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3. 18. 05:45
조선일보 문화부 미술담당 기자 이규현이  쓴 책이다.
그야말로 그림쇼핑에 관한 책.
그녀는 실제로 뉴욕 크리스티 경매회사의 대학원 과정(Advanced Certificae for Graduate Program)을 졸업했단다.
크리스티는 소더비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경매회사다.
그림을 보면서 가격을 생각하는 게 어쩐지 반예술적인 행위같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애정"이 있다면 "소유"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
우리가 어렵고 전문가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림에 대한 경매를
아주 재미있고 쉽게 소개하고 있다.
글 중간 중간 나오는 신문기사들을 읽은 재미도 솔솔하다.
개인적으로 그림과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았던 책 ^^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가격대의 작품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가 이 책을 읽고 충분히 이해됐다.
돈이 있다면 누구라도 독점소유가 가능한 미술.
사람들은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작품의 가치가 자기 자신에게 옮겨온다고 믿는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저 사람은 "뭔가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게 되고...
속물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지극히 정상적으로 이해되는 논리다.
대안투자의 하나로 아트펀드가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가의 작품을 독점으로 소유하겠다는 목적의 투자.
(그러나 그림 값이 올라가면 투자금액의 몇 배를 건질 수도 있고...)
사람들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그림을 사는 이유는
첫째, 미술에 대한 사랑
둘째,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
셋째, 사회적인 이유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상류사회로진입하는 길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란다.
나 역시도 언젠가는 내가 마음에 드는 미술품 한 점을 꼭 소유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래서 그림이나 미술품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읽고 있는 건지도...



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컬렉터 간송 전형필의 일화도 이 책을 통해 재미있고 읽었다.
간송 전형필은 일본으로 넘어가는우리 문화재를 사재를 털어 막아낸, 우리 근대사의 대표 컬렉터였다.
그는 물려받은 재산을 문화재 수집에 쏟아부었다. 국보 65호인 청자향로, 66호 청자정병, 74호 청자연적 같은 최상품 골동품이 그를 통해 일보에서 조선으로 돌아왔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출현돼 누구 손에 어떻게 넘어갈지 모를 위기에 있던 훈민정음 원본(국보 70호), 조선에 사는 일본인 손에 들어가 값이 이미 무한정 올라 있었던 혜원 신윤복의 화첩 <혜원풍속도> 국보 135호) 도 엄청난 돈을 들여 거두었다.
간송은 작품 주인이 작품의 가치를 잘 모르고 값을 싸게 부르면 그 두 배건 세 배건 자신이 판단한 가치대로 대금을 지불했다. 예를 들어 훈민정음 원본이 1,000원에 팔린다는 소문을 듣고 열한 배 높은 1만 1,000원을 선뜻 내서 손에 넣었다. 그리고 1938년 보화각을 세워 이 모든 소장품을 보존했다. 지금의 간송미술관이다.
"간송은 그냥 값진 것을 닥치는 대로 모은 게 아니었어요. 숙종~정조에 이르는 조선 후기 125년이 우리 미술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창적으로 부흥했던 때라는 것을 알고, 광복 이후 누군가가 그 시기를 다시 연구해 민족의 자부심을 살려주기를 바란 것 같아요. 그 시기 핵심 작가인 겸배, 추사, 단원, 혜원을 집중적으로 모았으니까요. 또 겸재와 추사를 연구할 때 꼭 비교해봐야 하는 중국작품들도 같이 모았어요. 간송 소장품이 없었으면 우리나라에서 겸재와 추사 연구가 불가능했어요" - 간송미술관 치완수 실장

대지미술, 설치미술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 다행이다.
경매회사, 화랑, 아트페어(주요 갤러리들이 한 곳에 모여 임시 부스를 차려놓고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 등
막연히 알고 있었던 (솔직히 말하면 가진 자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선입견에 대해 교정을 해주는 책이다.
더불어 리움박물관과 천안에 있는 아라리오갤러리도 꼭 한번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리움박물관의 홍라희 관장은 얼마전 입적한 법정 스님의 병원비를 전액 지불한 사람이기도 하다.
천안 아라리오갤러러의 김창일 회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컬렉터라고 한다.
(특히 그는 보는 눈이 탁월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얼마전에는 중국에도 진출했단다)
언제 시간이 되면 서울옥션, K옥션에서 하는 경매도 실제로 보고 싶다.
컬렉터들만이 참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참관은 일반인 아무나 무료로 할 수 있단다.
이것 역시도 좋은 정보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3. 06:36

햇살 좋은 어느 일요일 오후
간송미술관을 찾다.
눈부신 오후의 산책



겸재 정선 서거 250주년을 맞아
2주간의 <겸재화파전>이 열린 간송미술관
오랫만에 보는 길게 늘어선 사람들
초록 잎들속에서 왠지 평화롭기까지 한 모습들.



