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 끄적...2011. 1. 26. 18:21
눈이 펑펑 내린 지난 일요일,
대학로에서 연극 한 편을 보고 삼청동을 향했다.
우연히 보게 된 북카페 <내서재>
삼청동 시작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보이는 내서재는
지금까지 내가 가본 북카페 중에서 가장 탐나고 포근한 곳이었다.
카페 이름 그대로
누군가의 서재를 옮겨놓은 느낌.
작고 조용조용한게 오래 앉아 책을 읽기에 딱인 곳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눈치주지도 않는 것 같고...
세 분 정도가 함께 일하고 계시던데 틈나는 대로 책을 손에 잡고 읽는 모습도 따뜻했다.



솔직히 구ql된 책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
장하준의 최근 베스트셀러에서부터
왠만한 소설책들도 신간으로 다 구비하고 있더라.
그리고 민음사와 창작과 비평 시집들도 한켠에 나란히 꽂혀있고....
박노해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가 꽂혀있는 걸 보고는
정말 화들짝 놀랐다.
종교, 인문, 소설, 미술, 시, 고전...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고 있어
가만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주인장의 다정한 손길이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몇 장은 괜찮단다.
"참 좋은 책들이 많네요" 라고 말했더니
정기적으로 책을 사서 비치하고 오래된 책들은 기부도 하고 그런단다.
흐뭇하게 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니까 왠지 모를 부러움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막무가내로 발버둥치며 우기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여기서 살겠노라고...
갑자기 어디선가 굴러들어와 꽉 박힌 돌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카페를 감싸는 음악도 너무 좋아 염치 불구하고 또 다시 물었다.
역시 웃으며 CD 케이스 하나를 건네준다.
하지메 미조구치.
귀에 가득 담기지도 않으면서 책을 읽는 집중도를 높이기에 딱 적당한 음악이다.
잊어버릴까봐 CD도 한장 사진으로 담았다.
진한 핫초코 한잔을 주문하고
가지고 있던 은희경의 신작 <소년을 위로해줘>를 펼쳤다.
이런 표현 이해될까 모르겠지만...
꿀같이 달디단 책이 단잠처럼 솔솔 잘 읽혀졌다.
 


아쉬운 게 있다면 차맛이 조금 더 좋았으면 싶은거랑
차 향이 더 그윽했으면 좋겠다는 거.
그리고 조금 더 바란다면 1번 정도 리필이 되면 좋겠다는 거...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카페를 유지하려면 좀 야박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눈치 안 보고 오랫동안 책을 볼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것만도 어딘가 싶기도 하고...
혼자 가서 책 읽어도 절대 어색하지 않을 그런 곳.
정말 내서재로 홀딱 만들어 버리고 싶은 곳이다.
아마도 앞으로 이 곳에 찾아가 단잠같은 책읽기 하는 날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내서재>
힘들 때 위로 받을 곳 하나 생겼다.
내가 "찜"한 곳. <내서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