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5. 11. 08:14

처음 혼자 여행을 갔을때는

낯선 길을 걸어다니는 것도,

골목을 기웃거리는 것도 덜컥 겁이 나서 망설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범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기웃거릴줄 아는 사람이 됐다.

그런데 사실은... 기웃거린다는건

선듯 들어설 용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백컨데...

나는 낯선 곳에서는 쫄보가 된다.

혼자 있을 때는 특히 더.

 

 

프라하에서 유명하다는 Candy Shop.

젤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조카녀석이 찾아낸 곳.

다양한 종류와 모양, 색깔의 젤리들이 다 모여있는것 같다.

오크통 위에 수북히 쌓인 젤리들은,

보는 것 만으로도 어지러울 지경이다.

조카녀석은 파라다이스의 발견이고,

나는 아찔하고...

혼자 밖으로 나와 유리창 너머로 바라본다.

적당한 거리감이 딱 좋았다.

 

 

거리의 BBQ집은 인산인해였고,

틀레들로는 사방에서 경쟁적으로 구워지고 있고,

소유욕 불러 일으키는 시계는 여전히 눈에 들어오고,

마리오네트 인형의 본거지답게 인형들은 대롱대롱 매달려있고,

체코의 쇼핑리스트 중 하나인 베체로브카도 자꾸 눈에 밟힌다.

베체로브카는 약초로 만든 술로 배가 아플때 체코인들이 약처럼 먹는 술이란다.

술을 마시진 않지만

엄마아빠 드리려고 한 병 사오긴 했다.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라하 구시가지의 거리 예술가들.

여행자 블로그에서 너무 많이 본 분들이라

하마터면 반갑게 인사뻔 했다.

그런데 저 분들 표정...

내 눈에만 그랬을까?

얼굴 표정과 눈빛 속에 생계의 팍팍함만 느껴져 안스러웠다.

쉬운건... 정말 아무 것도 없음을 절감케 했다.

저 분들의 눈에 맥주를 마시며 패달를 밟은 관광객은 어떻게 보일까?

 

어디를 가든 감사하며 다녀야겠다는 생각.

수다스럽지 않게 조심조심.

생계의 무게 앞에 겸손해 하면서...

그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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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5. 10. 08:27

바츨라프 광장을 빠져나와

그야말로 아무 곳이나 발길 닿는 곳을 걸어다녔다.

구글맵도 켜지 않았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았다.

걸다가 걸음이 멈춰지는 곳,

그곳에서 서성였다.

잃은 사람처럼, 아니 여유자작한 사람처럼.

 

 

유대인 시나고그와 유대인 서청사를 지났다.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토요일은 개방하지 않는데서...)

시청사의 시계탑에는 두 개의 시계가 보이는데 바늘의 방향이 서로 다르다.

찾아봤더니 밑에 위치한 시계 바늘은 히브리어를 읽는 방식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인단다.

거꾸로 가는 시계라는 뜻 ^^

시나고그를 지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본거지 루돌피눔 앞으로 빠져나왔다.

크루즈 투어때 가이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체코인들은 "루돌피눔"보다 "예술가의 집"이라고 부르는걸 좋아한단다.

"루돌피눔"이란 명칭은 비유하자면,

서울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김일성 기념관"이라 부르는 느낌이랄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독립을 선언한 체코이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루돌프 황태자가 체코의 황태자는 아니니까.

 

 

검은 마리아의 집 역시 일부러 찾아간건 아니고

노천 카페 앞에서 가로등을 바라보다 마주쳤다.

체코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큐비즘 건물이라는데

모든 걸 떠나서 저렇게 갇혀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이 건물을 본 이후로는 걸어다니면서 건물의 모서리나 튀어나온 부분을 살피게 되더라.

그런데... 그게 꽤나 흥미로웠다.

사실은...

저곳에 내 집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

그 간절함의 눈빛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아무래도 나는,

완패가 확실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5. 9. 08:31

동생과 조카가 기념품을 사러 간다길래

살짝 빠져서 혼자 바츨라프 광장을 찾았다.

숙소에도 나와 구시가지 광장을 지나고 하벨 시장을 지나 찾아간 곳.

하늘이 축복처럼 환했다.

보수중인 프라하 국립박물관에 SAMSUNG에 반가워하고...

(타국에서 잠깐 반가웠지만 지금은 전혀 반갑지 않은 문제의 네이밍...)

 

 

바츨라프 광장의 빨간색 트램 가페는

구시가지의 얀 후스 동상과 함께 현지 투어의 양대 미팅 포인트 되시겠다.

국립박물관 앞에 있는 동상은

체코인의 수호성인으로 불리는 성 바츨라프 기마상.

광장의 이름이 이 동상에서 유래됐다.

기마상 앞뒤에는 성 루드밀라, 성 프로코피우스, 성 아그네스가 서있다.

