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 끄적...2014. 9. 15. 07:04

망설이다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이번에는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를 만나면 주저앉아 읽으려고 책까지 챙겼다.

우유랑 콘프레이크 약간, 그리고 물까지...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그런데...

만약 계속 망설이다 나가지 않았으면 많이 후회했을것 같다.

어제 만나 하늘빛, 물빛, 세상빛은 정말이지 너무 예쁘고 상쾌했다.

여름과 가을의 중간을 지나가는 풍경 속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대로 그 속으로 스르륵 형체도 없이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요즘 하늘이 그야말로 너무 유혹적이라 자꾸 카메라를 챙기고 싶어진다.

핸드폰 말고 제대로 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당분간은 좀 자제를 해보겠지만

어느날 등짝에 커다란 배낭이 매달려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면서 뛰고 싶어 안달난 상황 ^^ 한 손 놓고 타는 것도 못하면서...)

어제는 구리에서 서울러 넘어가는 초입 벤치에서 한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요즘 다시 오르한 파묵의 책들을 읽고 있는데

역시나 몇 번씩 읽어도 좋다.

(아마 수백 번, 수천 번을 읽는다해도 오르한 파묵의 책은 실증날 일이 없을거다.)

한강이 전면에 펼쳐진 벤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러다 잠깐 고개를 들면 눈부신 풍경에 넋을 잃고...

 

진심으로,

"천국"이더라.

세상 모든게 그곳에, 그 순간에 다 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필요한 게 없는 완벽한 시간이었고, 완벽한 장소였다.

아마도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었던 것 같다.

 

아주 많이 편안했고

아주 많이 포근했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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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