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 6. 07:48

<Thrill Me>

 

일시 : 2014.12.10. ~ 2015.03.0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강필석, 정동화, 백형훈 (나 ; 네이슨)

        김재범, 에녹, 문성일, 김도빈 (그 ; 리처드)

피아노 : 신재영, 오성민

제작 : 뮤지컬 해븐

 

드디어 강필석 네이슨과 김재범 리처드의 <Thrill Me>를 봤다.

(신종플루때문에 좀 묵혀놨다가 쓰게 됐지만...)

기대를 하면서도 혹시라도 두 명의 네이슨을 보게 되는건 아닌가 우려했는데 말그대로 딱 기우더라.

두 배우의 노련함과 섬세함의 결정판이더라.

지금까지 내가 알던 <Thrill Me>와 확실히 다른 느낌!

뭐랄까, 더 은밀하고 노골적이었고, 그리고 감정적, 심리적으로도 기존의 캐스팅보다 훨씬 강했다.

서로 밀고 당기는 페이스와 타이밍 역시도 기존의 방식과 많이 달랐고

소품의 이용과 전체적인 동선 디테일에도 변화를 줬다.

이미 이 작품을 했던 두 배우가 다시 합류하면서 서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지 눈에 선하다.

같지만, 다르게...

완전히 다른 작품이 아니라 <Thrill Me>를 다시 새롭게 다가가게 만들었다.

강필석과 김재범이...

강필석 네이슨은 강함을 숨기지 않았고

김재범 리처드는 냐약함을 그냥 그대로 드러냈다.

그 노골적인 반전된 드러냄이 더 큰 긴장감으로 다가왔다.

<Thrill Me>의 리처드와 네이슨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구나...

말그대로 묘한 thrill함이 있더라.

 

김재범 리처드는 "Roadster"에서 모자를 아예 벗어 손에 들어 있더라.

원래 범죄를 저지를 땐 어떻게든 얼굴을 안보이게 하는게 일반적인데 완전히 드러냈다.

그게 완전범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아니면 상황파악을 못할정도로 미숙한 소년임을 드러낸건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봤던 리처드와 완전히 설정이라 놀랐다.

손에 들고 있는 모자를 언제 쓸까 궁금했는데

끝날때까지 쓰지 않아서 솔직히 꽤 쇼킹했다.

(지금도 계속 모자를 손에 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재범, 강필석 두 사람의 쓰릴미는 확실히 젊은 느낌은 없다.

오히려 범행 후 33년이 지나 그 시점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현재감보다는 리와인드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확실히 두 사람의 밀땅은 묘한 에로티시즘이 있더라.

"Nothing like a fire"도 "Thrill me"도 자극적인 뉘앙스가 강했고

육체적인 접촉이나 전체적인 텐션도 훨씬 노골적이고 집요했다.

더 흥미로웠던건 때때로 무대에서 두 명의 네이슨과, 두 명의 리처드를 볼 수도 있었다는거다.

이게 참 묘하더라.

서로에게 동화되면서 구분이 모호해지는 관계.

김재범, 강필석 두 배우의 <Thrill Me>를 보면서 나는 네이슨의 고백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더 확신했다.

그리고 그게 이 작품의 최후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정했는가?"

이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네이슨과 리처드 두 사람이 나를 조정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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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2. 26. 08:03

<해를 품은 달>

일시 : 2014.01.18. ~ 2014.02. 23.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정은궐 "해를 품은 달"

대본, 연출 : 박인석

작곡, 음악감독 : 원미솔

무대 : 오필영

안무 : 정도영 

출연 : 김다현, 전동석, 규현 (이훤) / 린아, 정재은, 서현 (연우)

        강필석, 조휘 (양명), 주민진, 최현선, 박시현 외 

제작 : CJ & M (주), (주)쇼플레이

 

고작 10여일 정도 공연을 못본것 뿐인데 금단현상이 왔다.

그러던차에 인터파크 모닝티켓으로 이 작품이 올라왔다.

그것도 60% 라는 아주 은혜로운  할인율로!

숨 좀 쉬자는 생각에 망설임없이 예매했다.

전체적인 무대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2층을 예매했는데

조명과 무대, 의상은 정말 좋더라.

무대를  깊게 사용한 것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

대신 깊이때문에 생긴 소리의 울림을 제대로 잡지 못한건 내내 아쉽다.

음악과 음향의 발란스가 안맞는 것도 아쉽고...

뮤지컬이 아니라 <쇼뮤직뱅크>를 보고 온 것 같은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배우들의 등퇴장도 너무 많고 음악은 너무 과하다.

비유를 하자면 소극장에서 너무 욕심을 내서 대극장 스케일의 음악을 퍼부어댄 느낌.

이해될까???

넘버들은 어딘선가 많이 들었던 후크송같은 기시감까지 느껴진다.

심지어 <겨울왕국>의 "Let it go"도 생각나더라.