기미상 바로 앞에는 작은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거리의 악사가 아닌 건반, 기타, 스피커를 제대로 갖춘 음악가들이다.

버스킹은 아닌것 같고

뭔가 의미가 있는 공연인것 같은데 체코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장님 꼬끼리 만지기 처럼 막막했다.

보이시한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바츨라프 기마상 앞은

1968년 "프라하의 봄"이 좌절된 후 소련군이 침공에 맞선 얀 팔라크가 분신 자살한 곳이다.

자유, 인권, 민주!

체코인들이 목이 터저라 외쳤던 "프라하의 봄" 구호.

비슷한 역사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기에 무심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론 터키보다 체코에 형재애가 느껴지는건 이런 공통점 때문이지 싶다.

기마상 바닥에 1918이란 숫자가 적혀있는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서 체코슬로바크아가 독립을 선언한 연도를 뜻한다.

굵직굵직한 체코의 근대사를 관통하는 이곳이

지금은 전세계인이 모이는 거대한 응접실이 됐다.

이런 변화 나쁘지 않다.

다 좋기만한건 물론 아니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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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5. 8. 14:23

프라하 숙소를 나와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화약탑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옆 베이지색 건물은 시민회관.

이곳은 알폰스 무하를 비롯해 당대 최고의 미술가와 건축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체코의 민주공화국 선포가 이뤄진 역사적인 곳.

정면 파사드 한가운데 그림은 모자이크화로 "프라하의 경배"다.

화약탑과 시민회관을 한 컷에 담으면

좀 묘한 기분이 든다.

뭔가 섞이지 못하는 이질감의 극대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신구의 조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어딘가 친숙한 낯섬이랄까?

 

 

시민회관에는 500여 개가 넘는 홀이 있단다.

이 중 제일 유명한 곳은 체코의 국민 작곡가 스메타나 이름을 딴 1,300석 규모의 스메타나홀.

이 홀에서 "프라하의 봄" 개폐막 공연이 열린다.

내부는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단다.

가이드 투어는 부담스럽고 내부는 궁금하다면

건축 초기 모습 그대로 영업 중인 1층 식당이나 카페를 가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촌스러운 외형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중세시대엔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에 13개의 탑 문이 있었단다.

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구시가지 출입문이 지금의 화약탑이다.

꼭대기는 전망대이긴 한데

가능하면 카를교 쪽의 교탑들을 올라가는 걸 권한다.

아무래도 그쪽이 뷰가 훨씬 좋으니까..

화약탑과 시민회관 건너편은 그 유명한 팔라디움(Palladium) 백화점.

숙소에서 가깝기도 해서 프라하에 있는 동안 몇 번 찾았던 곳이다.

지항체 있는 마트에서 과일이며 간식거리도 샀고,

직원들에게 나눠줄 기념품도 이곳을 이용했다.

그래서 일부러 숙소를 예약할 때도 팔라디움 근처로 잡았다.

프라하의 참새 방앗간 같은 곳.

여기서 산 와플과자,

정말 맛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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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5. 3. 09:29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시장 구경.

프라하의 명물 하벨시장(Havelske Trziste)을 찾아갔다.

시장 구경은.

엄밀히 말하자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한다는 의미다.

밥벌이의 숭고함과 지겨움이 공존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과 역시나 하는 마음이 노골적인 눈빛으로 오고가는 곳.

그곳이 바로 시장이다.

익숙하면서 한없이 낯선 곳.

 

 

우리나라의 시장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노천천막이 등을 맞대고 일렬로 쭉 들어선 형태.

과거에는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관광객을 상태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변했다.

take out 과일부터초콜렛과 마그넷, 그리고 프린트된 그림들과 인형들.

아기자기한 것들도 많지만

뭔가를 사고 싶다는 의지는 왠간하선 안생긴다.

그런거야 여행 초보자나 하는 거지... 라고 호기를 부리는건 아니고,

짐을 늘린는게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워서...

 

 

그래도 탐나는게 두 개 정도는 있었다.

천문시계탑 시계와 프라하 아기 예수 인형.

결국 뭔가 하나 구입은 했다.

손바닥만한 천문시게탑 마그넷.

돌아와서 냉장고에 붙여놨는데 볼때마다 흐뭇하다.

짧게 짧게 소환되는 여행의 기억들.

딱 하나면 충분하.

기억을 떠올린 물건 딱 하나.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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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5. 2. 15:24

여행할 때 맛집을 찾아다닌 기억은 거의 없다.

맛집을 찾아다닐 기력으로 하나라도 더 보자는 주의라서...

(여행자에겐 별로 바람직하진 않은 자세라 강력 비추천!)

이번 여행에선 그래도 몇 집은 찾아갔다.

프라하에서는 무려 세 곳.

