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9. 13:08

부다왕궁, 마차시 성당, 어부의 요새가 모여있는

부다 언덕(Buda Hegy).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페스트 지구의 모습.

머르기트 다리를 시작으로

세체니 다리와 에르제베트 다리, 그리고 자유의 다리까지

한 눈에 내려다보는 호쾌함이 아주 짜릿했다.

왜 부다, 부다 하는지 이해가 됐다.

 

 

설명도 필요없지만

설명을 할 수도 없다.

보이는게 전부고, 보이는게 모든 것이고, 보이는게 유일이다.

보이니 그저 볼 뿐.

나머지는 모두 다 멈춰버렸다.

자의든, 타의든.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8. 13:07

어부의 요새(Halaszbastya)는

마치시 성당을 재건축한 건축가 프리제시 슐렉의 작품이다.

19세기에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고 있을 때

어부들이 주축이 돼서 적의 기습을 막기 위해 만든

헝가리 애국정신을 상징하는 요새란다.

그당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길드가 어부들의 길드여서

파워게임에서 승리했다는 설도 있다.

(아무래도 도나우 강변을 끼고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햇빛이 쨍하니 하얀 외벽이 대리석처럼 빛났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하얗게 펼쳐진 어부의 요새까지.

마치 일부러 짜맞춰 놓은 것처럼 완벽한 조화다.

반대편 현대식 건물 외벽에도

또 하나의 어부의 요새가 오롯이 숨어있다.

숨은 그림 찾기 혹은 반전의 묘미 ^^

어부의 요새에는 모두 일곱개의 원뿔이 있는데

헝가리에 처음 청작해 뿌리를 내린 일곱명의 마지르족을 뜻한다.

헝가리는 우리처럼 이름 앞에 성(姓)을 먼저 쓰는 나라이기도 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말갈족의 후예라 형제의 나라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러기엔...시간의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외형적인 차이가 커서...)

 

 

1층은 그냥 돌아다닐 수 있지만

2층은 1000HUF의 티켓을 사서 들어가야 한다.

view의 차이를 크게 날 것 같지는 않고,

사람이 많고 적고의 차이는 있겠다.

tip을 주자면 밤에는 무료라는 사실 ^^

(야경보러 다시 올때 꼭 놓치지 말자!)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 사이에 있는 기마상은

마차시 성당이나 당연히 마차시 왕이라고 생각할테지만 전혀 아니다.

헝가리 최초의 국왕인 이슈트반의 기마상.

이슈트반 왕이 성인이 된 배경은,

죽음 직후 그의 무덤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서

교황 그레고리 7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기에 이른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헝가리 화폐 10,000 포린트에

그의 초상화가 있으니 기마상의 얼굴과 비교해봐도 흥미롭겠다.

그런데 나도 10000 포린트는 못봐서 알현하진 못했다.

가진거라곤 5,800 포린트가 전부라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7. 15:45

부다왕궁을 나와 마차시 성당(Mátyás Templom)으로 향했다.

헝가리 왕의 대관식과 결혼식이 거행됐던 공식 성당.

이곳에서 엘리자베스 황후와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대관식도 열렸다.

"Mátyás"란 이름은 왕의 이름인데

성당을 만든 왕은 아니고

제일 높은 종탑을 증축하라고 명령한 왕의 이름을 땄단다.

과거에는 지금의 높이보다 8m 정도 높았고

16세기 오스만투르크의 통치땐 모스크로 사용됐었다.

유럽 성당의 흔한 히스토리 ^^

 

 

성당 앞에 있는 성삼위일체 원주는

페스트 종식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단다.

(이것 역시 유럽의 흔한 히스토리 ^^)

성당과 원주의 하얀 외벽과 햇빛이 만나니

여기저기가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다.

일요일 미사 때문에 입장이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오후 1시부터 가능하대서 잠시 기다렸다 티켓을 구입했다.

성당만 들어갈거라 1,500HUF.

이곳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입장이 곤란하다.

민소매를 입거나 짧은 옷을 입은 사람은 얇은 종이를 둘려야 입장할 수 있다.

(살짝 기괴할 수도, 살짝 웃길 수도 있는 모습)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이 머무는 곳이 많았다.

스테인드 글라스도 너무 아름다웠고,

주재단은 화려하면서도 위엄이 가득했고,

소예배실의 조형물들도 하나 하나 다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 내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은건 성당 벽의 프레스코화들.

1층에서 올라다 볼 때의 느낌과

2층에서 내려다 볼 때의 느낌이 오묘하게 다르다.

아주 잠깐이지만 신의 시선이 되어보기도 했던것 같고...

 

혹시.. 불경(不敬)일라나???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6. 11:25

세체니 다리를 건너 부다왕궁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푸니쿨라 타는 곳이긴한데

나는 걸어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좌우로 초록 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언덕을 올라가는 소소한 즐거움.

그걸 피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푸니쿨라 타는 곳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저렇게 이쁜 산길이 펼쳐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올라갔는지

계단 가운데가 내려앉기도 했고 살짝씩 어긋나기도 했다.

