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09. 8. 31. 02:00

2009. 08. 30. PM 7:30
세종문회회관 대극장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연을 보다
<Jekyll & Hyde>
<오페라의 유령> 팬텀으로 총 2,150회 세계 최다 공연을 이끌어 왔던 브래드 리틀(Brad Little)
드디어 그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그는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하게 공포스러웠다.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Jekyll일 때의 그의 목소리는 내가 들어본 최고의 달콤함이었다.
그리고 Hyde로 변했을 때 그 긁어대는 가릉거리는 목소리란,
그런 목소리로 도대체 이 공연들을 다 할 수는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된다.
그의 "This is the moment"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거대했고 그리고 엄청난 전율이 느껴진다.
단지 이 한 곡을 듣기 위해서 이 공연을 다시 본다고 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엠마와 루시의 "In his eyes"
엠마 커루 역의 루시 몬더(Lucy Maunder)의 목소리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가 지킬이라도 이런 목소리를 가진 엠마라면 도저히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 ^^
루시 해리스 역의 벨린다 월러스튼(Belinda Wallaston)
컨디션이 좀 그랬을까?
약간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특히 1막 후반부의 "Someone like you"
역시나 기억이 담아낼 것 같다.
2막에서 Hyde와의 "Dangerous game"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아니 오히려 터치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두 사람이 한 몸처럼 느껴진다.
거의 완벽하게 관능적이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혹적이었던 장면.
어떻게 이런 느낌이 가능한거지???
그것도 그렇게나 서로 멀리 떨어져서....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던 무대들.
그 검붉은 배경과 어둠들.
꼭 립싱크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지던 배우들의 엄청난 노래 실력들까지...
2시간 30분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허무함조차 느낄만큼...



늘 너무나 젊은 배우로만 채워졌던 우리나라 무대와
오히려 나이가 있는 배우들로 채워진 오리지널 무대.
그게 사실 나는 제일 부럽게 다가온다.
그럴 수 있으려면,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우리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아 좀 서운한 느낌도 든다.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우수운 모습이 되버릴 수도 있는
머리로 얼굴 전체를 가린 Hyde
그런 모습으로 "The confrontation"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었는데....
그랬구나...
Hyde로 변했을 때,
그는 거울을 통해 Jekyll과 대응하고 있었다.
초반의 그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confrontaiton"을 느꼈다.
그 모습이 Hyde였든 Brad Little 이었든 둘 다 섬뜩한 기억이지 않았을까?
Jekyll을 끝장내고 승리를 이루려고 하는 Hyde나,
Hyde인 자신을 바라보면서 연기했을 Brad Little.
그냥, 난 그 상황이 이 뮤지컬 <Jekyll  Hyde>에 썩 어울린다고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억지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끔찍하게 너무 끔찍하게 아름다웠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어 너무 화가 난다.
정말 그를 만났다.
Jekyll 그리고 그의 또 다른 모습 Hyde...
Good  &  Devil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30. 15:30
"내가 찍은 사진들로 글을 쓴다면 이렇게 만들어야지!"
혼자 생가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마치 내 생각들을,
누군가 여기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던 책
<끌  림>
내가 이 단어에 항상 얼마나 절절매는지 아마 이 책은 알리라.



이.병.률.
이 젊은 작가의 고백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의 느낌을 담담히, 때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써 내려간 글.
이 책을 여행서에 넣는 건 아무래도 옳지 않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담다.



"열정"이라는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걸 모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 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떨어진 그 암담함과 다르지 않다.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든,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것이 아니라, 몸을 맡게 흐르는 것이다.




쓸쓸한 그 사람은 먼 타국에 혼자 살면서 거북이 한 마리를 기른다.
근데 왜 하필 거북이었을까?
"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오래 살테니까요?
도망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
내가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게 된 이유.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사람의 이야기....



탱고...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
그게 바로 탱고지요...




좋은 계절이라는 핑계로 당신은 그들과의 여행을 계속했고
한 아궁이에서 지은 여러 끼니를 나누어 먹으며
낮선 풍경에 놀라 단체 사진을 수없이 찍으며 각별한 감정들을 나눴죠.
심지어 돌아오기 싫었던 거예요.

그래요.
삶은 그런 거예요.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그런 것.




내게도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나를 견디듯 아니 모른척 하듯 스쳐가고 있다.
티베트 속담이라고 했던가?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때론 뭔가가 찾아올거라는 허황된 환상상이라도 아직 품고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정말 그게 뭐든 상관없겠다고....
뭔가를 아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아직 살아갈 자신이 조금은 있는 사람이니까....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며
공허한 눈빛를 섞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내 추방으로 죄를 물어도 부족하리라는 생각.
그 최초의 유배자가 내가 될거라는 확신에
얕은 시선을 자꾸 아래로 아래로 숨긴다.



그럴 수 있다면....
나 역시도 일생을 품고 살 좋은 풍경 하나
가슴에 넣을 수 있다면...
비록 조금 아름답고 많이 슬픈 얘기일지라도
기꺼이 담고 싶다.

이제 금방 꺽여진 모퉁이 끝에 서 있는 느낌.
모퉁이를 지나면 뭐가 있을까?
내 눈은 아직 슬프다...

그리고 이야기 하나...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29. 14:11
성장소설...
그랬던 것 같다.
여자의 성장소설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왔던 남자들의 성장소설
여기서 굳이 성을 논하는 그런 비상식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오랫만에 만나는 여자 시선의 성장소설이 반가웠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그 때
내게도 역시나 있었을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울컨 제목에서 그리움이 밀려온다.



스무살 무렵의 나도 그랬던가?
민주화 항쟁의 도시 광주,
그곳의 스무 살 인생 10며 명,
그들 각자의 길이 나와 닮아있어 어느날은 나를 보는 것 같아 서러웠다.



점점 잊혀져가는 우라나라의 현대사를
조목조목 잊혀진 기억을 들추듯 이야기하는 해금.
과연 우리는 얼마까지 이 기록들을 기억할 수 있게 될까?
어쩌면 이렇게
직접적이고 치열하지 않게
은근히 그러나 집요하게 파고드는 방법이
더 기억의 유효기간을 연장시켜 주지 않을까?



묵묵히 앉아
막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반찬 없이 찬 물에 말아 한그릇 먹은 느낌.
누군가 내 등을 쓸어내린다.
"그리 급히 먹으면 체하는 법인디....."

투박한 그 손길이 그리웠나?
꾸역꾸역 삼킨 울음이 고개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