한식당 mammy와 스트라호프 수도원 식당,

그리고 이곳 우핀카수(U pinkasu).

 

 

우핀카수는 현지는 물론 우리나라까지도 소문난 체코 맛집이다.

(책자에,,, 블러그에... 카더라에... 등등등)

특히 체코식 족발인 꼴레뇨가 유명한데

우린 수도원 식당에서 이미 먹어봐서 이번엔 다른 메뉴를 시켜봤다.

로스트 치킨과 굴라쉬, 그리고 샐러드.

오후 4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손님이 다 빠져 여유로웠다.

치킨은 조카녀석 맛있다며 깨끗이 비웠고

굴라쉬는 향이 강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고

샐러드는 역시나 실패가 없었다.

팁까지 870 czk 였으니 우리 돈으로 44,000 정도.

체코가 물가가 싼 나라라는데

짠돌이 여행자인 나는 동감이 안됐다.

아마도 나란 인간은 앞으로도 "미식(味食) 여행" 같은건 꿈도 꾸지 못하지 싶다.

 

 

든든히 배eh 채웠으니 또 다시 hit the road!

내가 좋아하는 트랩과 신통방통한 커다란 주황 청소기.

저걸로 거리를 청소하는게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 뒤를 따라가는 동네 꼬마처럼

한참 동안 대형 청소기를 뒤를 졸졸 쫒아다녔다.

그리고 곳곳에 서있던 클래식카들.

이걸 타고 시티투어를 할 수 있단다.

A,B,C 세 코스가 있는데 뒤로 갈수록 시간도 길고 비싸다.

하지만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진 나는 only walking!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좀 다르게 말하련다.

걷다가 죽어버려라!

....

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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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4. 30. 09:20

비셰흐라드 (Vyšeehrad)의 특별한 곳이 있는데

국립 명예 묘지와 신전(Vyšehradský hřbitov se Slavínem)이 바로 그곳이다.

빈의 중앙묘지처럼

체코의 중요 인물들이 이곳에 묻혀있다.

과거에는 유료로 개방했다는데 지금은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게 개방 중이다.

비셰흐라드에 꼭 가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이곳 때문이었다.

 

 

 

죽은 자들의 나라를...

오래오래 걷고 싶었다.

2011년 생애 첫유럽 여행이었던 터키가 생각난다.

파묵칼레 네크로폴리스를 혼자 걷는데 두려움 반, 편안함 반이었다.

그 여운이, 그 느낌이, 그 감정이 고스란히 몸에 새겨진 모양이다.

이렇게 여행때마다 죽은 자들의 나라를 찾는걸 보니...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거대한 천사상이 나오는데

그 아래 44명의 관이 놓여 있다.

알폰스 무하, 카프카의 이름이 보인다.

무하의 묘는 실재하지만 카프카는 이곳에 아닌 신유대인묘지에 묻혀있다.

그러니까 가묘라는 뜻.

카프카에 대한 헌정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신세계 교향곡"을 쓴 드보르작과 "나의 조국"의 작곡가 스메타나도 이곳에 잠들어있다.

체코를 넘어 세계적인 유산을 남긴 대가들의 비망록 앞에

조용히 그리고 깊게 머리를 숙였다.

 

 

돌아가는 길,

날이 조금씩 흐려졌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마음 속의 낯설음이 덪이 된 모양이다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말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26. 08:01

비셰흐라드 (Vyšeehrad)에 있는 

성 페트르와 성 파블 성당(Kostel Sv. Petra a Pavla)은 11세기에 만들어졌다.

친숙한 이름으로 말하면 성 베드로와 바울 성당

처음 건축됐을때는 하늘로 쭉쭉 뻗은 고딕양식이었지만

증축과 보수를 거쳐 지금은 여러 양식이 혼재한 성당이 됐다.

유럽의 성당들은 500년도 우수은 시간이라

하나의 건축양식으로 만들어진 성당을 찾는다는건 사실 불가능하다.

 

 

예수가 죽임을 당할때 천국의 열쇠를 맡겼다는 베드로와,

기독교인을 박해하러 가던 중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고 회계 후 그리스도 전파에 일생을 바친 바울.

기독교를 대표하는 사도 2인.

조금씩 흐려지는 날씨.

그래서 더 장엄하고 고적했다.

패밀리 티켓이 구입해 안으로 들어갔다.

(패밀리 티켓은 100czk)

 

 

화려하고 선명한 스테인드 글라스에 감탄이 절로 났다.

주제단의 웅장함과 천장의 프레스코화를 보고 있으니 

시간이 그대로 정지된 느낌이다.

아들을 안고 하늘을 향해 절규하는 2개의 조각상.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는 신성이 아닌 모성을 대변하기에 더 비극적이고 애절하다.

이날 성당에는 우리 세 사람이 전부였다.

