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7. 29. 06:37
현재 대학의 경영학 교수이기고 하고 시골 동네의 이장이기도 한 강수돌.
일반적인 상식으론 아무래도 이상하게 느껴지는 조합이다.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교수는 과감하게 서울을 버리고
자연으로, 흙으로 돌아갔다.
(더구나 직업은 계속 그대로 유지하고...)
이 책은 그의 귀농(歸農) 아니 귀토(歸土)에 대한 기록과 단상이다.
그냥 편안하게 흙냄새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대학교수로서 저자는 돈의 경영이 아니라 "삶의 경영"을 연구하고 가르친단다.
돈의 경영은 수익성과 효율성만을 최고로 치지만,
삶의 경영은 인간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추구한다.
오늘날 모든 삶의 바탕인 생태계 역시 삶의 경영에 주요한 축이다.
참된 삶의 경영이란,
인간성, 효율성, 생태성의 세 측면이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직접 대목을 찾아가 귀틀집을 함께 계획하고 지으면서,
3대가 새로운 삶의 터를 자연 속에서 일구어내는 과정은
도시에 익숙한 내겐 낯설고 부러운 모습이다.
야외에 변형된 재래식 화장실을 지어 거름을 만들고,
작은 텃밭을 손수 일구어 먹거리를 장만하고,
메주를 빗고, 김장을 하고, 된장을 담그는 삶의 모습엔
길고 편안한 호흡으로 가득하다.
더불어 행복시나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사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부조리에 대한 술회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이런 모든 부조리와 불합리가 그의 귀토를 더 부럽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소위 "~~~~만 하는 드러운 세상!" 아니가!

행복시나 4대강 사업이나 둘 다 비슷하게 22조 원 이상이 든다. 국민 대다수가 하자고 하는 행복시는 제쳐 두고, 하지 말라 하는 4대 강 사업엔 전력투구하니 참 딱하다. 말이 1조니 10조니 하는 것이지, 도대체 1조 원이 얼마나 큰돈인가? 한 달에 1천만 원, 일 년에 약 1억을 버는 (대부분의 사람에겐 불가능한) 사람이 단군 할아버지처럼 약 500년 동안 살면서 하나도 안 쓰고 모아야 5000억 원이다. 이런 불가능한 단군 노인이 2분 계셔야 1조 원이다. 22조 규모란, 이 불가능한 단군 45명이 합친 돈이다!

500년 동안 사는 45명의 단군이 모아야 할 돈이라...
재미있는 비유이면서도 참 씁쓸하고 황당하다.
2010년 1월 11일 세종시 수정안으로 행복시가 재벌 특혜 논란을 받으면서
꿋꿋이 삼성시로 승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MB 정권과 여당의 180도 말바꾸기에 대한
기만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할 말이 없어진다.
우리가 겪는 이런 모든 불행의 근본 원인은,
결국 사람이 땅과 자연을 떠나서 살려고 하는 데 있다는 저자의 지적.
그 분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분리나 공간적인 분리만을 뜻하는 건 아니란다.
왜냐하면 관계의 문제이기에.

인간이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서 마침내 자연을 정복하고, 드디어 자연까지 조작하고 창조할 수 있다는 오만의 극치에 이른 이 시접에 역설적으로 경제 위기, 고용 위가, 생명 위기, 생존 위기가 우리 모두를 옥죄어 온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해결책, 근본 뿌리를 건드리는 해답을 내놓으려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관계로 초점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생계 활동? 아니면 생명 활동?
내 생계 활동으로 어쩌면 생명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저자는 직접 만든 거름을 텃밭에 뿌려 직접 재배한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직접 유기적 생태주의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대량 소비, 대량 폐기를 핵심으로 하는 "자폐적 산업주의"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소규모, 자율과 자치, 분권화, 절약과 검소함, 재생과 순환 등을 핵심으로 하는 "유기적 생태주의"
과잉 경쟁, 과잉 생산, 과잉 축적으로 익숙한 우리는 이기적인 편안함과 동시에
다른 편에선 "FEC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돈벌이 경제가 만들어낸 FEC(Food, Energy, Climate) 위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의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석유 정점(peak oil)을 막 지나기 시작한 지구는 
이제 곧 급감되는 석유 채굴로 엄청난 유가 급등 시대에 도래하게 될 것이다.
또 다시 반복될 엄청난 오일 쇼크!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쩌면 정말 삶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지속이 목전에 와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이렇게 계속 분열과 반목, 경쟁을 계속하게 된다면?

지구인으로 산다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