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4. 10. 07:48

그야말로 폭풍같은 탐독이다.

이러다 "스페인"라는 단어가 나오는 책은 다 집어 삼켜버릴지도 모르겠다.

이론적으로만 따진다면 스페인을 두어번 다녀온 사람 축에 들겠다.

원래 남대문 인 본 사람이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처럼.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스페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어느 정도 걷히고 있다는 거다.

환상과 현실 사이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팽팽한 힘겨루기를 지켜보는게 꽤나 재미있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유토피아적인 환상은 열추 제정신 언저리로 돌아온 것 같고

(불행히 가우디에 대한 환상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혀 흥미롭지 않았던 플라멩고에 대해 비로서 다른 생각을 품게 됐다.

플라멩고가 단지 떠돌이 집시들의 춤만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이 알게 해줬다.

책을 보면서 두 번 놀랐다.

플라멩고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춤과 노래, 기타연주와 손벽장단이 함께 어우려져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온 몸으로 소진해야만 이해되는 언어.

추는 사람도, 연주하는 사람도, 그리고 보는 사람까지도.,,

몸의 언어 속에 온전히 갇혀야만 알 수 있는 세계.

그 언어의 굽이굽이에는 한(恨)이 서려있다.

그걸 춤으로만 이해하려 했으니 참 얼마나 어이없고 무모한 치기던가!

게다가 천하에 둘도 없는 박자감 제로의 몸치는 주제어...

 

이 책은 읽으면서 두 번 놀랐다.

책 표지의 현란한 색채에 한 번 놀랐고

(솔직히 쌈바 음악 흥건한 브라질 어디쯤이 생각나더다)

안의 내용이 정말 실하고 알차서 또 한 번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모든 열정을 깨워

스페니수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워 할 자신은

그러나 여전히 없다.

터닝포인트를 꿈꾸는 것도,

그렇다고 투우사의 소의 숨을 끊는 그 결정적 순간을 꿈꾸지도 않는다.

나는 다만 걷고 싶을 뿐이다.

걷는게 내겐 숨이고 쉼이다.

잡념이 많아졌다.

그리고 불친절해졌다.

제일 불친절해진 대상은 바로 나.

 

이 책에 나온 스페인의 길들.

나는 그 길들을 과연 걷게 될까?

걷게 된다면 언제쯤에 그렇게 될까?

꿈만 꾸고 있다.

그나마 그게 숨길이다.

 

어쩌면...

뜨거운 햇빛은 기억을 증발시켜줄지도 모른다.

흔적도 못찾게 아주 깨끗이.

 

나는 기억을 완저 연소시키기위해

스페인 그 곳을 꿈꾼다.

스페인은 그래서 내겐 멈추지 않는 유혹, 그 끝판왕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