초록 잎들과 함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돌부처. 탑, 그리고  정겨운 부조물들...
한 낮의 서늘한 행복감마저 안겨주는 풍경



미치도록 탐나던 나무들, 연한 잎들
그리고 햇살들.



어쩐지 다른 세계로 이어질 것만 같은 길.
모르지. 어쩜 그 길의 끝에서
신비가 시작될지도....



현실 속에서 만난 겸재 정선의 그림들.
그 앞에서 느껴지는 외경심.
이 사람....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있겠구나....

건물 전체가 깨지 못할 주술에 싸여 있던
신비했던 5월의
간송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2. 05:36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 오주석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아프고 힘들었던 지난주 위로받기 위해 찾아간 곳이 있었습니다.

“간송미술관”

5월 17일부터 어제 5월 31까지 2주 동안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있었죠.

간송미술관은 일 년에 두 번 봄, 가을에 약 2주 정도의 기간으로 이런 양질의 전시 기획을 꼭 합니다. (게다가 믿어지지 않겠지만 입장료도 없습니다)

올 봄에는 “겸재화파전”이 열린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죠.

시기적절하게도 이 책을 만나 미술관을 찾기 전에 반가운 마음으로 먼저 찾아 읽었습니다.


미술사학자 오주석!

우리시대 최고의 그림 읽어주는 남자였던 사람!

재미있는 입담과 수려한 문장, 그리고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해박한 지식과 일목요연한 해석이 그림을 재미있는 소설로 읽게 만들어 주는 최고의 길라잡이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올 4월 또 한권의 유고작으로 출판된 책이 바로 오늘 제가 소개하는 책입니다.

제 생각으론 오주석이 쓴 책 중에서 가장 많은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림 1점을 가지고도 한권의 책을 집필했던 분이죠.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라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깊이가 없다거나 너무 개괄적일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 짧은 글 속에 그림 속에서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할 것들 그리고 심지어 품고 있는 내밀한 비밀까지도 모두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필력을 자랑하면서 말이죠.

이곳에 소개된 그림은 모두 27점으로 그가 생전에 신문을 통해 발표했던 원고지 10매 분량의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제일 고사하고 싶어 하는 글이 바로 원고지 10매 내외 분량의 글이라고 하네요.

내용을 깊게 들어가기에도 힘든 분량이고, 그렇다고 간단한 소개로만 글을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참 난해한 글쓰기가 된다고요.

그런데 이 책에 나온 글들은 참 재미집니다.

꼭 화톳불 피워놓고 두런두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다정함이죠.

결정적인 순간에 이야기가 끊기면 자꾸 할머니를 채근했던 기억,

“할머니! 그 다음은~~~~”

제겐 꼭 그런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다정한 할머니가 됐던 이 사람!

나머지가 궁금하면 이제 직접 찾아보라고 하네요.

꼭 그런 느낌입니다.

어릴 적 기대감으로 봤던 TV 만화영화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던 한 마디!

“다음 이 시간에~~~”

어쩐지 양 볼에 바람을 잔뜩 넣은 심통쟁이 표정이 되긴 하지만 직접 찾아보는 솔솔한 재미도 놓치고 싶지 않긴 합니다.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 - 신윤복〉


                               〈야묘도추도(野猫盜雛圖) - 김득신〉

 

간송미술관을 찾았더니 올해가 마침 겸재 정선 서거 2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네요.

실제로 전시장에서 이 책에 나온 정선의 작품 3점(금강내산도, 통천문암도, 만폭동도)을 직접 보고 왔습니다.

그 짜릿함과 벅찬 기쁨이라니...


                                            <금강내산도(金剛內山圖) - 정선>


특히 책에서 인상 깊게 봤던 <통천문암도>를 실물로 보니 입이 절로 벌어졌습니다.

거의 사람 키만한 그림 크기에 그 세밀함이라니.....(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저의 무식함을 부디 용서하소서~~!)

마치 천계로 가는 입구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림 앞에서 절감하게 되는 엄청난 경건함이라니!



     

         <통천문암도(通川門岩圖) - 정선>                     〈만폭동도(萬瀑洞圖) - 정선〉


안타깝게도 이젠 전시기간이 끝나 찾아보라고 권해드리지 못하겠네요.

혹 안타까워하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이 충분한 위로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조선시대 그림들이 아주 정겹고 가까운 듯 느껴지실 거예요.

더불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그림들이 품고 있는 은밀한 비밀들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면 서늘한 만족감도 덤으로 만나실 겁니다.

오주석의 글들을 읽으면, 그림 속을 이리저리 산책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햇살 좋은 오후의 푸른 숲으로의 산책 !

