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 끄적...2010. 3. 10. 12:22
처음엔 까탈스런 노처녀의 심술 같았다.
방향을 알 수도 없었고
그리고 눈송이의 정도도 알 수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3월의 눈 내리는 마을은
그렇게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당황스러웠다.
사춘기 소녀들의 구슬진 웃음처럼
즐거우면서 때론 마음을 심난하게 하는 눈.



마지막 눈일테지.
생각만으로 울컥 가여워진다.
희고 고운 백설탕을 정성껏 뿌려 놓은 것 같은
하얀 처녀지를 바라보며
햇빛을 반사되는 그 빛이 고와
자꾸 "미안하다 미안하다"만 반복한다.
장독대 위에 소담하게 올려진 눈을 손으로 밀어내
그 밑에 잘 익은 간장, 고추장, 된장을 퍼올리듯
그렇게 살아내고 싶었는데...



늘 어깨위로 털어내지 못한 눈을 소복히 올리고
살고, 살고, 또 살고...
어느날은 영영 겨울만 계속될 것 같아
차라리 눈을 꽉 감아버리고도 싶기도 했는데...
털어내지 못한 눈을 마음 위에 올리고
그저 바라보는 햐얀 생명은
수줍고 곱고
그리고 처연하다.
차가워서... 서늘해서...
그래서
꼭 내 맘 같기만 한 마지막 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