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24. 08:21

자그레브 터미널에서 오후 2시 30분 출발하는 공항 셔틀을 탔다.

그냥 마지막 옇정이라고 생각하니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다.

시간이 천천히 가거나,

아니면 아예 멈춰도 좋겠다는 간절하지만 덧없는 생각.

출발할땐 그렇게나 출발이 무섭더니,

다시 돌아가려니 돌아가는게 한사코 무섭다.

 

 

30분만에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한 셔틀버스(5uro).

비행기 츨발시간은 3시 15분이고,

체크인은 이미 웹으로 마쳤고,

부쳐야 할 수화물도 없고.

마일리지도 적립하고....

괜히 일찍 왔구나 싶을 정도로 할 일도, 남은 일도 전혀 없다.

셔틀 타기 전에 두브라비카에서 산 샌드위치(14.5HRK)를 먹으로 시간을 보냈다.

두브라비카 빵은 역시나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한 끼를 정성들여 꼭꼭 씹어 삼켰다.

아마도 2년 전처럼 또 그리워 하게 될 것 같다. 

두브라비카의 빵 맛은...

 

 

저녁 11시 25분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

환승까지 3시간 가량이 남아 긴의자가 있는 휴게실에 잠시 누워있었다.

이 휴게실도 2년 전 왔을 땐 알게 된 곳이다.

새벽 2시 20분 인천행 비행기 탑승.

몇 번의 기내식은 향신료때문에 거의 먹질 못했지만

과일과 빵, 음료수 만으로도 충분했다.

비행기 창 아래로 인천공항이 보이자 또 다시 내게 묻는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떠날 수 있을까...를.

 

여행기의 마침표를 찍는 지금도

나는 그게 제일 궁금하다.

혹시 이게 내 마지막 여행이었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그래도 이렇게라도 잠깐씩 숨은 쉬어야 할텐데...

이게 정말 끝이라면,

나는 어떻게 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21. 08:28

2년 전에도 저 모습이였는데

오른쪽 첨탑의 보수는 언제쯤에야 끝이 날까... 싶다가도,

속도전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똑 같은 시간이지만,

유럽인의 시간과 한국인의 시간은 속도의 체감이 참 다르다.

늦장이 아닌 여유와 신중함이 느껴진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뭐든 빨라야만 살아남는 우리나라이고 보면

유럽의 느린 시간은 경험할 때마다 참 부럽다.

 

 

파란 하늘을 받치던 대성당도 좋았지만

지금처럼 구름이 내려앉은 대성당의 모습도 참 있다.

어딘가 동양의 수묵화같은 느낌.

내부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그곳 내부스테인드 글라스와 장미창에 발길이 붙잡히면 안되니까...

자고로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

 

 

대성당을 지나 반옐라치치 광장으로 빠졌다.

이곳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조금 더 돌아다니다 자그레브 터미널까지 트랩을 탈 것인지,

아니면 걸어서 푸른 말밥굽을 지나 터미널까지 갈 것인지를.

일생의 마지막 자그레브일테니

구글맴을 믿고 한 번 걸아가보자 결정했다.

2새 30분 셔틀을 타면 되니까 천천히 걸으면서 이동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구글맵 바보라는거.

결국은 핸드폰을 집어 치우고 현지 사람들한테 물어 물어서 찾아 갔다.

푸른 말발굽이 아닌 이상한 길을 통해서...

뭐 어쨌든 결국 도착은 했다.

그럼 됐지 뭐!

가끔은 나도 내가 국제미아로 남지 않고 매번 다시 돌아오는게 신기하다.

아직까지는 소매치기도 안 당해봤고

가방도 잃어버린적 없으니

사기를 당한 적도 없으니

여행운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거라도 있으니.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20. 13:50

두번째 자그레브.

성 마르코 성당을 지나 돌의 문으로 향했다.

그냥 발이 가는 데로...

이 문은 처음엔 돌이 아닌 소나무였단다.

그러니까 돌의 문의 아니라 소나무의 문 ^^

화재로 훼손된 문을 돌로 다시 만든건 18세기.

그때 잿더미 속에서 지금의 성모 마리아 성화가 발견됐단다.

심지어 전혀 손상되지 않은 체로 말이다.

그래선지 이곳엔 기도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에 오면 문이 열려있어 성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첫번째 여행에서는 봤었는데

이번엔 정오가 지난 시간이라 굳게 닫혀있었다.

 

 

돌의 문 내벽엔 빼곡하게 글자가 쓰여있다.

정확히 말하면 글자가 쓰여진 돌판이 붙어였다.

사람 이름인것 같은데

생몰연도가 없는걸 봐서는 추모문구는 아닌것 같다.

문맹이긴 하지만 글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일한 단어가 하나 있더라.

 "HVALA"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뜻의 크로아티아어다.

성모상을 향한 감사의 헌납이었을까?

그저 막연한 어림짐작만...

 

 

스톤 게이트를 지나 돌라채 시장 쪽으로 향했다.

2년 전에는 보수중이라 한쪽으로 비켜 걸어야만 했는데

지금은 보수가 끝나 걷기에도, 구경하기에편해졌다.

그땐 성 게오르기우스 동상부터 돌라체 시장까지 땅이 다 파헤쳐졌었는데...

그러고보니 그때 못봤었는데 한국물건을 파는 편의점도 있더라.

돌라체 시장은 여전하다.

활기차고, 신기하고, 신선하고, 욕심나고.

체리와 말린 무화과, 수제 치즈도 탐이 났지만 짐을 생각해서 참았다.

그래도 마그넷 하나 정도는 사 올 걸 그랬다.

또 다시 뒤늦은 후회를 살짝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