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7. 31. 06:27
오랫만에 읽은 칙릿 소설
<스타일>로 제 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던 젊은 작가 백영옥
그녀의 발칙한 두번째 칙릿 소설 <다이어트 여왕>을 읽다.



분량이 상당한데도
하루만에 읽힐 만큼 일단은, 무지 구체적으로(?) 재밌다.
백영옥이란 작가,
특한 재미를 끌어내는 상당히 부러운 재능의 소유자임을
인정하게 된다.



정연두....
잘 여문 초록의 완두공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여자는
3년 동안 사귄 애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는다.
키173cm에 몸무게 98.3kg
그녀 앞에 놓인 현실.



그녀는
방송작가인 친구의 집요한 부탁으로
상금 1억원이 걸린
서바이벌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셰프로서의 일도 그만둔데 3개월의 합숙소에
14명의 육중한 팻걸들과 생활하면서
알게 되는 더 육중한 삶의 이야기들.... 



이 책이 단지 여자들의 그야말로 살 떨리는
살과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였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노골적인 사람들의 질투와 선망
그것으로 인한 가면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
때론 진한 배신감마저 느껴지게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다이어트의 본질이 이렇기도 하고....



문득,
이 소설도 누군가 탐을 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
<스타일>을 처음 읽었을 때도 영화나 드라마로 곧 만들어지겠구나 했는데
1년 후 이지아, 김혜수, 류시원이라는 쟁쟁한 스타들로 구성된 드라마가
이제 곧 SBS에서 시작한단다.
<다이어트 여왕>
이것 역시도 딱 그러기에 좋은 소설
그러나
책 곳곳에
예리하게 날 선 요리사의 칼날같은 대사들이 나온다.
탐욕과 탐식.....
탐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칼날에 손끝이 베이지 않으려면
순간순간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는 사실.

여왕의 자리는 외롭지 않다.
그저 환상일 뿐.
환상은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혼자이게 만드는
극단의 공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30. 06:32


<친 구> - 스탠 톨러


친구

 


금방 읽힐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친구>라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처세나 경제 관련 부분엔 영 문외한인지라 이런 내용의 책은 손에 잘 잡지 않는 편이었답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읽기 시작했죠.

그런 책들은 단지 선택된 소수의 사람의 삶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딴 나라 이야기 같다고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한권씩 읽어가면서 분명히 깨달은 건 그 책들 역시 내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책은 제겐 일단 다 재미있고 신비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요.

예전에 제 꿈은 종로서적 직원이 되는 거였습니다. 맘껏 책을 읽을 수 있을 거고, 싸게 책을 살 수 있을 거란 정말 순진한 생각을 했던 때였죠.^^
그러나 이제 그 꿈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시겠지만 제 유토피아였던 종로서적이 오래전에 없어진 관계로..... (서점이 도산될 때 마다 마치 제 일부도 떨어져나가는 것 처럼 섬뜩하게 아픕니다....)


시애틀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조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인재며 하는 일마다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죠. 지금도 프로젝트를 거의 성공시켜 22만 달러의 성과금이 지급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호사인 사랑스런 여자친구도 있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처음과 다르게 왠지 어긋나는 것 같고 동료들은 은근히 그를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는 축하를 나눌 친구도, 동료도, 애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성공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조는 우연히 '맥스 플레이스'라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자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 '시애틀'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경쟁사회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란 어떤 의미일까요?

'행운의 절반은 나의 노력으로부터 오고, 행운의 다른 절반은 친구로부터 온다'

어쩌면 너무나 교과서적인 내용의 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교과서라는 건 기본을 알려주기 위한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쟎아요.

이 책은 냉혈인간 조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길, 친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 하나하나와 진정한 관계를 맺는 소중한 과정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아주 교과서적으로요. ^^ (이 말이 전 맘에 듭니다. 이 책에서는요...)


이 책은 친구란 커피와 같다고 말합니다.
같은 원두라 해도 어떤 비율로 브랜딩 하는 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서로 어우러짐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결코 누구라도 혼자서는 충분히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해 줍니다.
내 잃어버린 멘토를 찾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하죠.


