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7. 27. 06:36
제목과 표지만 보고 그냥 넘어가버릴 뻔 했던 책이다.
아툴 가완디.
몇 년 전에 이 사람의 책을 한 권 읽었었다.
<나는 고발한다. 현대 의학을>이라는 제목의 상당히 괜찮았던 책.
꽤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도 아직 그 책의 내용은 선명하다.
세계적인 외과의인 그가 눈부신 과학이 이뤄낸 현대의학의 불완전함이랄까
아니면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적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갔던 책이다.
임상의 사례들을 고스란히 체화할 수 있었던 글.
그 책을 보면서,
와~~ 의사가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다니... 하고 놀랐었는데.
게다가 아툴 가완디는 의사로서도 그리고 WHO의 위원으로서도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
(즉, 무지 바쁜 사람이란 뜻 ^^)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통제할 수 있는 것에서 왜 실패하게 될까?
그 이유는 "무지와 무능" 때문이라고 아툴 가완디는 지적한다.
피할 수 있었던 실수들이 벌어질 때마다 사람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막대한 지식의 양과 복잡성은 우리를 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막대한 부담감이 되기도 한다.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험을 통해 축적되고, 사람들이 보유한 지식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결점을 보충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플요하다.
그 전략은 바로 "체크리스트'라고 아툴 가완디는 말하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들을 실제로 등장시킨다.
항공사의 체크리스트, 건축 설계에서의 체크리스트.
그리고 급기야는 이 체크리스트를 병원 수술장 안으로 도입을 과감히 시도한다.
수술로 인한 합병증은 절반 이상이 예방 가능한 것에서 발생한단다.
수술 중 환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근본적인 요인 네 가지는
감염, 출혈, 안전하지 못한 마취,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태가 그것이다.
체크리스트는 실제로 수많은 수술에서 실수할 뻔했던 경우들을 잡아냈다.
그는 자원한 세계 각국의 병원 중에서 8개 병원 선정해 실험에 들어갔다.
(8개 병원 중에는 심지어 낙후된 아프리카 병원도 몇 곳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 수술 환자들의 심각한 합병증 비율이 체크리스트 도입한 후 35% 떨어졌다.
환자 사망률은 47% 감소했다. 감염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수술받은 후 출혈이나 다른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수술실로 되돌아가야 하는 환자도 25% 감소했다.
놀랍지 않은가?
단지 1~2분 동안 이루어진 체크리스트가 보여준 놀라운 결과가...
(분량으로 치면 한 페이지가 넘지 않는 정도의 체크리스트)


2005년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가트리나.
당시 현장의 관리자가 뉴올리언즈의 상황을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던 메일로 보냈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료들은 그 메일을 확인하지 않았다.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하지 못한 정부측은 뉴올리언즈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즉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을 정도니 아마도 심각한 상황은 아닐거라는...)
즉, 메일을 확인했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더 빠르게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대처법은 월마트의 대처법보다도 훨씬 늦었고 덜 실질적이었다.
중앙집권적은 대처와 자율의지로 신속하게 대처한 사례를 보면서
체크리스트란 권력을 분배하는 의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도 내가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라 이 내용들이 더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외부에서 봤을 때 병원, 의료라는 직업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의외로 권위와 습관, 그리고 타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부분들이 많다.
그것들이 바로 실수와 연결되는 것이고,
의료에서의 실수란 한 사람 혹은 다수의 생명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1~2분의 짧은 시간이, 한 장 분량의 체크리스크가
사소한 실수를 사전에 잡아 교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해서 놀라운 결과를 이룰 수 있다면
체크리스트의 효과는 대단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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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실패에 대비해 아주 많은 경험을 쌓은 노련한 사람도 실수할 수 있으며 이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비책이란 물론 체크리스트다. 체크리스트는 일종의 인지의 안정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은 우리의 정신적인 허점을 잡아낸다. 정신적인 허점에서 부실한 기억력과 산만한 주의력, 대충 넘어가는 습관 등이 있다. 때문에 체크리스느는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체크리스는 권력에 대한 완전히 상반된 철학을 바탕으로 복잡하고 범상치 않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때 적용해야 하는 철학은 의사결정의 권력을 중앙에서 주변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경험과 전문지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이다.
체크리스트는 권력을 분배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체크리스트의 목표는 단순히 체크 박스에 체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팀워크와 규율이란 문화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체크리스트에는 좋은 체크리스트와 나쁜 체크리스트가 있다. 나쁜 체크리스트는 내용이 애매모호하고, 너무 길며, 쓰기 힘들고, 비실용적이다. 그런 것들은 체크리스트가 사용될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무직원들이 만든다. 그들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간주하고 모든 단계를 설명하려고 애를 쓴다. 그들이 만드는 체크리스트는 사람들의 두뇌를 활성화시키기보다느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좋은 체크리스트는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간단명료해서 심각한 상황에서도 쉽게 쓸 수 있다. 좋은 체크리스트는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단계를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즉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조차 잊어버리거나 놓칠 수 있는 단계를 상시키겨주는 것이다. 좋은 체크리스트는 매우 실용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