15초짜리 CF를 연달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좀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곡들도 있었으면 싶었는데

스페니시 기타로 시작되는 인트로와

광활한 초원을 뛰어다니는 야생마을 떠올리게 하는 사바나 느낌(?)의 음악에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의상과 작품 속 이야기의 배경만 한국적이었던거였다.

아마도 "쇼뮤지컬"쪽으로 분류해야 할 듯.

 

캐스팅을 일부러 뮤지컬배우들로만 선택했는데 그건 탁월했다.

제일 먼저 염두에 뒀던 캐스팅은 앙명 강필석,

탁월한 건택이었고 역시나 과장없이 참 잘하더라.

넘버들에 감정을 넣는 것도 좋았고 대사와 액션의 타이밍도 늘 그렇듯 정확하고 자연스럽더라.

양명이라는 역할이 강필석이라는 배우를 만난 건 이 작품 최고의 행운이지 싶다.

연우 정재은도 좋았다.

역활과도 정말 잘 어울렸고 노래도 연기도 신인같지 않게 좋았다.

아게 칭찬일지는 모르겠지만 임혜영을 잇는 "공주과" 여배우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

(그래도 제발 공주과의 배우로만 머물지는 말아줬으면...)

사실 훤을 제일 고민했어야 했는데 선택의 여지가 참 없었다.

김다현의 과장된 연기와 목소리톤은 적응이 도저히 안될 것 같고

슈주의 규현은 그냥 감당이 안되니

소리와 노래가 좋은 전동석만 남더라.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소리와 노래만 좋다는 게!

일부러 설정을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리틀 김다현을 보는것 같았다.

도대체 대사를 왜 변사톤으로 한거지?

노래도 연기도 따지고 보면 나쁘지 않았는데

대사만 나오면 "이수일과 심순애" 아니면 "신성일"로 빙의되버려서 보는 내내 난감했다. 

내 기억에 예전엔 분명 이렇지 않았었는데...

(제발...제발... 설정이라고 해주라.)

 

배우 활용도가 주연 3인에게만 너무 집중된 것도 좀 아쉬웠다.

허염과 민화공주, 왕과 설희, 운 단지 병풍에 불과했고

민화공주와 운은 드라마의 설정을 그대로 카피하기만 했더라.

백댄서로 둘러쌓인 가수.

아마도 그래서 더 뮤직뱅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바나 주술사를 스카웃한 무녀도 너무 거했다.

자꾸 밀림에 와있는 느낌이라서...

뮺;칼 넘버도 적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딱히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양명의 넘버들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정도)

 

금단현상만 아니었다면 아쉬움으로 가득했을 작품.

그래도 오랫만에 숨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최고의 작품은 물론 아니었지만

최악의 작품도 아니었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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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11. 8. 08:37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번지점프를 하다> 세번째 관람.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이라고 작정했다.

계속 보게 되면 정말이지 감당히 안 될 것 같다.

공연이 중반 이후를 넘어가서인지 배우들의 감성이 더 많이 깊어졌다.

특히나 강필석 인우는 이 작품을 하면서 심정적으로 참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스럽다.

잊으려고 했던 태희의 기억이, 아니 태희라는 존재 자체가

인우의 몸 속에서 사태지듯 들어와 점유해버렸으니...

머리는 잊어도 심장이 기억하는 사랑이 있다.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그렇다.

그걸 다시 감지하는 순간,

시간은 정지되버리고 그들은 시간의 바깥에서 숨을 쉬게 된다.

사랑은...

질기고 독한 몽유다.

 

이날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이재균 현빈.

드디어 이재균이 윤소호 현빈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두번째 관람때 나는 이재균 현빈이 흘린 실없고 바보스러운 웃음이 참 싫었었다.

그런데 이날 보면서 알았다.

이재균 현빈이 인우의 웃음을 기억해서 보여준 거였다는 걸...

확실히 두 사람의 웃음은 묘하게 닮아있었다.

학교에서 쫒겨난 인우를 향해 독선을 뱉어내며 울먹이는 현빈을 보면서 나는 또 봐버렸다.

그 대사의 끝을 꽉 붙잡고 있는 태희의 마음을...

그러니까 라이터의 불이 켜지기 전부터 태희가 현빈 속에 깨어나 있었던 거다.

그래서 현빈은 그 장면에서 그렇게 아플 수밖에 없었던 거였고.

그걸 감지했든 감지하지 못했든...  

스물 다섯의 배우에겐 녹녹치 않은 장면이었을텐데 보면서 솔직히 놀랐다.

드디어 만나는 무대 위 하얀 선처럼

이재균의 모든 감각도 현빈과 태희 모두에게 연결됐다.

 

이 작품의 무대와 조명, 음악은

정말이지 너무나 좋다.

여관방 장면에서 간판을 깜박임을 표현한 조명도 너무 애뜻했고

왼편은 태희를 오른편은 인우를 떠올리게 만든 전체적인 무대도 아련했다.

