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7. 18. 06:01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으면서 느꼈던 그 짜릿함 즐거움을 아직 기억한다.
제 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읽으면서도 이 작품이 청소년 대상이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변에 참 많이 이야기해서 읽게 만들었던 책인데...
구병모의 신작 <아가미> 소식을 들었을 때
제목과 표지가 주는 카툰적인 느낌에 좀 망설이긴 했었다.
(요즘 책표지들 참 맘에 안 든다.
 차라리 단색에 제목만 하나 강렬하게 써놓는 게 훨씬 고급스러울 것 같다)
그러나 역시 구병모는 탁월하고 환상적인 판타지 작가다.
이런 상상을 일상으로 끌어와 살아 숨쉬는 인물로 만들어낸 그녀의 필력이 눈부시다.


목과 귀 사이에 깊이 패어 있는 상처가 있는 아이,
등과 허리에 불규칙하게 돋아난 사문암 같은 무늬의 비늘을 가진 아이 "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물고기 아이 "곤"이 측은하고 안스러워 아팠다.
정말로 도마위에 올려진 작고 어린 물고기 한 마리를 마주 하고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기도.
그리고 난데없는 식욕과 허기가 죄스러워졌다.

...... 장자의 첫 장에는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 강하는 당신의 아가미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으로서 이거야말로 이 아이한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하지만 그래 놓고는 당신의 이름을 부른 적이 거의 없었죠. 그건 그다음 장에 있던 한 줄이 일종의 예언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이 물고기는 남쪽 바다로 가기 위해 변신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그의 등은 태산과도 같이 넓고 날개는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과 같으며 한번 박차고 날아오르면 구만 리를 날아간다고요 ......

해류가 곤에게 들려주는 강하에게 들은 이야기는
슬픈 전설같이 몽환적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마저도 물에 흠뻑 젖어 있다.
모든 인간은 처음엔 물고기였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 물 안엔 생명이 담겨있을테다.
눈물로 맞이하고 눈물로 보내는 그 생명!
하여 그 물 속에서 살기위해서는 누구라도 아가미를 움직여야 한다.



그리 길지 않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참 많은 것들을 잘 담았다.
그리고 읽고 난 후엔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물고기 인간.
어쩐지 어딘가에 정말 그런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물 속에서 꺼져가는 누군가의 생명을 다시 건져내고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보내고 있는지도.

산다는 건,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금단의 구역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여정이다.
이제 나는 <아가미>라는 금단의 구역에서
금단현상에 깊게 깊게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판타지도 현실도 아닌 그 어딘가의 중간쯤에서 잠시 헤매다보면
또 다른 세계를 우연처럼 만나게 될런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