더 심해지면 보수를 할테지만

지금 모습은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정감있더라.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내려다 보는 풍경도 너무 좋았다.

 

 

왕국 정문 왼쪽편에는 날개를 펼친 커다란 새가 도나우 강변을 내려다보고 있다.

헝가리 민족을 상징하는 전설의 새 투롤(Turul)로

유럽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새 조형물이란다.

물론 전설도 있다.

어느 나라든 하나쯤 가지고 있는 건국과 관련된 전설 ^^

교대식이 있었는지 돌아가는 기마단도 봤고

(초록색 망토가 참 선명하더라)

이 여행의 첫번째 젤라또도 이곳 부다왕국에서 먹었다.

무릇 유럽을 여행할때는,

1일 1젤라또는 기본 중 기본이다.

달달한 여행을 더 달달하게 만드는 비법 ^^

 

 

부다왕궁엔

국립현대 미술관, 루드비크 박물관, 역사 박물관, 세체니 도서관이 있는데

시간이 없는 나는 가차없이 skip의 연발이다.

그래도 발길을 옮기다 마음이 닿은 곳을 만나면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멈춰서 눈맞췄다.

이정표 이쪽 저쪽에 조금씩 마음을 나눠주면서.

 

화창하니 참 좋다.

날씨도... 마음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5. 13:11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하루.

시간과 동선 계산을 잘해야하고

포기해야 할 건 아주 빠르고 단호하게 포기해야 한다.

그게 비록 다뉴브강 유람선이래도...

9시를 넘어 숙소에서 나와 환전소부터 찾았다.

숙소 근처 환율 잘쳐주기로 유명한 두 곳은 모두 문이 닫혀서

성 이슈트반 성당 근처에서 달랑 20유로를 환전했다.

포린트로는 5,800 정도.

(소소해도 너무 소소한 금액 ^^)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성 이슈트반 성당.

하지만 주일 미사중이라 내부에 들어가진 못했다.

부다왕궁에서의 파노라마가 기다리고 있기에

종탑도 스킵했다.

짧은 일정이라 아쉬운 마음에 자주 뒤를 돌아봤고

그때마다 역광의 역습에 카메라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몇 장 건진 사진들.

gloomy가 아닌 shiny한 Budafest.

 

 

세체니 다리.

이 다리가 도나우 강에 맨 처음 세워진 다리라고 했던가!

처음엔 목조다리였고 여차여차한 이유로 몇 번 무너져서 작정하고 튼튼하게 만든 다리라고.

아주 천천히, 그리고 자주 멈추면서 이 다리를 건넜다.

멀리 부다왕궁과 어부의 요새, 마사치 성당과 눈인사하고

다리를 건너서는 다시 뒤돌아서 건너편 국회의사당을 바라봤다.

'거짓말 같다...' 고 혼자 생각했다.

눈을 뜨는 것도, 감는 것도 순간 겁이 났다.

그랬다가는모든게 사라질것만 같아서...

 

어쩌면...

부다페스트는 신기루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2. 08:55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Budafest Ferenc Liszt International Airport).

여행할때 기내형 캐리어만 가져가는데

그것마저 수화물로 보냈다.

싸이즈는 상관없는데 무게가 살짝 오버가 돼서..

중동항공은 테러때문에 기내용 캐리어 무게도 철저하게 지킨다.

7kg이상이면 수화물로 보내야 한다고...

그런데 막상 비행기 타서 보니 냐보다 더 무거워 보이는 짐도 많던데...

뭐, 덕분에 경유랄때랑 화장실 갈 때 짐이 없이서 편하긴 했다.

6시 25분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곧장 miniBUD 데스크를 찾아갔다.

바닥에 있는 빨간 선을 따라가면 되니 헤맬 필요도 다.

 

 

miniBud 데스크에 온라인 예약 바우처를 보여주니

친절한 직원분이 AS588725는 차량 번호가 적인 종이를 건네준다.

옆에 있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모니터에 챠량 번호가 나오면 공항 밖으로 나가란다.

그러면 차가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혹시라도 오래 기다리는걸 아닐까 걱정했는데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7시 15분쯤 차 번호가 모니터에 떠서 밖으로 나왔다.

나를 포함해서 2명이 탑승했다.

데스크 직원분도 친절했는데 차량 기사분도 너무 친절해서

부다페스트의 첫느낌이 좋았다.

잔뜩 겁을 먹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게다가 하늘까지도 저렇게 예뼈주니 이 도시가 안좋을 수가 없다.

 

부다민박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50분.

부다페스트 일정이 이틀만 됐어도 17.5유로나 되는 셔틀을 타진 않았겠지만

시간절약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다.

(결론적으로 현명한 선택이기도 했고!)

친절하기로 유명한 스텝에게 민박 구석구석을 소개받고

침대를 배정받았다.

하룻밤 머물 곳이지만 내 자리가 생기니 맘이 든든해진다.

복도 한쪽 벽,

welcome 보드에 적혀있는 내 이름.

이국에서 보는 이름 석자는 낯섦 반, 반가운 반이었.

스텝분이 지금이 조식시간이라며 같이 식사를 하란다.

