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9. 16. 06:26
신혼의 어느 날,
가령 아내가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하자.
"내가 아주 못생긴 여자라면... 그래도 날 사랑했을까?"
남편은 아내에게 어떤 대답을 했을까?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시작은
아내의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단다.
너무 못생겨서 땅만 보며 걷는 한 여자,
항상 타인의 시선과, 학대, 격리, 혹은 놀이의 표적이 됐던 여자.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 한 남자
"저랑 친구하지 않을래요?"



저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도려낸 여자입니다.
저는 한 번도 스스로의 인생을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로지 스스로의 태생만을 평가받아온 인간입니다.
세상은 못생긴 여자의 발버둥을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여자가 이별을 전하며 남자에게 남긴 편지는 아직까지도 현실에서 유효하다.
(아마도 영원히 유효하지 않을까?)
지독히 못생긴 여자의 마음엔 타인의 "장애"가 차라리  눈부시게 부럽다.
동정도 연민도 호의도 받아본 적이 없는 한 여자의 고백이 아프다.



Dark side of the moon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이면(異面)
결국 그 이면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의 작가 박민규
그의 특이한 외모와 이력만만큼이나 소설은 특이하고 낮설고
혹은 재미있기도 하다.
7080 세대에 대한 오마주.
음악, 영화, 그림, 그 시대에 유행했던 CF까지
비틀즈나 밥 딜런의 노래와 함께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읽기에 딱 좋은 책(?)
켄터키 치킨의 추억....



오랫만에 책의 뒷장에서 선명하게 붙어있는
작가의 도장을 보다.
요즘엔 거의 없어졌거나 혹은 그대로 프린트 된 게 많은데...
비록 빨간 인주의 도장은 아니지만 가끔 생각한다.
저 작은 한장 한장의 도장이 작가에게 그대로 현실로 계산되던 모습을.
어느 날은,
이런 모습도 정말 죽은 왕녀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럼 그때는 나도 파반느나 레퀴엄 같은 걸 틀어야 하는 건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