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6. 2. 06:11
<기발한 자살 여행>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아르토 파실린나(Arto Paasilinna)의 소설 <독 끓이는 여자>
이 핀란드 국민작가의 블랙 유머는 마치 곰삭은 향토 음식을 먹는 것처럼 특별하다.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파실린나의 신작을 기다린단다.
해를 보기 힘든 계절에 그의 작품은 핀란드 사람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나...
(작가로서는 더없이 큰 영광이겠다)
"파실린나"라는 이름도 핀란드어로 ‘돌로 세운 요새’라는 의미란다.
지금까지 쓴 작품만도 50여권이라고 하니 요새를 세우긴 세운 것 같다.
로얄드 달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블랙 유머 작가!
기발하면서 유머러스하게 섬득하다.
그리고 때로는 섬세하기도....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동화적 구조를 가진 이야기다.
외숙모를 등쳐먹는 네가지(?) 제대로 없는 조카의 말로는...
그것도 유유상종으로 만난 절친 2명의 운명도 새끼줄 꼬이듯 줄줄이 엮어나간다.
혀를 끌끌 차면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적극적인 공모자가 돼서 안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저걸 그냥 둬!"
<독 끓이는 여자>
참 제목 직설적이고 원초적이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그 독을 내가 같이 끓이게 된다는 거다.
그것도 무지 적극적으로다...
고민된다.
이걸 맛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한당같은 조카 패거리들에게 뫼비우스 띠처럼 묘하게 되돌아가는 결과들은
유쾌한 박장대소로 이어진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어째든 노부인은 다른 목적이 아니라
불한당들에게 더 이상 시달리지 않고 필요시 깔끔하게(?) 죽을 작정으로 독을 만들었다.
그것도 얼마나 절실했는지 독학으로다가...
(그 심경의 이면엔 "드러운 놈의 세상, 차리리..."라는 마음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노부인이 만든 독은 의도치 않게도 차례차례 불한당들의 최후에 동반된다.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응징"이라 하겠다. (^^)
세 명의 최후가 다 어어없고 황당하다.
(그렇다고 공상과학이나 만화를 떠올리지는 말자~~~ 절대로!)

아마도 핀란드라는 나라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인간 말종"들이 꽤 있나보다.
(이걸 친근하다고 해야하나... 참...)
아르토 파실린나는 핀란드 사회의 이런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는 작가로 유명하다.
어쩐지 두 나라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나라 핀란드에 "아르토 파실린나"라는 작가는
확실히 치료제의 역할을 해주고 있단다.
(이 사람의 소설들을 읽으면 그 의미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치료제 같은 작가 한 명 있었으면...
덧없는 바람이 덮은 책장 끝에 고스란히 남는다.
아... 우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