연강홀의 좁은 무대를 복층으로 만들어 시간과 공간을 확대한 것도 현명했고

현과 건반 중심의 음악도 아주 감성적이고 따뜻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기교가 아닌 진심과 감성으로 빈틈없이 채워진 작품이다.

연출도, 무대도, 조명도, 음악도, 배우들도...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랑하지 않으면 멸종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자신의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과

미움을 간직하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간직하지 않는 사람.

이 작품이 내게 계속 말을 건다.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그대도 된다면,

인우의 마지막 나레이션으로 이 물음에 답하련다.

내 선택은 이러하다고...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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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10. 10. 09:39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이 작품을 관람할 땐 스스로에게 경고한다.

절대로 깊이 빠져서는 안된다고!

누군가의 애뜻함과 절실함은 다른 누군가에겐 무례한 기억이 될 수 있으니까.

인우와 태희의 17년.

왜 하필이면 17년인가!

이 작품은 나를 데자뷰와 싸우게 한다.

그래서 피해야만 한다.

빠지지 않게... 공감하지 않게... 인정하지 않게...

빠지게 되면 나는,

위험해진다.

지금도 충분히 위험한데!

 

작년 초연때보다 무대가 많이 정리됐고 2층까지 아기자기하게 더 정성을 들였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큼 그렇게.

초연때는 파스텔톤의 조명이 은은함과 함께 여백의 미를 느끼게 했다면

이번 여신동이 만든 무대는 추억을 쫒는 "시간여행" 을 체감케한다.

주렁주렁 매달려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던 1막 초반의 우산과 2층에 동동 떠있던 2막 침대 장면이 없어진 건 아주 현명했다.

장면 전환도 초연보다 훨씬 좋았고

2막에서 태희와 현빈이 서로 교차되는 순간의 연출은 정말 압권이다.

이재준의 감각적인 연출이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순간!

영화속 대사가 더 많이 들어간 것도 아주 좋았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인우의 독백 전에 인우와 태희의 나누는 대화가 초연때는 빠졌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제위치를 찾아서 그것도 좋았다.

(이 대화를 듣고 있으면 이은주의 개구진 목소리까지도 겹쳐서 떠오른다. 참 좋아했던 여배우였는데...) 

대부분 재연공연보다 초연공연이 더 좋았었는데

(그래서 초연으로 올라왔을 때 꼭 챙겨보는 편이다) 

이 작품은 초연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아졌다.

산만했던 부분들도 과감하게 삭제했고

태희와 현빈의 연결고리 표현은 초연때보다 훨신 더 잘 살려냈다.

개인적으로 초연을 보면서는 영화거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영화보다 뮤지컬이 훨씬 좋다.

윌 애런슨의 곡도, 박천휴의 가사도 여전히 좋았고

강필석의 섬세한 인우, 전미도의 사랑스런 태희도 참 좋았다.

특히 강필석은 배우로서 이 작품과 정말 사랑에 빠져버렸버렸다는게 그대로 보여진다.

(이병헌의 인우보다 강필석의 인우가 나는 훨씬 더 좋다. 비교가 불가할만큼...)

강필석, 전미도, 윤소호.

초연배우들의 연기는 아련했고 더 짙고 깊어졌다.

프롤로그 왈츠만으로도

가슴을 이미 울컥하게 만드는

아주 아름답고, 그리고 아주 위험한 작품.

 

커튼콜이 끝나고 마술처럼 나타난 오케스트라.

무대 안쪽 사이드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2층 객석보다 훨씬 더 높은 왼쪽편에서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오케스트라가 꿈처럼 아주 조용히 나타났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러면 안되는데 

이 작품은 나를 자꾸 끌어당긴다.

위험해지기전에 피해야 하는데...

 

인우가 내 귀에 대고 말한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정말일까?

정말 그런걸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27. 08:10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2.07.14. ~ 2012.09.02.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프로듀서 : 박용호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음악 : Will Aronson

각색, 연출 : Adrian Osmond 

협력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김우형 (서인우) / 최유하, 전미도 (인태희) 

        이정훈, 이재균 (임현빈) 

        임기홍, 진상현. 송상은, 김성일 외.

        

2007년 <스위니토드> 팀이 모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번지점프를 하다>를 볼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2000년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원작 영화의 기억 역시도 얼마나 좋았던가!

그 풋풋한 감성과 상큼하면서 고요했던 떨림들,

솔직하면서 단정해서 너무 예뻤던 대사들,

잔잔해서 더 여운이 남는 마지막 장면과 대사까지...

아! 격정적인 스토리가 없어도 이렇게 깊고 진한 사랑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

어린 마음에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었다.

그리고 너무나 아깝고 그리운 여배우 이은주!

난 참 그녀를 좋아했었다.

그녀만이 갖는 뭔가 신비롭고 반항적인 이미지에 매혹당했엇다.

