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2. 3. 30. 05:54

문학적 기발함은 일종의 신의 축복일까? 아니면 부단한 습득에 의해 형성될 수 있을까?
맨 처음 장진이 SBS에서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나타났을 때도
"와! 저 인간 엄청나네~~~' 하며 혀를 내둘렀더랬다.
뭐랄까, 일종의 부러움이었고 동경이었을 수도 있다.
갖지 못한 재능에 대한 탄식!
그의 영화들이 개봉될때마다 극장을 찾으면서도 이런 심정은 여전했다.
정만 난 놈이구나!
게다가 센 놈이구나!
동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을 때 우연히 장진 희곡집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4월 초에 <서툰 사람들>을 볼 예정이기도 했다. 
한번쯤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대출책에 한 권을 추가했다.
지금 재판된 책은 장진이 얼굴이 크게 나와있지만 내가 읽은 2008년도 출판된 책은 붉은 색 표지였다.

모두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미 영화와 연극으로 본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소설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다.
장진 희곡의 특징은 소위 지문이라고 하는 해설부분이 별로 없다는 거다.
인물의 행동을 설명이나 배경을 설명보다 오로지 대화가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다.
간혹 실제 사람들의 대화에 내가 끼어 앉아있는 환상마저 느껴진다.
희곡집이 판타지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읽으면서 재미있게 경험했다.
이제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영화 감독은 안 하겠노라였던가???) 했던가!
투자자의 본전을 생각하며 돈계산을 하는 걸 이제 하고 싶지 않노라 했던 것도 같다.
한창 활발히 활동할 나이에 그의 깡다구 서린 결심이 문득 부러워진다.
배가 불렀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장진이니까 그나마 가능한 일이다 싶기도 하다.
게다가 영화판 아니더라도 장진이 활약할 무대는 무궁무진하다.
난 놈에 센 놈 아닌가 말이다!
연극판에서든 영화판에서든 좋은 배우를 찾아내는 매의 눈은 또 어떤가!
덕분에 정재영, 류덕환, 신하균 같은 좋은 배우도 알게 됐다.
"킬러들의 수다" 원빈은 또 어떻고!
지금은 <리턴 투 햄릿>과 <서툰사람들>이란 작품에서 조복래라는 새로운 광대를 발굴(?)하기까지 했다.
책을 읽으면서 장진의 문학적 동반자라 할 수 있는 유화이와 장덕배가 정말 어딘가 살고 있는 실제 인물같다.
지금은 예지원이 만들어낸 유화이, 정웅인이 만들어낼 장덕배를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다.
기발함은 엄청난 에너지다.
아마도 장진은 쉽게 늙지 않을거다.
시나리오 작가, 감독, 제작자, 각색가, 그리고 배우까지 ...
그의 다재다능한 에너지가 부럽다.
이 무시무시한 놈이 진심으로 부럽다.
젠장!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