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8. 15. 19:31
<냉정과 열정사이>를 함께 섰던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두 작가가
<냉정과 열정 사이>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 함께 소설을 펴냈다.
(여태껏 알고 있던 공통집필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글쓰기라 은근히 파격적이기까지 했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이전의 이야기라고 할까?

<좌안> 그리고 <우안>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면서도
서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마리와 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인생과 인생 사이에는 강이 흐릅니다.
내가 늘 이쪽에서 살아가듯이 그리고 당신이 저쪽에서 살아가듯이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볼 수 없습니다.
시작은 같은 장소였음에도
강은 시간과 함께 하류로 나아갈수록 점점 넓어져서 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우안(右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좌안(左岸)에서 살고 있습니다.
같은 지구에 존재하는데도 나는 좌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릅니다.
인간의 수만큼 많은 강변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강변에 서서 당신이나 만날 수 없는 가족,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였을까?
그럴 수도 있고 결코 아닐 수도 있다.
기억을 잃어도 끊어지지 않는 관계
결코 연인이 될 수 없지만 늘 함께인 관계
soul mate라는 말로도 설명될 수 없는,
어쩌면 영원히 이해되지 않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모든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두자.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두 책.
그리고 두 명의 남녀 베스트셀러 작가!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섬세한 감성과 내면표현은 참 쉽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녀가 표현하면 일탈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랑에 헤매는 마리라는 여자,
그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일탈도
그래서 내겐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다가온다.
불쌍함이나 도덕적 잣대를 들어대기보다는 긍정하고 인정하게 되는 심정.
에쿠니 가오리가 창조한 인물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내 내면의 투영으로 인한 소박한 응원도 있었으리라.

츠지 히토나리!
작가로 활동할 경우에는 츠지 히토나리라는 본명으로
가수, 영화감독으로 활동할 경우 츠지 진세이라는 이름을 쓰는 남자
그랬었나?
왠지 그의 글들이 예전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 기억속 이 사람은 참 따뜻하게 감성적이었는데....
<우안>의 츠지 히토나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서술자같다.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느낌.
왜 그는 큐에게 충분히 다가가려 하지 않았을까?
4권의 책을 읽고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우안>을 쓴 그에게 큐라는 존재는
혹 <좌안>에만 존재하는 인물이었던 건 아닐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