심지어 나는 그녀가 이서진과 함께 출연했던 2004년 MBC 드라마 <불새>도 빼놓지 않고 챙겨봤었다.

화려하게 반짝이지 않아도 충분히 눈부실 수 있다는 걸 여배우 이은주를 통해 알아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그녀가 그.립.다.)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꽤 오래전부터 들었다.

어떻게 만들겠다는거지?

의혹과 의심이 먼저 생겼고 그러다 어느 틈에 잊어버렸다.

그런데 정말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5년 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창작 과정을 거쳐면서 제법 탄탄한 작품이 탄생됐다.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짧게 공연됐었는데

그때도 꽤 괜찮다는 입소문을 듣기도 했다.

대구 공연때와 비교해서 뮤지컬 넘버가 대폭 수정이 됐다고 하는데

(거의 전곡을 다시 썼다는 후문이...)

넘버를 듣고 있으면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이국(異國)의 작곡가 윌 애런슨이 만든 멜로디는

참 감각적이고 따뜻하고 섬세했다.

영화를 완벽히 이해한 사람의 마음결이 느껴졌다.

이 멜로디를 더 돋보이게 만든 박천휴 작사가의 가사와

아드리안 오스몬드의 감각적인 연출,

이 삼인방의 하모니는 작품의 장면 하나 하나를 수채화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스위니토드>를 보면서 내가 아드리안 오스몬드에게 얼마나 경이로움을 느꼈던지...)

 

  윌 애런슨, 아드리안 오스몬드, 박천휴

강필석 서인후.

미안한 발언이지만 참 심심하고 기승전결없이 생긴 배우다.

외형때문에 캐릭터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 배우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강필석을 앞자리에 세우겠다.

그런데 이 배우의 가장 큰 강점은 성실함과 그리고 집요함에 있다.

그래서 배우 강필석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배우다.

연극 <레드>에서 내공깊은 강신일과의 불꽃튀는 혈전(?)은 그야말로 그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사람 언젠가 배우로서 큰 사고를 칠 게 분명히다.)

현장에서 이 뮤지컬을 보면서 서인후라는 배역을 강필석만큼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이병헌이 표현한 서인후보다

뮤지컬에서 강필석이 표현한 서인후가 더 안타깝고 절절하다.

아, 이 사람은 정말 한 사람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충분히 이해가 됐고 납득이 됐다.

인후의 노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힘겨워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감정이나 가사의 느낌은 충분히 전달됐다.

특히나 표정과 감정표현은 참 아름다웠다.

노래에서도, 대사에서도 인후 그 자체였다.

서인후의 모델이 강필석이라고 해도 믿겠다. 나는.

 

아마도 이은주의 태희가 내겐 너무 진하게 각인된 모양이다.

최유하 태희는 너무 크고 강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김우형과는 발란스가 어느 정도 맞을 것 같은데

강필석과는 외형에서부터 살짝 발란스가 삐꺽인다.

여관방 장면에서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최유라의 두상이 강필석보다 훨씬 커서 살짝 모자지간 느낌도 든다.

<풍월주>와 병행하는 강행군이라서 그런지 노래가 불안했다.

임현빈 역의 이재균.

아직 무대를 책임지기에는 경험이 부족해보였다.

2막에서 교실에 혼자 남아 혼란과 분노를 표출하는,

현빈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극적인 장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무대에서 너무 조심하고 모습이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정말 좋았다.

현빈이 아니라 태희의 모습을 잘 보여줬던 것 같다.

보면서 눈에 많이 띄었던 배우는 재일 역의 김성일.

목소리, 눈빛, 연기, 노래가 다 좋았다.

김성일이 현빈 역을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나중에 이 녀석이 다시 <쓰릴미>를 하게 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목소리 참 매력적이다.

 

무대가 빈약하다는 평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무대가 단정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웠다.

(우리는 너무 화려하고 거대한 것에 길들여져 버렸다)

장면 전환하는 방식도 좋았고 특히 조명은 압권이었다.

극의 분위기마다 변하던 그 오묘한 색감들.

어떻게 저런 색을 쏙쏙 뽑아서 무대위에 썼을까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인후와 태희가 왈츠를 추는 장면에서의 그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푸른 분위기라니...

확실히 무대를 표현하는 방식이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들과는 많이 달랐다.

좀 이해가 안 되는 무대 셋팅도 있긴 했지만

(무대 뒤에 듬성듬성 있던 펼처진 우산과  벌떡 서있던 침대...)

전체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표현이었다.

무대, 연출, 조명이 마치 이야기를 전해주는 느낌이다.

참 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한번쯤 더 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데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전생을 기억하는 사랑.

그래, 있을 수 있겠다!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랑.

그래, 그것도 있을 수 있겠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내게 여러 의미의 가능성과 "만약..."을  여운으로 남겼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9. 05:51

주지훈의 하차로 위기에 빠진 <닥터 지바고>를 티켓 파워있는 소문난 잔치로 만든 건

누가 뭐래도 순전히 배우 조승우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지훈의 하차는 OD 신춘수의 입장에서는 악재가 호재로 변한 셈이다.

