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6. 1. 20. 08:48

누군가 그랬다.

우리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는 헤매기 위해서라고.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 위해서 책을 읽는거라고.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가 얻는 고유함 헤맴은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이자 책이 주는 최고의 판타지다.

정말 그렇더라.

내가 꾸는 꿈이 다른 사람의 현실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꾸는 꿈이 내가 사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건

멋진 유희이자 최고의 반전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때,

솔직히 책마을 보다는 "유럽"이라는 단어때문에 집어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쓴 정진국의 필력과

24개의 책마을에 진심으로 홀리고 빠져있다.

예전에 이 사람의 <여행가방 속의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도 그의 필력에 감탄했었다.

시기적으로 그 책보다 먼저 출판된 책인데

와... 감탄이 절로 난다.

문학, 미술, 사진, 고서적, 역사 등 그의 인문학적 지식은 끝이 없다.

게다가 그가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유럽의 책마을이 그대로 냐 눈 앞에 활짝 펼쳐진다.

그야말로 "즐거움과 탐욕을 넘어선 신성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 마을 조성에 참여한 책방주인과 동호인들은 세계화라는 대세에 도전하고 있다는 데에 무엇보다 자부심을 느낀다. 대형 서점에 밀려 군소 서점이 살 길을 찾는 과정에서 '반세계화'라는 명분은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 못지않게 절실한 문제였다. 독서 운동은 추상적인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사상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책을 아끼듯이, 책방이 곁에 없는데 어디서 책을 구할 것인가. 대도시 중심가, 쇼핑센터에 가서 책을 찾는 것과 동네에서 책을 접하는 것은 다르다. 아침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뒤적이며 하루를 시작하듯이, 방과 후나 일을 끝낸 오후에는 서점에 들르는 게 일상이어야 한다. 누가 너절한 잡지와 참고서만 그득한 동네 서점에서 문화를 운운하겠는가. 담배 가계나 빵집이나 카페처럼 책방 또한 우리곁에 가까이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못하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

 

백 만 번 공감하는 구절이다.

책마을에 파주의 출판단지를 슬며시 밀어넣겠다면...  

참 면목없고 구차한 변명이라 하겠다.

마을 전체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골목 전체가 수십개의 서점으로 둘러싸인 곳이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도파민 수치가 무한상승한다.

서점은, 특히 동네 서점은 마치 대가 끊긴 무형문화제 같다.

차라리 서점이 중세 시대의 공방이나 길드같은 조직체였다면 좋았겠다.

그렇다면 도제식의 전수를 꿈꿀 수도 있었을텐데...

 

출퇴근 길에도 책읽는 사람보다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점점 폰질(?)에 중독되다보면

책마을은 동화마을과 동의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읽는 것과 보는 것.

그 경계에서 놓쳐버린 것들이 나는 마냥 아깝고 아쉽다.

 

읽으면 더 많은 것이 보여진다는걸

사람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