믿었던 직장에서 쫓겨난 조는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그는 과거의 모든 사람들을 True Friend로 다시 만나게 되고,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True Friend로 만나게 될 것임을 저 또한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항상 “멘토”만을 바라고 기다렸던 건 아닐까?

누구가 나를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를 좀 발견해주고 그리고 나를 좀 만들어 주길...

한번도 내 자신이 멘토가 될 생각은 진심으로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만한 재능이나 능력, 배려심도 아주 심하게 부족하지만 그래도 멘토를 기다리는 사람이기보다는 멘토가 되기 위해 애써보는 사람이 되보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씩 품게 됩니다.

멘토와 멘티의 계속되는 멘토링....^^

모두를 위한 괜찮은 꿈이 될 것 같아요...


문득 제 멘토이자 친구이기도 한 분이 생각나네요.

올해 벌써 50이 되신 분인데 제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입니다.(나이를 지금 따져보고 저 순간 놀랐습니다.... )

함께 차 마시면서 4~5시간 정도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이죠.

그 분과 이야기를 하면 제 자신이 참 풍요로워 지는 걸 느낍니다.

전 그 분에게 어떤 멘티였을까요?

형편없는 수다쟁이로 기억하진 아닐 거란 확신이 드네요.

왜냐면 그분은 제 멘토이시니까요?

모든 친구의 시작은

“믿음”...
바로 거기서부터 일테니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29. 06:41
몇 달 전에 박범신의 <촐라체>라는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가,
요즘 집필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와 인터넷 소설의 궁합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는 네이버에 <촐라체>를 연재하면서
바로바로 올라오는 독자들의 반응이 사뭇 신기하고 재미있었나보다.
그리고 연재를 끝낸 후 출판된 <촐라체>는
참 차갑게 뜨겁고 눈물나게 아름다운 책이었다.



그가 또 다시 <고산자>라는 책을 냈다.
우리나라 지도 역사에 선구자 역할을 했던 고산 김정호의 이야기.
이 속에 담긴 이야기가
픽션일지라도
왠지 나는 그대로 모든 걸 믿어버리고 싶다.
작가 박범신,
그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순조, 헌종, 철종, 고종 4대 임금을 거친 고산 김정호.
그의 바램은 국가의 소유물이었던 지도를
바르고 효용적으로 만들어
온 백성에게 돌려주는 데 있었다.
잘못된 지도로 인해 실족하거나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기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속엔 우산국, 즉 독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일본과의 독도 다툼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는데....
이 책의 내용처럼
정말 김정호는 올바른 축척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우산국을 제외시켰던 건지도 모른다.



평생 꿈꾸어온 것이 무엇이던가!
조정과 양반이 틀어쥐 강토를 골고루 백성에게 나눠자는 것이고,
조선이라는 이름의 본뜻이 그러하듯 강토를 세세히 밝혀 그곳에서 명줄을 잇고 있는 사람살이를
새롭게 하고자 한 것 뿐이다.
땅의 흐름과 물의 길을 잘 몰라 떠도는 사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뿐이다.




고산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는
22첩으로 분철된 지도였다.
그리고 각각의 분철들은 필요시 따로 떼어내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나라의 지시에 의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덕을 위해 재능을 팔아 생계를 꾸리지도 않았던 사람.
태어남과 죽음의 기록조차
정확히 남겨져 있지 않은
그 사람 고산 김정호에 의해
우리는 비로소 올바른 길의 흐름을 알게 됬음을
이제 조금 이 책을 통해 느낀다.

선구자의 삶은,
늘 고난하고 핍박의 연속이었으리라.
박범신의 글처럼 김정호는
평생 시대로부터 따돌림당했으니 고산자(孤山子)요,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에게 돌려주고자 했으니 그 뜻이 높아 고산자(高山子)요,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 산을 닮고 싶어했으니 고산자(古山子)임이 분명하다.

비록, 지도에 문외한인 나일지라도
그의 행동하는 참 지식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아울러 그를 깨우쳐준 작가 박범신에게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