그리고 확실히 배우 조승우의 유리 지바고는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가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의 한계는 과연 있을까?

나는 지금 인물에 대한 완벽 빙의에 감탄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조승우가 무대에 서면 작품 속 배역보다 그 배역을 연기하는 조승우가 훨씬 더 빛난다.

그렇다면 이 정체모를 괴물을 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은 도대체 뭘까?

조승우라는 배우는 기본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배역에 대한 애정을 점점 심화시키고 진보시키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키워낼 줄 아는 배우란 의미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도 <닥터 지바고>란 작품은 절대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다.

눈에 띄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샤롯데라는 대극장 대관이 민망할 만큼 무대는 황량하고 조악하다.

뭐 시대상황이 격변하는 세계대전이고보면 무대가 화려해도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무대 제작비는 저렴쪽에 가까우리라 짐작된다.

(좀 큰 레고블록 기차와 뜬금없는 스크린 영상은 역시나 다시 봐도 재앙이다) 

솔직히 배우 조승우의 연기와 집중도는

이 모든 재앙을 재앙보다 무시무시한 감각으로 가차없이 날려버린다.

아마도 OD 신춘수 대표는 침몰해서 유령선이 될 뻔한 이 작품을 기사회생시킨 조승우에게

고액의 개런티외에 감사의 보상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난번 관람한 홍광호, 전미도 페어의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이 있다.

특히 노래와 연기가 불안했던 전미도조차도 훨씬 깊어지고 편안해졌다.

조승우의 서포트였을까?

조승우는 예전만큼 노래에 임펙트가 살아있는 건 아니지만 역시 명불허전의 명성은 여전하다.

그래도 가끔은 추억처럼 떠오른다.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때 조승우의 그 당당하고 패기넘치던 노래를...

이제 그때같은 노래실력을 듣기는 좀처럼 어렵지만 그래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의 연기는 극도의 세심함과 섬세함으로 숨이 막힌다.

여전히 순간순간 그는 보는 사람을 미칠듯이 숨죽이게 했다.

괴물같은 그가 데뷔13년만에 드디어 드라마 진출은 한단다.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의 신작인 <마의(馬醫)>로.

(개인적으로 이병훈 PD의 사극을 무지 좋아한다)

꽤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만 조승우가 한 인터뷰에서 그랬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은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구조인 것 같다고...

그런 그가 드라마를 한단다.

그만큼 작품과 연출가에 대한 믿음이 컸겠지만 우려와 걱정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조승우와 드라마라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얼마전 <러브어페어>로 드라마에 입성(?)한 배우 류정한이 떠오른다.

미안한 말이지만 류정한은 드라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류정한이 내가 제일 좋아하고 믿는 뮤지컬 배우라고 하더라도 아닌 건 역시 아니다.

애써 찾아보지는 않았지만우연히  케이블 재방송을 봤는데 그의 연기는 너무 심하게 어색했고 단조로웠다.

(잠깐동안, 그것도 혼자 보면서도 손발 제대로 오그라졌다)

차라리 그가 시트콤 연기를 통해 과감하게 망가지기라도 했다면 기꺼이 박수을 보냈으리라.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다.

누가 뭐래도 그의 첫 데뷔작은 초보연기자의 어설픈 불륜연기일 뿐이다.

그는 20여년간의 뮤지컬을 했다는 자존감과 고집을 품위있게 계속 유지했어야 했다.

한동안 이걸 만회하려면 20년 들인 공보다 더 노력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이 드라마가 공영방송에서 방영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라고 자위하기엔 참 막막한 드라마고 어이없는 캐릭터고 답이 없는 연기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조승우에게도 드라마 출연 결정은 신중하고 위험한 도전이다.

그러나 배우 조승우는 드라마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테고

세간의 이목을 단 한 번만에 집중시킬게 분명하다.

역시 현명하고 영리하다.

배우 조승우의 작품 선택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 이야기하다 삼천포로 제대로 빠졌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몰입되어있다.

특히 강필석, 서영주, 최현주는 역시나 깊고 확실하다.

예전에는 지루하고 겉도는 느낌도 받았는데 이번 관람은 재관람을 생각케할만큼 좋았다.

그래도 불필요한 스크린 영상 남발과

멀티맨 수준에 가깝게  한 배우를 1인 다역으로 겸치게 출연시킨 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출현하는 배우가 적은 것도 아닌데

(일부러 세봤다. 25명이 넘더라)

배우 한 명에게 너무 많은 배역이 맡겨져 실제보다 출연배우가 훨씬 더 적게 느껴지는 기현상을 경험케하니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그래서 전체 스케일도 초라하게 느껴진다.

가득이나 무대로 빈약한데...

