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9. 21. 08:30

<풍월주>

 

일시 : 2015.09.08. ~2015.11.22.

장소 : 쁘티첼 씨어터

극작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김동연

부대 : 박상봉

출연 : 성두섭, 이율, 김대현 (열) / 김지휘, 윤나무, 김성철 (사담)

        정연, 이지숙 (진성여왕) / 윤석원, 심재현 (운장), 송광일 (궁곰)

        장이주 (진부인), 최유진 (여부인) 

제작 : CJ E&M

 

삼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풍월주>는...

초연과 재연에 비해 감성적으로 많이 달라져서 놀라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세련되게 만들려던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듯 하다.

넘버도 그렇고, 무대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게 예전의 <풍월주>가 아니었다.

솔직히 이 작품의 스토리의 힘보다는 배우들의 연기와 그리고 애잔한 넘버가 주는 여운이 컸었는데

이번 삼연은 한마디로 성두섭 열의 고분분투기더라.

일단 배우들의 발란스가 너무 안맞는게 가장 큰 문제다.

성두섭 열이 중심을 잡아주긴 하지만 가히 운장급 포스라서

사담과의 관계가 좀 심하게 표현하면 부자지간처럼 느껴졌다.

(김지휘의 혀 짧은 발음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져서 그냥 신라판 호스트바를 보는 느낌이었다.

무대도 대놓고 요정처럼 만들어서 너무 노골적이었고

뭐가 됐든 은근하고 애잔한 고풍스런 맛이 좀처럼 안느껴졌다.

2층으로 만든 무대 역시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서

대금과 해금연주자를 위한 2층인가 싶었다.

그것도 연주자가 들락날락하니 오히려 산만하기만 하더라.

 

그냥...

관람하면서 초연이 많이 떠올랐다.

성두섭 열과 김재범 사담, 구원영 진성이 레전드였구나 싶었다.

커다란 하얀 천이 내려왔던 초연의 엔딩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압권이었고...

게다가 쁘티첼 씨어터 2층은 얼마나 추운지 가디건까지 입었는데도 시작부터 끝날대까지 내내 떨면서 봤다.

솔직히 이러다 동태가 되는건 아닌가 싶어 중간에 나가버릴까도 고민했다.

심지어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배우들 소리까지 뭉턱뭉턱 잡아 먹더라.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인지

<풍월주> 삼연은 도저히 좋은 기억으로 담을 수 없었다.

다만 성두섭 열의 고분분투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성두섭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작품을 머릿속에서 그대로 도려냈을 것 같다.

 

초연만한 재연은...

정말 쉽지 않은 모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5. 9. 08:55


어쩌다보니 참 오래 묵혔다 쓰게 됐다.
너무 여운이 길고 깊어서?
안타깝게도 그 반대다.
이걸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그래도 본건데 몇 자 끄적여 보자는 맘에서...
용산에서 공연됐을 때는 그래도 평가가 좋았던 모양인데
(안봐서 당췌 모르겠고!)
대학로로 다시 넘어와서는 용산에서 만큼의 평가를 받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공연 사진만으로 비교해도 규모 자체에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고,
객석도 너무하다 싶을만큼 많이 비어있어 안스럽다.

사실 계획에 전혀 없던 관람이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일단 캐스팅도 괜찮았고 좋아하는 "Jazz"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을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거기다 대한민국 최고의 안무가로 알려진 서병구 선생이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니 그 신선함도 기대가 됐었고...
이 작품으로 작년에 뮤지컬시상식에서 안무상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문종원, 전수미, 심재현, 문예신 그리고 올댓걸과 올댓보이...
 

 

다 보고 기억에 남는 건
멋진 재즈 댄스도, 멋진 재즈 음악도 아니라
조금은 민망하고 과하게 흔들어대던 올댓댄서들의 심하게 볼륨업 된 엉덩이였다.
좌석이 맨 앞인 탓도 있었겠지만
솔질히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의 안무였다.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가 멀었다면 좀 달랐을라나???
안무가 전체적으로 너무 과하다 못해 차라리 그로테스크(?) 하다.
이걸 재즈댄스라고 하는 게 맞나?
정말 열심히는 추는데 뭐랄까 난발되는 기교 앞에서 처참하게 난사당하는 느낌이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다 오싹했다.
그리고 음악도 재즈스럽긴 했었나???
차라리 공연 시작 전에 대기하는 공간에서 연주하던 음악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솔직한 심정은,
딱 낚인 것 같은 기분!


2010년에도 문종원이 이 역을 했다는데
어이없게도 참 라다메스적으로 연기를 하더라.
(제발 이날만 컨디션 난조로 그랬던거였길...)
그게 또 신경에 몹시 거슬렸다.
팔이 빠져라 흔들어도 결코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을 보는 난감함이랄까?
뭔가 붕 뜨고 겉멋이 잔뜩 들어있는 느낌.
그래서 그 속에 예술가의 고뇌와 절망감 같은 게 드러날 틈이라고는 바늘 끝만큼도 없다.
오히려 양아치같은 느낌이랄까? (죄송... 하지만 정말 그랬어요.. ㅠㅠ)
전체적으로 다 문제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거!
흔하디 흔한 칙릿 소설의 그렇고 그런 뻔한 러브 스토리.
그렇게 대놓고 심파로 가겠다 작정을 했다면
춤이라도 끝장이던가 아니면 음악이라도 끝장이던가 둘 중 하나로는 승부수를 띄웠어야 했는데
그것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카메라맨 심재현의 감초같은 코믹 연기와
데이비드 문예신의 춤은 그런 중에도 눈에 들어오긴 하더라.


퓨전도 아니고, 동서양의 만남도 아니고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사실 보고나서 끄적이는데 한참을 망설인것도 
<All That Jazz>가 내게 준 정체성의 혼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뮤지컬에서 뭘 봤어야 했을까???
아직도 나는 혼란 속에 있다.

이제 그만 All That Jazz를 보여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