그냥... 이 모든게 마치 준비된 고요 같았다.

일부러 이곳을 찾아온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 

온전한 이 시간이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베드로와 사울,

그리고 우리...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25. 08:34

메트로 C를 타고 비셰흐라드 (Vyšeehrad)로 향했다.

체코어로 "Vyše"는 "위"를, "Hrad"는 "성"을 뜻한단다.

즉 "위쪽에 자리잡은 성"이란 의미.

이곳에서 프라하 탄생신화가 시작된다.

비셰흐라드는 전설 속 리부셰 공주가 평범한 농사꾼인 프르제미슬에게 마법의 말을 보낸 장소다.

후에 두 사람은 결혼해서 프라하의 시조인 프르제미슬리트 왕조를 창시한다.

리부셰 공주는 숲이 우거진 비셰흐라드에서 블타바강 너머 바라보며

영광이 하늘에까지 미칠 위대한 도시의 탄생을 예견했단다.

그 위대한 도시가 바로 프라하!

하늘님의 아들이 내려오고, 알에서 깨어나고... 등등의 신화에 익숙한 나에게

이런 소박하고 무던한 신화는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프라하처럼.

 

 

지하철에서 내려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정문인 "레오폴드문"이 나온다.

발트슈테인 궁전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곳은 그보다 더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시가지쪽에만 있는 모양이다.

관광객보다 동네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좋은 쉼터를 곁에 두고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원형의 건축물은

성 마르틴 교회의 로툰다(St. Martin’s Rotunda)다.

12세기에 완공된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 성당이라는데

문은 굳게 잠겨있다.

1841년 도로건설 계획때 이 성당이 사라질뻔 했는데

당시 시의원이었던 카를 호텍 덕분에 보존될 수 있었단다.

예전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봤던 베라 크루즈가 생각난다.

규모면에서는 마르틴 로툰다 성당이 훨씬 작지만

두 성당 모두 작아서 아름다운 성당이다.

종교의 힘보다는 종교의 본질인 믿음 먼저 느껴지는 성당.

 

 

비셰흐라드는 1140년까지 왕궁과 요새로 쓰이다가

흐라드차니에 프라하성이 완성면서 뒷방 늙은이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계절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저 멀리 프라하성을 묵묵히 바라보며

빈벤치에 앉아 사과 한 알을 오래 씹어 삼켰다.

마치 현지인이라도 된 듯이.

'좋다'라는 말로

이 모든 감정을 표현하기엔 터없이 부족하지만

다른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되기에 또 다시 되뇌인다.

 

좋...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24. 10:48

프라하에 가면 이곳은 꼭 가야지 생각했더랬다.

사진으로 봤었는데 깜짝 놀랐다.

신비감이 느껴질 정도로 기괴한 모습.

이곳... 도대체 정체는 뭘까 궁금했고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어딘가 합스부르크왕가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름을 가진

발트슈테인 궁전(Valdštejnská Zahrada).

 

 

찾아가는게 쉽진 않았다.

구글맵을 켜고도 해맸다.

맵은 분명 도착이라고 뜨는데 입구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는거다.

"궁전"이래서 커다란 입구를 상상하고 찹았다.

그런데 의오로 아주 평범해서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여기가 맞아? 하면서 몇 번을 기웃거리다 찾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둘러보기 딱 좋았던 곳.

하지만!

난데없는 조카녀석의 재롱잔치(?)에 그 고요함은 곧 깨졌다.

활쏘는 동상과 조카와의 한판 승부.

결국 조카녀석은 장렬하게 전사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나오는 야외 음악당 살라 테레나(Sala Terrena)에서는

지금도 연극과 콘서트가 열린단다.

천장과 벽에 있는 그림들은 아마도 "뮤즈"들인듯.

무대에서도 객석이 한 눈에 보이고,

객석에서도 무대가 한 눈에 보인다.

무대 위에 올라 소리를 내봤더니 울림이 아주 좋았다. 

두루두루 좋은 무대다.

 

 

발트슈테인은 부과 권력을 두루 가지고 있던 귀족으로

당시 최대 적수인 구교와 신교, 합스부르크 제국과 보헤미아 귀족 사이를 오가며

왕을 능가하는 권세까지 누렸단다.

그러다 스스로 왕이라는 환상에 빠져

프라하 성보다 더 멋진 궁전을 짓겠다 작정하고 이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발트슈테인의 욕망도 욕망이지만

프라하 왕 역시 그런 발트슈테인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은밀히 암살해버린다.

그래선지 벽을 가득 채운 검은 돌 장식이 유령처럼 보인다.

혼자였다면 등골이 오싹했을지도...

그래도 정원은 황홀할정도로 예뼜다.

아무렇지 않은듯 무심히 돌아디니는 공작들도 신기하고...

 

가을의 동유럽은,

어디든 절정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