홍광호 지바고를 보고 난 후에

조승우라는 배우 하나로 작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배우 한 명이 작품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이건 결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참 비참한 발언이긴 하지만 오직 조승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승우가 괴물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4주 연습 뒤 바로 투입!

어거 정말 극도의 공포와 맞먹는 무시무시한 이력이아닐 수 없다.

 

문득 궁금해졌다.

조승우!

도대체 정체가 뭐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27. 06:27
군을 제대한 주지훈의 복귀작으로 한때 화제가 됐던 뮤지컬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주지훈은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본인의 강한 의지와 남다른 각오와는 다르게 갑작스런 성대 결절로 결국 하차하는 비운(?)을 겪었다.
덕분에 오디컴퍼니는 초비상사태에 직면했다.
공연 개막일은 점점 다가오고
홍광호 원톱으로 작품을 끌고 가기엔 티켓파워도 불안하고 공연기간도 너무 길다.
일단 몇몇 공연을 취소하면서 홍광호 단독으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로지 신춘수이기에 가능한 일어었겠지만
주지훈의 하차를 조승우라는 핵폭탄으로 땜방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신춘수가 새 작품을 올리면서 조승우에게 프로포즈를 안 했을리 없었겠지만 조승우는 첫 프로포즈에서 <닥터 지바고> 대본을 읽고 전혀 끌리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했다.
주지훈 하차가 결정되고 다시 프로포즈가 왔을 때는 심지어 기분이 상했노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결국 출연을 결정했다.
홍광호가 핸드폰 문자로 보낸 성경 구절 하나 때문에...
나도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종교의 힘은, 아니 기독교의 힘은!
너무 무섭다.
(오디는 당분간 고마운 홍광호에게 잘해야 겠다!)
 




나의 첫 <닥터 지바고> 캐스팅은 홍광호, 전미도였다.
"미친 가창력"이란 찬사를 듣는 홍광호가 표현하는 유리 안드레비치 지바고!
홍광호가 노래를 잘 하는 건 나 역시도 인정한다.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쩐지 그가 부르는 노래는 전부 CCM 같다.
그래서 오히려 다양성과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솔로곡은 그나마 괜찮은데
라라와 토냐와 함께 듀엣을 부를 때는 홍광호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고 세다.
상대편의 목소리를 악착같이 묻어버리겠다 작정한 듯한 강한 소리.
다른 목소리를 포용해서 조화롭게 아우르는 걸 안타깝게도 그의 노래에서 느껴본 적이 없다.
더불어 연기적인 부분도 많이 아쉽다.
호흡과 대사의 완급 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하려면 조금 더 연륜이 쌓여야 할까?
그래도 꽤 많은 작품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했었는데 아직 감정 전달이 미숙하다는 건 좀 생각할 부분인 것 같다.
이 작품은 엄청안 크라이막스가 있거나 눈을 확 잡아끄는 충격적인 장면이 있는 게 아니라서
오로지 출연배우들의 연기력과 집중력에 의해 공연의 질이 결정된다.
그러기엔 아직 홍광호는 확실히 미숙하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틈을 이용하는 영리함도,
톤의 변화로 심경을 담아내는 깊이도 아직은 서툴다.
라라 역의 전미도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기대치에 못 미친다.
때때로 대사 톤이 아무 감정 없이 책을 읽는 것 같았고
노래 역시 불안했다.
너무나 비극적이게도 홍광호의 목소리에 절대적으로 뭍혀 맥을 못춘다.
이상하다.
홍광호, 전미도의 조합은 마치 완성되지 않은 워크샾 공연같다.
이게 단지 연륜과 경험 부족 때문일까?
불안한 두 주인공에 비해
토냐 최현주, 파샤 강필석, 코마로브스키 서영주는 확실히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나는 꽤나 무료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오디의 캐스팅이 늘 <지킬 앤 하이드>의 복기같아 불안하다.
마치 이들이 전속 계약 배우들처럼 느껴진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새로운 작품이 올라와도 어쩐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 결정적은 약점을 오디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뮤지컬을 보기 전에 일부러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원작을 찾아 읽었다.
어쩌다보니 그닥 성실하지 못한 번역본을 읽고 말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장중하고 그리고 조금은 귀족적이었다.
이 엄청난 세계대전의 혼란스런 시대를 어떻게 무대에서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황량했다.
전장씬의 군인들은 숫자가 너무 적어 빈약했고
(세계대전이 아니라 동네 싸움 같았다)
대형 레고 블록을 연상시키는 기차가 나올 때면 번번히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제일 당혹스러웠던 스크린에 비친 영상들.
(뭘 말하고 싶었을까???)
필름을 빠르게 감듯 전개되는 몇몇 장면들은 단지 스쳐 지나가기만 해서 허무했고
파샤와 라라의 결혼장면은 너무 길어 지루했다.
전장에서 느닷없이 욕망 운운하며 라라에게 사랑고백하는 지바고의 모습은
뜬금없어 안스러웠다.
그래도 얀코의 주머니에서 나온 편지를 읽으며 지바고와 라라가 부르는 "Now"는 애틋했다.

