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해도 괜찮아2017. 4. 17. 13:50

일요일에 혜화동에 다녀왔다.

거의 매주 가는 혜화동이지만

어제의 목적은 공연관람이 아닌 학회 참석을 위해서였다.

날(날씨)은 좋았고, 날(시기)은 슬펐다.

마지막 남은 벗꽃은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나무에서 땅으로 흩어졌고

햇볕은 한여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했다.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

가벼워진 사람들의 발걸음.

그리고 세월호 참사 3주기.

 

학회에서 예전에 함께 일했던 분을 우연히 만났다.

거의 3년 만에 뵙는거였나?

얼결에 함께 계신 분과도 인사를 나눴는데

"서울서 같이 일했던 소노그라퍼인데 왠만한 산과 스텝들보다 초음파를 잘봐요" 라고 말씀하셨다.

민망하면서도 한 편으론 고마웠다.

그래도 그분에게 내가 실력없는 소노그라퍼로 기억되진 않았구나 싶어 다행스러웠다.

 

생각해보면

15년 넘게 초음파 검사를 해오면서 꽤 많은 산과스텝들을 만났다.

그 중엔 인간적으로 의지했던 분도 있었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준 분도 있었고,

나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지 다짐하게 만든 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론 이 모든 분들이

각각 다른 이유로 내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준 셈이다.

덕분에 직업적인 자부심도 갖게 됐고

그 힘으로 테크닉적인 업그레이드도 계속할 수 있었다.

 

살면서 나와 잘 맞는 일을 만난 것도.

그리고 오랜시간 그 일을 잘 해내고 있는 것도,

생각하면 천운이다.

삶 자체가 유목민인데 하는 일까지 유목민이었다면

버텨내기 참 쉽지 않았을텐데...

 

이기적인 나는,

그게 또 다행이고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