게시판에 글 올린다고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열심히 글 올리고 댓글 달리면 좋아하고 그러겠어요. 남이 좋은 댓글 많이 달아주면 자기가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가 생각할 때에는 별 대단치도 않은 글 올린 녀석이 관심을 많이 받으면 질투심이 넘어서서, 이건 옿지 않다, 정의롭지 않다, 그런 생각마저 하게 되죠..... 모두가 가슴에 단도 한 자룼기 숨기고 있다가 기회만 생기면 팍! 그런데 저희들은 언제 사람들이 미쳐서 그 칼을 휘두르는지 그 타이밍을 알아낸 거죠 ......

 

 

인터넷은  확실히 필요악이다.

사람을 천재로 만들기도 하고 더없는 악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내 또래들은 정말 엄청난 도구가 왔다, 이걸로 이제 혁명이 일어날 거다, 하고 생각했지. 모든 사람이 직위고하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으로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지. 인터넷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권위를 타파해서 민주화를 이끌 거라고도 믿었어. 거대 언론이 외면하는 문제를 작은 인터넷신문들이 취재하고, 인터넷신문조차 미처 못 보고 넘어간 어두운 틈새를 전문 지식과 양식을 갖춘 블로거들이 파고들어갈 줄 알았어. 독재 국가에서는 지금도 인터넷이 그런 고발자, 감시자 역할을 해.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가? 인터넷신문이나 블로거들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하냐고. 아니지. 그냥 거대 언론이 점잖게 기업에 겁을 주고 광고를 따냈다면 인터넷신문들은 대놓고 삥을 뜯지. 블로거들은 동네 식당을 상대로 협찬을 요구하고, 이것도 민주화라면 민주화지. 협박, 공갈, 갈취의 민주화. 누구나 더럽고 야비한 짓을 할 수 있게 되는 민주화 ....

협박, 공갈, 갈취의 민주화.

망할!

너무 정학한 말이라 할 말이 없다.

죄를 안 지으려면 컴맹으로 살아가는게 유일한 방법이겠다.

어딘가에서 눈에 불을 껴고 댓글을  달고 있을 어마무시한 댓글부대들이

진심으로 두렵고 무섭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블로그도 다 총이고 칼이고 흉기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