자, 신발끈 잘 묶고 이제부터 같이 산책해보는 거 어떠세요?

이해의 여부를 떠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황폐하고 무거웠던 마음을 잠시 “위로”받을 수 있을거란 사실입니다.

다독다독....

한권의 책이
오늘도 저를 품고 안아줍니다.


                               〈세한도(歲寒圖) - 김정희〉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27. 22:49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 오주석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지난번에 책 읽어주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그림 읽어주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미술사학자 오주석!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분입니다.

2005년 2월 5일 49세 나이로 1년 반의 백혈병 투병 끝에 타계한 우리나라 유일무이한 미술사학자였죠.

강의도 재미있게 하기로 유명했던 분이고, 또 글을 읽고 있으면 박학다식하다는 게, 해박하다는 게 어떤 건지 절감하게 만드는 분입니다.

그림, 그것도 옛 그림에 거의 문외한인 제게 옛 그림에 대한 신비로움과 오묘함을 단지 한권의 책만으로도 가슴 절절하게 전달해줬던 분이기도 하죠.

그가 타계한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3권의 책이 그의 이름으로 출판되기까지 했습니다.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분은 계속 불멸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리고 저 또한 그 불멸의 삶이라는 게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구요.

이 책은 그가 타계한지 정확히 1년 후인 2006년 2월 5일 출판됐습니다.

미완인 책을 함께 모여 끝내 엮은 사람들의 심정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집니다.


“옛 그림 한 점은 이를테면 옛 조상과 같다”

그분은 그랬습니다. 한 점 한 점의 그림을 그렇게 경건하게, 소중하게, 그리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윽히 바라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옛 그림 속에서 그린 이의 숨겨진 마음을 찾는 숨바꼭질에도 빛과 그늘이 있다. 보일 듯 말 듯 오래도록 찾아봤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마음이 어두웠던 적도 있고, 술래잡기 끝의 발견처럼 하찮은 것 같아도 제 맘에 너무 좋아 크게 외치고 싶어 바르르 떤 적도 있다”

그림을 이해하면서 마음이 어둡기도, 바르르 떨기도 했다는 작가.

지극한 것은 서로 닿아있다고 했던가요?

아무래도 그림 스스로 그에게만은 비밀을 풀어줬던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림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참 좋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림과 술래잡기를 하고 마침내는 그린 이의 숨겨진 마음까지 발견해내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하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순간,

그림에 대한 그 “앎”이라는 게 단순히 그림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게 아니기에 때론 무섭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한 점의 그림으로 사람을 읽고, 시대를 읽고, 문화를 읽고, 그리고 전후 역사를 읽고.... 

그림이 마치 신내림 된 듯한 느낌이네요.

도통의 경지, 접신의 경지 그 너머까지로 말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은 모두 6점입니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마상청앵도>

정선의 <금강전도>

적양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작자 미상의 <이채 초상>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혹은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제 깜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부분임을 고백합니다(부끄럽다고 말하기에도 너무 부족하기에....)

그래도 이 그림들의 선별에는 왠지 의미가 있는 듯 여겨집니다.

서민의 삶 속을 파고 든 풍속화가, 진경산수의 사실주의 화가, 긴 유배의 생활 중 애뜻한 아비의 정을 딸에게 보내는 시대를 앞선 지식인,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불운한 삶을 마친 마지막 선비,  그리고 누군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그린 최고의 초상화까지...

조선의 중, 후기 역사를 고스란히 그림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읽어주면서 그 시대 전체를 전달해주고 있는 셈이죠.

독특하고,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어쩌지 이 글을 엮을 당시 이분의 심사가 좀 복잡했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도화선이 되는 책이나 사람을 이야기 할 때,

전 항상 이 분의 글들을 떠올립니다.

청계천변의 “정조능행반차도”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한 것도, 간송미술관을 찾아가게 한 것도, 그리고 북한유물전을 놓치지 않고 관람하게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분의 글을 통해서였던 것 같네요.

시선의 확대였다고 할까요?

그림은 그려진 실체뿐만 아니라 여백까지 모두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여백을 읽는 방법,

이 책을 읽고 나면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난 다음에 박물관에 꼭 가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옛 그림 앞에서 아마 미소가 번지실거예요.

제가 꼭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 느낌은 말이죠, 책을 읽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 분,

자신이 정성껏 읽은 그림의 작가들을 이젠 모두 만나보지 않았을까요?

어쩐지 어딘가에서 깊게 깊게 사랑받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 읽어줬던 남자, 오주석......



   <김홍도 - 송하맹호도>

  <김홍도 - 마상청앵도>

 
<정선 - 금강전도>

  <정약용 - 매화쌍조도>

  <민영익 - 노근묵란도>

  <이채 초상>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