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8. 19. 08:15
나이가 들면 반추( )라는 걸 하게 된다는데...
아마도 대가 조정래도 그런 모양이다.
그에게 과거 중단편이었던 <황토>가 내내 아픈 손가락이었던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장편으로 달바꿈된 <황토>를 출판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이 책을 정본으로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제 조정래의 <황토>에 대한 생손앓이는 끝났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엔 그가 책에서 말한 시대도
그가 살아온 시대도 너무 우울하고 암울하다.
조정래 새대에 문학적 대가들이 많았던 게 이런 이유도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선가?
나는 우리가 문학적으로 참 빈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한참 앞세대의 사람들을 잔인하게 질투하고 싶어진다.
 


모두 다같이 전쟁이라는 흙탕물을 뒤집어썻으면서도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따돌림은 인정사정없이 맵고도 짰다.

과거의 역사를 되집어 보는 건 언제나 잔인하고 죄스럽다.
부모를 살리기 위해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본 주임 야마다의 첩이 되어 낳은 첫째 박태순
해방 후 독립투사 아들 박항구에게 어찌어찌하여 처녀 시집을 가서 낳은 둘째 박세연
그리고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어 나타난 남편이
다시 미군에 의해 북으로 홀로 올라가서 갗은 고초를 겪게 된 점례.
서양 군의관 프렌더즈의 신원보증으로 풀려났지만
프란더즈는 본국으로 떠나고 파란 눈의 아이 동익은 그녀에게 남겨진다.
이런 인생사!
구질구질하다못해 신물이 날 지경이다.
아비가 다른 세 명의 아이!
게다가 그 아비가 일본인, 한국인, 미국인이라니 이런 비극도 없다.
첫째는 그나마 생김새에 차이가 없지만
파란 눈의 셋째는 주변의 시선 외에도 큰 형의 모진 모욕과 굴욕이라는 고통을 겪는다.
병적일 정도로 산에 집착하는 셋째.
그가 말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를 정복해서 나도 당당한 사람이라는 걸 꼭 보여주고 말겠다"
그게 인생의 목표라면
그 삶 또한 얼마나 비참하고 아플까!
당당한 사람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이런 인생은 정말이지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역사는 정말이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토.
그 붉으죽죽한 흙탕물이
나는 철철 흐르는 피처럼 두렵다.

견딜 수 있겠는가?
피칠갑된 이 시간들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