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3. 27. 08:31

여행작가 오소희의 책은

여행지보다는 그 곳에서의 느낌과 글의 뉘앙스때문에 자꾸 손에 간다.

평범한 가정주부와 어린 아들 JB가 함께 떠나는 베낭여행.

그것도 선진국의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터키와 아프리카 같은 한번쯤은 망설이게 되는 그런 나라들을.

지금이야 터키가 유명한 관광국이 되버렸지만

10여 년 전 그녀가 걸음마를 시작한 아들을 데리고 떠나기에는 쉽지 않은 나라였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3년 전 첫 터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책이 이 책이다.

내가 갈 여행지와 교차되는 곳은 전혀 없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참 많이 두근거렸던 것 같다.

JB의 작은 발걸음 때문에...

 

기회가 되면 그녀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지 했는데

우연히 집 앞 도서관에서 <하쿠나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를 발견했다.

역시나 엄마 오소희는 참 남다르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부모는 아이와 함께 베낭여행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도 아프리카로...

게다가 그녀의 귀국일이 JB의 입학식 이틀 전이란다. 

이 아줌마...

정말 너무 멋지게 대책없다!

평생 "엄마"라는 호칭으로 불릴 일이 없을 나는

이 아줌마의 무모함과 "엄마"라는 자리가 그렇게 탐이 날 수가 없다.

여행을 다녀올때마다 여행서를 펴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이 아줌마는 한 술 더 뜬다.

책의 인세 일부를 가지고 제3세계 국가들에 도서관을 짓는데 사용한단다.

벌써 네 곳인지 다섯 곳인지가 지어졌단다.

인간적으로 사람 좌절감에 푹푹 쩔게 만드는 무서운 아줌마다.

 

하쿠나마타타(Hakuna matata)

디즈니 에니메이션 <라이온킹> 덕분에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다.

"하쿠나마타타"는 아프리가 동부 지역에서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문제 없어, 걱정 없어, 할 수 있어!" 쯤으로 번역되는 "으샤으샤!" 용어다.

No problem!

You can do it!

Don't worry!

여행자에게 필요한 그 나라 언어도, 구글맵도, 쾌적한 숙식도 아니다.

"Hakuna matata"

이 마음 하나면 모든 걸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

오소희와 그녀의 아들 중빈이 그걸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멋지고 현명한 엄마 덕분에 멋지고 현명하게 크게 될 중빈.

그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 됐단다.

아마도 중빈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것 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을거다.

축구공 하나로 아프리카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구정물 같은 물에 기꺼이 손과 발을 담글 줄 아는 아이.

이 아이가 나는 너무나 눈물나게 욕심난다.

 

오소희와 JB.

이 눈물나는 모자가 나를 마구 흔들어댄다.

생각보다 더 높게 흔들리고

다짐보다 더 많이 흔들린다.

아.찔.하.다.

 

하쿠나마타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