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7. 7. 24. 08:09

그러나 겁쟁이가 되기도 쉽지 않았다.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영웅이 되기가 훨씬 더 쉬웠다. 영웅이 되려면 잠시 용감해지기만 하면 되었다. - 총을 꺼내고, 폭탄을 던지고, 기폭 장치를 누르고, 독재자를 없애고, 더불어 자기 자신도 없애는 그 순간 동안만. 그러나 겁쟁이가 된다는 것은 평생토록 이어지게 될 길에 발을 들이는 것이었다. 한순간도 쉴 수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 머뭇거리고, 움츠러들고, 고무장화의 맛, 자신의 타락한, 비천한 상태를 새삼 깨닫게 될 다음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겁쟁이가 되려면 불굴의 의지와 인내, 변화에 대한 거부가 필요했다 - 이런 것들은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용기이기도 했다. 그는 혼자 미소를 지으며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이러니의 즐거움은 아직 그를 버리지 않았다.

 

 

맞는 말이다.

겁쟁이가 되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토록 이어지게 될 길에 발을 들이는 것...

무서운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랬다.

번번히 발목을 잡은 구절들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았고

도돌임표라도 만난 것마냥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심지어 마지막 몇 장이  남은 지금,

거절이 두려워 고백을 망설이는 사람처럼 서성이고 있다.

 

자 책 표지에 서성이고 있는 사람이.

꼭 나 같다.

아이러니인데...

즐겁지만은 않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