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 끄적...2016. 4. 5. 08:20

밤 꽃 마실 다녀왔다.

한강까지 연결되는 산책로를 따라 성산대교까지 왕복했는데

돌아오는 길은 일부러 벗꽃길로 걸었다.

밤 9시의 벗꽃길은 산책로보다 오히려 한가했고

햐얗게 빵빵 터진 벗꽃은 까만 어둠 속에서 하얀 쌀을 튀겨놓은듯 포실했다.

원래 밤에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거 싫어하는데

이 포실한 녀석들은 그냥 지나갈 수가 도저히 없더라.

오늘쯤엔 만개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녁 산책길이 또 다시 분주하겠다.

 

한낮에 활짝 핀 벗꽃을 보면

세상 모든 축복을 다 가진듯이 환하고 찬란하다.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그러다 바람이 불어 꽃잎이 뚝뚝 떨어지면

또 서러운 눈물같다.

그래설까?

만개한 벗꽃을 보면,

울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아프다.

혼자 있을 용기도 없어 무시로 군락을 이뤄 흐드러지고

그러면서도 나란할 수 없어 최대한 손을 뻗어 가까워지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

홀로 섦운 인간 같다.

 

 

어둠 밤 속에 하얀 벗꽃 길을 늦은 비처럼 걸었다.

총.총.촟.

살짝 고전적이고 신파적인 느낌이다.

금방 지나가는 계절인데...

밤은 낮과 다르고

낮은 밤이 낯설다.

 

두려운 것들도 많고

걱정되는 것들도 많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것들도 이렇게나 많고... 

이미 지나왔음에도 염치없게도 不惑은 턱도 멀다.

 

뭐라도 좀 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