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5. 13. 06:29
개인적으로 꼭 읽고 싶었고 궁금했던 책이다.
우리나라 거대 재벌 삼성의 고위 임원이었던 변호사 김용철이
대한민국 신흥 독재자인 삼성의 범죄사실을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양심고백한 책.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도움으로
2007년 양심선언을 했고 그 과정과 그 이후의 일들을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살아있는 권력인 삼성의 불법로비와 무세승계(無稅承系)에 관한 고백과 증언들.
글의 내용보다 더 섬득한 것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얼마전에 경영복귀를 선언하고 돌아온 이건희의 재산과 권력은
그 전에 비해 더 확고해졌다.
"삼성"을 파헤치는 건 정말 "대한민국"을 파헤치는 일인가?
"삼성"이 무너지면 정말 "대한민국"도 함께 무너지는가?
"삼성"의 이익은 정말 "대한민국"의 이익인가?
재벌의 힘은 거대하게 은밀하고 구체적으로 불법적이다.



이 책은 전부 3부로 되어 있다.

1부. 불의한 양심에도 진실은 있다.
2부. 그들만의 세상
3부. 삼성과 한국이 함께 사는 세상

삼성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아낸 검사 김용철를 삼성은 1997년 8월 영입한다.
그리고 처음의 약속과는 다르게 그를 인맥을 통한 대검찰 로비스트로 이용한다.
삼성은 그에게 엄청난 돈을 쥐어줬고 그 돈으로 차곡차곡 사법부를 길들이기를 원했다.
그는 고백한다.
"내 청춘을 고스란히 묻었던 검찰이, 그들이 뿌린 돈으로 썩어가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로웠다"고...
사제단과 그가 공개한 삼성 비리는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1. 삼성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및 탈세와 이를 감추기 위한 회계조작
2. 경영권 불법 세습 및 이 과정에서 저지른 법정 증거 조작
3. 정,관,법조,언론계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 로비

2004년 8월 모든 걸 정리하면서 삼성을 떠난 그는
삼성에서 일한 7년 동안은 지옥에서 보낸 시절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후배 법조인들에게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기업으로 가는 일을 진정 말리고 싶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수시로 무모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상사로 모시며 법률 조언을 하는 것은
범죄조직의 내부조직원이 되는 일과 같기 때문이란다.



성공한 재벌은 결코 처벌하지 못한단다.
과거 성공한 구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던 것처럼...
그러니 일단 수단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한 재벌'이 돼라!
그러면 그 과정에서 저지른 모든 죄는 저절로 사면 받는다.
알고 있던 사실을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일은
더 참혹하고 두렵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삼성의 불법 로비, 불법 비자금으로 대선자금 전달,
이건희의 생일파티를 위한 비용 10억,
비자금 관련 비리 주범들이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입주자와 방문자의 출입까지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건물로 설계된 도곡동 타워팰리스.
회장님 말씀이 곧 헌법이 되는 왕족같은 재벌 총수의 지배권과 대물림되는 경제 권력.
세금을 피하기 위해 홍라희의 리움 미술관을 통해 구입되는 고가의 자산축적용 미술품.
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책을 읽어갈수록 숨통을 조여온다.
"비자금 = 회계조작 = 탈세"
이 절대무변의 연결고리를 결코 끊어질 수 없는 공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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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즉 현직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죽은 권력' 즉 전직 대통령을 조준했던 정치수사를 보면서 이건희는 '죽지 않을 권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 권력이 죽고, 새로운 권력이 태어나도 계속 성역을 보장 받았으니 말이다.

이건희가 잇는 곳은 늘 온도를 25~26도에 맞춰야 했다. 실내 공기의 질은 해발 600m 조건에 맞춰졌다. 이건희의 전화에는 임원과 직접 연결되는 단축키가 있다. 아무 때나 단축키를 눌러 통화한다.
이건희의 집이 있는 이태원동, 한남동 일대에는 리움미술관을 포함해 승지원, 이재용의 집, 딸들인 이부진, 이서현의 집 등이 몰려 있다. '그들만의 마을'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리움미술관을 세운 목적 가운데 하나가 '그들만의 마을'과 관계가 있는 셈이다. 미술관이 이건희 일가의 집들을 보호하는 요새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고가의 미술품이 있는 미술관에 도둑이 드는 것을 막는다는 핑계로, 경비원을 대거 배치했다. 사실상 '그들만의 마을'에 일반인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배치된 경비원들이다.
한남동 리움미굴관 바로 아래에 삼성 수뇌부와 그 가족을 위한 치과병원이 있다. 특이한 것은 병원에 수납 창구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인을 상대할 일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오직 총수의 뜻만을 따르는 구조본이 짜준 매뉴얼대로 움직여 온 경영자에게서 정상적인 판단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총수의 변덕스러운 취향, 총수 가족의 이익을 최우선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조직이 구조본이다. 이런 조직에서 내리는 판단 역시 정상적인 경영판단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에서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사람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서 회사의 위상을 높인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 이재용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대개 회사가 저지른 비리의 공범들이다. 삼성에서는 비리 공범이 돼서 수뇌부와 비밀을 나누는 사이가 돼야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위에 있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 비리에 대한 수사는 할 수는 있어도 해결하지는 못할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를 뿌리째 장악하고 있는 삼성의 힘을 꿰뚫어본 말이었다.

삼성의 사장단, 고위 임원, 구조본의 핵심 보직의 임원 및 간부 등은 거의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차명계좌가 있다. 명백히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조세포탈 등의 범죄이다. 삼성 사장단이 갑자기 조사를 받는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예금 때문이었다. 대기업 경영자의 계좌에 거액이 입금돼 있는 걸 수사기관이 알면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자기도 모르는 돈 때문에 엉뚱한 혐의를 뒤집어쓴 사장으로서는 억울한 노릇이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특검 수사 전에는 이건희의 삼성생명 지분이 4.54%에 불과했다. 그런데 삼성 비리를 수사하겠다던 조준웅 특검은 차명으로 관리돼온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이건희 몫으로 인정해 줬다. 그 결과, 이건희의 삼성생명 지분은 20.76%로 불어났고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됐다.

아무리 흔들어도 꿈쩍하지않는 견고한 주류 질서, 그것을 지탱하는 힘은 끈적끈적하고 촘촘하게 엉켜 있는 인맥이다. 검사 시절, 법조 비리를 수사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연루된 자들이 모두 특정 학교 동문이었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복잡하게 얽힌 인맥은 불법도 합법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재벌의 비리를 공개해 봤자 소영없다고 이야기했다. 삼성 비리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런 목소리에 "역시나" 하고 힘이 실렸다. 이들은 말한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내 생각은 다르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수는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