오디의 신춘수 대표가 여기저기서 욕을 먹으면서 굳이 조승우에게 프로포즈를 한 이유를
미안하지만 홍광호의 지바고를 보면서 알게 됐다.
이 작품은 노래나 무대, 다른 어떤 것보다 
주인공 지바고가  좁은 스펙트럼 안에서 어떻게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표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그걸 짧은 기간 안에 최대로 이끌어내 표현할 배우는 확실히 "조승우"가 거의 유일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를 그는 먹을 것 없던 소문난 잔칫상을 열심히 진수성찬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4주라는 짧은 연습기간을 마치고 무대에 선 조승우.
그는 괴물일까?
문득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떠오른다.
(이 말을 이해할 사람 아마 많을거다)

궁금하다.
조승우가 표현할 유리 지바고의 모습이.
그래서 나는 다시 샤롯데를 찾게 될 것 같다.
한 번은 내 눈으로 꼭 봐야겠기에...


                                   Love Finds You


                               It Comes as no Surpris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0. 28. 07:52

<레드>

기간: 2011년 10월 14일~11월 6일
장소: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출연: 강신일, 강필석.
연출: 오경택
극본: 존 로건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감히...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100번을 보라고 해도 능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또 다시 보고 싶다며 시위하듯 계속 앉아있을 것 같다.
나를 무기력한 좀비로 만들어버린 작품 <레드>
이 날이 고작 세 번째 공연되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공연된 것처럼 두 배우의 호흡이 완벽하게 일치되고 완숙미까지 느껴진다.
심지어 나는 두 배우의 모습에서 질투에 가까운 지독한 관능미까지 느꼈다.

오경택 연출은 처음부터 로스코 역에는 깅신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단다.
작품을 보고 나면 연출가의 무한한 신뢰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내가 본 건 배우 강신일이 아니라
미술사에서 인상파를 끝장낸 실제의 마크 로스코(Mark Rothko,1903~1970)), 그가 분명하다.
오경택 연출의 선택과 믿음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질 뿐이다.
연극 <레드>는 고작 3년 밖에 안 된 작품이다.
극본을 쓴 "존 로건"은 미국 최고의 극작가라는 평을 받고 잇는 사람이다.
<글래디에이터>, <스타트랙>, <스위니토드> 같은 굵직한 작품들이 만든 사람이 바로 존 로건이다.
<레드>는 2009년 12월 런던 돈마 웨어하우스 극장에서 초연됐다.
2010년에 브로드웨이 골든 씨어터에서 공연되면서 그해 토니어워즈 연극부분 6개 부분을 석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조명상, 음향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조연상.
실제로 작품은 정말 어느 한부분 소홀한 곳이 없다.
섬세하고 아름답다못해 극단적으로 탐미적이다.
배우의 연기와 줄거리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이 송두리째.
그곳도 피도 눈물도 없이 완벽하게...



할 수만 있다면 작품의 대사 하나하나를
오도독오도독 씹어 삼켜 내 몸 속에 채워두고 싶다.
두 배우는 어떻게 이 대사들을 자기 자신에게 완벽하게 체화(體化)시킬 수 있었을까?
강신일, 강필석 두 배우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미안할만큼 황홀한 충격이었다.
특히나 두 사람이 커다란 캔버스에 붉은 물감으로 밑칠을 하는 장면에선
점점 가빠지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지독한 관능미에 빠져버렸다.
문득 이런 생각도 했다.
매번 이 역을 어떻게 감당할까?
너무나 완벽하게 연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덜컥 겁이 났던거다.
이 작품이 끝나면 두 사람...
어떻게 될까???



<레드>는 화가와 조수의 이야기이라지만
구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충돌과 대립, 완강함과 유함이기도 하다.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돼,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돼"
극중에서 로스코는 조수 캔에게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인상파를 몰아냈듯이 누군가 자신을 몰아내고 있을때는 절대적 진실에 도전을 받는양 
거침없이 야만에 가깝게 분노한다.
이기적이지만 예술에 대한 자신만만한 당당함.
그래, 그건 꼭 레드가 갖는 속성과 똑같다.
강렬하고 고집스럽고 고통스럽고 비밀스러운...
레드의 어쩔수 없이 그 안에 끈적거리는 피의 농도가 숨어있다.
그래서 레드는 위험하고 거침없고 그리고 파괴적이다.
"삶에서 내가 딱 두려운 게 하나 있거든. 그건 언젠가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 거라는 거야"
레드의 종말은 모든 것의 종말이다.
비.극.적.으.로.



모든 장면이 다 기억에 남아있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캔을 떠나보낸 로스코가 자신의 그림을 대면하고 있는 그 모습.
캔버스의 붉은 빛은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점점 블랙으로 변한다.
로스코는 그 블랙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블랙이 두렵지 않은 건까?