숙소에 도착하면 짐만 던져두고 곧바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여행 첫 날부터 한식을 보니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한그릇 푸짐히 담아 호로록!

언제 어디서나 한식의 힘은,

크고 쎄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1. 16:04

살짝 이른 여를 휴가.

부다페스트 In - 슬로베니아 - 자그레브 Out.

사실 이번엔 집을 나서면서 유난히 겁이 났었다.

불안한 마음도 컸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떠나고, 여행하고, 돌아오는 이 모든 과정들을

과연 무사히 마칠 수는 있는건가 걱정됐다.

 

 

그날의 메모를 찾아봤더니 이렇게 적혀있었다.

혼자라는게 실감돼 점점 더 무섭다..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오히려 맘이 편해진다.

일종의 될대로 되라는 식의 반쯤 포기한 상태라고나 할까.

내가 그때 그랬구나...

고작 보름 전의 일인데 마치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다.

 

 

도하에서의 환승.

다행히 경유시간이 길지 않다.

출발전 인천공항 서점에서 구입한 책이 한 몫 하기도 했고.

(책만 있으면 대기시간 땨위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나)

깊은 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도하의 불빛은 아름다웠다.

막강한 석유의 파워가 느껴지는 검고 진한 밤.

사육되듯 몇 번이 식사를 하고,

(뭐 거의 먹진 않았지만)

음료수를 마시고,

쪽잠을 자고...

카타르 항공을 예약한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앞뒤 좌석 간격이 넓어 여유 공간이 충분하다.

게다가 옆자리에 사람이 없어서 한결 편안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혹시 Human Pobia가 아닐까.... 하는....

 

 

새벽 6시 25분 부다페스트 도착.

새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환하고 쨍하다.

해가 길다는건,

걸을 수 있는 시간도 길다는 뜻.

나쁘지 않다.

또 다시 원없이 걷자고 작심했으니 시작해보자.

먼저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숙소찾는것 부터.

이번엔 얼마나 해매다 도착하게 될까?

은근히 기대된다.

길치의 하루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9. 23:57

자그레브를 끝으로 이번 여행이 모두 끝났다. 2번째 온 자그레브는 찾아다니는게 너무 수월했다 지금은 한국가는 비행기 안. 일주일 동안 정말 불태웠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년에도 또 떠나올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4. 19:17
어제 부다 야경투어가 밤 11시 넘어 끝나 새벽에 몸이 많이 힘들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민박집을 혼자 조용히 빠져나와 무사히 플릭스 버스탑승. 잠시 마리보트에 멈춘 버스.

하늘이 미쳤다. 슬로베니아는 날이 흐릴거라 했는데 현재까지는 화창하다. 이제 1시간 30분 정도 더 가면 류블라냐 입성! 부다에서보다 더 씩씩하고 용감하게 다니자. 원없이 걷고. 원없이 보고!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5. 24. 09:46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기상악화로 경유지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발이 묶었고

대체 항공이었던 에어 프랑스도 드골 공항에서 딜레이가 생겨

예정보다 8~9시간 늦게 베니스에 도착했었다.

베니스 일정 하루가 그대로 날아가고

온라인으로 예약한 티켓을 날려버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떠나왔으니까.

도착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프라하 공항에서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

오버부킹으로 비행기를 못타는 사태 발생.

(하지만 항공사는 절대 오버부킹했노라 실토하지 않는다)

그걸 나는 공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전날 메일로 내용을 보냈줬다는데 미처 확인을 못했다.

그런데 확인할 수도 없겠더라.

왜 그랬는지는 전혀 기억은 안나지만

외국에서 로그인이 아예 안되게 메일 설정을 해놨더라.

확인을 했더라면 호텔을 하루 더 연장하고

의식주에 쓴 하루 비용 일체를 항공사에 청구하면 됐을텐데...

(실제로 돌아와서 KLM 항공에 메일을 보내 보상을 받았다.

 1인 당 항공료 600유로 씩과 그날 하루 우리가 쓴 비용 모두)

 

다시 호텔로 갈까 하다가 어찌어찌 공항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처음엔 잘 몰라서 노숙 비슷한걸 하다가

체코 공항 내에 Rest & Fun center가 있다는걸 알게 됐다.

자고 있는 조카를 깨워 family room으로 들어갔다.

숙박은48시간 안에 예약을 해야 한대서 599czk를 지불하고 6시간을 rent했다.

샤워시설도 갖춘 곳이라 씻을 수도 있다.

동생과 조카는 샤워 후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였고

나는 이 모든게 미안해서 혼자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나중에 조카녀석은 이것도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공항에 이런 시설이 있는 줄 몰랐다고 신기해다고...

(땡큐, 조카!)

 

 

이날의 메모를 찾아봤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

  또 다시 20분 딜레이.

  이 여행이... 끝이 나긴 할까?"

많이 지쳤었나보다.

그래도 마지막 문구는 반전이었다.

"기다림에 신물이 날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 여행을 꿈꾸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이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라고.

그래서 세계 각지의 공항에는 날마다 섭식장애자들이 모여든다고.

일종의 난치(難治)라 하겠다.

블치(不治)면 더 좋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