그림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유(思有)라고 로스코가 말했다.

장소를 만들어내는 그림. 교감의 장소가 되는 그림.
그는 보는 사람의
 심장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생각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린다고.
연극을 보고 집요한 담론과 논쟁이 계속해서 나늘 따라다닌다.
로스코는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까봐 두려웠다지만
나는 레드가 나를 삼켜버릴까봐 두렵다.
"널 저울에 달아봤더니 부족하더리."

실제로 로스코는 1970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색 레드는 아직 살아있다.
따라서 로스코는 영원히 불멸(不滅)의 존재가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10. 05:50

<뮤지컬 엣지스>

원작: 벤제이 파섹, 저스틴 폴
연출: 변정주
극작: 류용재, 윤혜선
기간: 2010.11.23 ~ 2011.1.16
장소: 대학로 더굿씨어터
출연: 강필석, 최재웅, 최유하, 오소연


오랫만에 강필석의 무대를 봤다.
<틱틱붐>을 보려고 했는데 놓쳐버리고...
솔직히 제목만으로는 그리 끌리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런데 강필석, 최재웅 두 배우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게 선택의 가장 큰 부분으로 작용했다.
모자이크 형식의 이야기.
스터디셀러 <아이 러브 유>를 떠올리게 한다.
평범한 젊은이들의 고민과 고백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낯설고 어색하지?
원래는 송쓰루 뮤지컬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냥 원작처럼 송쓰루로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등장인물조차도 배우들의 실명 그대로 사용해서 나름데로 친밀하게 다가가게 한 것 같은데
그게 이상하게 솔직하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중간중간 인터넷이나 현장에서 쓴 고민을 소개하는데
그게 또 물위에 기름이 뜨듯 이질적이다.
단지 소개한다는 의미 밖에는...
그걸 관객의 참여라고 과연 할 수 있을까????
관객들의 호응도 생각만큼 즉각적이고 원활하지 않아 배우들도 참 힘들겠다 싶다.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 질린 남자,
여기저기 면접을 찾아다니는 취업 장수생인 여자,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자 하는 맞선녀,
인터넷에 빠져 가상의 모습과 헷갈리는 컴퓨터 중독남,
이렇게 네 사람으로 시작되고 끝나지만
그 중간중간은 실제와 배역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좀 산만하게 진행된다.
88만원 세대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데
꿈, 사랑, 실수... 등 그냥 평범한 이야기들 뿐이다.
뭐랄까? 포인트가 될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게 흠이라고나 할까?
원케스팅으로 작품의 집중력을 높인건 정말 좋았는데...
(좀 걱정은 된다. <건메탈 블루스>, <더 씽 어바웃 맨>처럼 비운의 운명이 될까봐...)  
변정주 연출이 말했다.
“만약 캐스트가 많았다면 작품이 이렇게 나오긴 힘들었을 거다.
작품에 나오는 내용들이 본인들의 입에서 직접 나온 것이 많았다.
원캐스트여서 배우들도 자신을 벗고 보여줬기에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독특한 컨셉이 장점이 될수도 있겠지만 그게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여정이 되겠지만 부디 진화를 잘 시키기를...



기억에 남는 뮤지컬 넘버들이 꽤 있다.
가령, 네 배우가 함께 부른 "가면을 벗어"라는가
최재웅이 부른 "어머니"
(이 노래 가사가 참 좋다. 그리고 최재웅의 음색이랑 잘 어울린다)
강필석이 조그만 인형 두 개를 가지고 부르던 동화같은 노래,
(이 노래를 부를 때 강필석의 표정과 목소리 참 좋다)
그리고 최유하가 캣우먼스러운 복장으로 지나간 연예 편력(?) 노래 "이젠 안녕" 도 괜찮았다.
최유하, 오소연 두 사람이 연인으로 나와서 부른 "너는 나를 믿어야해"도
여자 두 사람의 하모니가 안정적이고 특별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난 무엇이 될까?(become)"는 시작과 마지막 부분이 대비되는 느낌이 들면서
묘한 분위기는 남기더라.
그리고 무대 창문과 벽면에 보여지던 영상도 분위기와 아주 적절하게 어울렸다.
소극장 공연인데 에피소드에 따라 배우들의 의상도 자주 바뀌었고
4명으로 구성된 밴드의 라이브 연주도 장점이라 하겠다.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면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전체적으로는 조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게
좀 아이러니다. 



꿈, 사랑, 실수, 어머니. 다시 사랑...
아마도 너무 많은 흔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산만하다고 느껴진 건.
아니면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기엔 내가 너무 무덤해진 건지도 모르고...
가끔은 그럴 땐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
그래, 그냥 독특했다라고 기억하자.
엣지있게 ^^
확실히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강필석의 목소리는 반가웠다.


                                           <Become> - 강필석, 최재웅, 최유하, 오소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