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 끄적...'에 해당되는 글 89건

  1. 2010.01.19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2. 2010.01.05 41년 만의 대설
  3. 2009.12.28 White Christmas in 광화문
  4. 2009.12.24 메리 크리스마스~~~
  5. 2009.12.09 Lovely Niece
  6. 2009.11.20 봄날의 기억
  7. 2009.08.21 하늘...
  8. 2009.08.12 달무리
  9. 2009.08.08 광화문 역사 박물관 그리고 성곡 미술관
  10. 2009.07.26 하늘...
찍고 끄적 끄적...2010. 1. 19. 05:54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에게도 젊음이 있었다는 걸 쉽게 잊습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단 한 번이라도...
여자였던 적도, 청춘이었던 적도,
친구와 함께 깔깔 웃는 꿈 많은 소녀였던 적도
결코 없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엄마는
 그저 엄마였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외할머니의 영면 소식을 들으며
엄마... 엄마... 를
낮게 부르며 우는 내 엄마를 보며
나는 어이없게도 생경한 그 모습이 낮설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엄마가 엄마를 부를 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서는
문득 두렵고 서러웠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엄마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고
맘 속에 정의를 내리고 있었던걸까요?
사실은... 사실은...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엄마의 오래된 청춘을 들여다보며
나는 감히 목조차 매이지 못합니다.
엄마...
고운 소녀였던 엄마는
하필이면 이 모진 딸의 엄마가 되어
아픈 시간들 내내 가슴 치며 감내하고 있을까요?
엄마라는 존재 앞에
나는 고개조차 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당신 때문에...
못난 내가 아직 딸일 수 있음이
한없이 죄스러워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엄마...
다음 생을 기약할 수만 있다면
나는 꼭 당신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1. 5. 06:21
거짓이라고 말해도 믿을 것 같았다.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소르라치게 쏟아지고 쏟어지던 하얀  눈.
서울에 내린 눈 25.8cm
1969년 1월 28일 25.6 cm 이후 41년 만의 대설이란다.
적설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했다.
재설 작업을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든 눈 
눈이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때론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이상하지?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가 생각났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백색 공포에 온 도시가 휩쓸리는 이야기.
그 백색의 암흑에서 유일한 눈이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
어쩐지 내가 그 여자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장의 유리를 통해 보는 세상은
그러나 너무나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저 햐얀 눈 속에 오롯이 들어가 안기면
그대로 햐얀 온기가 스며들 것 같은 편안함과 그리고 따뜻함.
그건 단지 시선의 왜곡일 뿐인데,
한 장의 유리를 두고
나는 그 곳을 향해 끝없는 그리움을 보냈다.
오.도.카.니...
나 역시 장독대처럼 그대로 눈을 쌓고 싶다는 간절함.
조금 있으면 저것들도 흔적을 잃겠구나 하는 생각에
자꾸만 맘이 조급해졌다.
털어내야 하는데... 털어내야 하는데...
누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나란히 빛과 함께 있는 눈은
그리고 또 한 세상이었다.
그 찬란함이 가늘게 몸을 떨게 한다.
단지 눈일뿐이라고, 풍경일뿐이라고
꾹꾹 다져진 위로를 건넨다.
이 눈발 속을 버텨내고 싶다면
단지 두 발의 단단함만 있으면 된다고...
그래서 그 단단함만
차곡차곡 눈처럼 쌓고 있던 시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12. 28. 13:28
오랫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됐다.
몇 년만이라고 방송에서 말했는데 정확히는 잘 기억이...
하긴 내 기억 속에도 참 오랫만인 것 같다.
조카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청계천까지 걸아다녔다.
신기한 것은,
이모는 손발이 시려워 눈물까지 나는데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조카들은 전혀 춥지 않다고 한다.
어찌나 이러저리 뛰어다니면서 좋아하던지
많은 인파 속에서 행여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눈에 불을 껴고 쫓아다녔다.
조카들이 아니라면,
절대로 크리스마스에 밖에 나오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게 분명한데...
조카라는 위력은 내겐 어마무지하고 강력하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한 점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 크기가 일단 엄청나다.)
의외의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작품명도 <거북선>
줄을 서서 일정 인원씩만 들어가 해설을 들으면서 감상하는 재미도 특별하다.
1920년대 TV 모니터와 전화 등으로 만든 작품은
신비함보다는 모호함을 준다.
(어디까지나 비디오 아트에 문외한인 내 탓이겠지만...)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 20년대의 느림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조금 더 여유있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해설자는 말한다.



DSLR 왕초보의 첫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카메라 작동법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 ^^
왕초보의 카메라 앞에 기꺼이 서 준 이쁜 조카들이 고마울 따름.
이 녀석들 카메라만 보고
이모가 엄청 사진 잘 찍는 줄 안다.
얘들아~~~ 미안!
곧 그렇게 될 날이 오긴 할거야...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12. 24. 06:12
조카가 가족들에게 이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다.
가끔 생각한다.
이 녀석들이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까?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미소와 행복을 주는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런 조카들.



조카들이 카드나 편지를 쓸 때 재미있는 사실 하나!
너무 이쁘게 존댓말을 또박또박 쓴다는 거.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이렇게까지 쓰지 않는데...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런가????



할머니랑 엄마한테 쓴 카드를 보고 삐진 척 했더니
(사실 이제부터 이모 안 한다고 협박을 좀 하긴 했다... ^^)
다음날 급조한 크리스카스 카드를 내 방에서 발견했다.
아직도 이모의 협박이 먹힌다는 건...
음... (조카들이 이모를 봐주는 건가?)
카드에 적힌 내용들을 보면
어느새 이 녀석들이 이렇게 훌쩍 커버렸나 싶어 뭉클하다.
초등학교 2학년 녀석이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저에겐 잊을 수 없는 인물 중에 한 명이요..."
라고 말한다면,
"언제나 전 할머니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초등학교 1학년을 본다면.
어찌 아니 사랑스럽고 이쁘지 않을까?
조카들이 철이 다 든 것 같아 기특하기도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위의 두 카드들과는 다르게 많이 소박(?)하고 겸손(?)한 이모에게 보내는 카드.
그림을 잘 못 그려서 미안하다고 조카가 말했다.
그럼 뭐 어떤가!
색동 목도리를 한 멋진 눈사람이면 충분한데...
것도 무려 셋이나 있다. (좀 춥긴 하다... ^^)
매일 이모에게 투정만 부리고 소원만 말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쁜 마음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쁘고 사랑스러운 조카의 이모, 고모인 게
다행이고 행복하고 즐겁고 기쁘고... 참 좋다... 아이처럼...

모두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하고 따뜻한 성탄 되시길...
그리고 이쁜 조카들의
다정한 이모, 고모, 삼촌들 되시길...
^^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12. 9. 06:22
조카가 상을 받았다고 와서 자랑을 한다.
한 녀석은 스케이트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고
한 녀석은 독서기록장으로 표창장을 받았다.



약간 통통한 이 조카 녀석은
지금 스케이트에 열공중이시다.
그 덕분에 살도 빠지고 있는 중이란다.
출발해서 얼마 안 가 넘어졌다는데
벌떡 일어나서 계속 스케이트를 타서 2등으로 들어왔단다.
승부욕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조카다.
본인 스스로도 대견스러워 하는 얼굴로
매달과 트로피를 보여 준다.
스케이트장에서 1시간 동안 스케이트를 신은 체로
일어서보지도 못한 잼뱅이 고모로써는
마냥 신기할 뿐 ^^



무지 똘망똘망한 한 조카 녀석은 전화로 이모에게 말했다.
"이모! 나 표창장 받았거든! 이모 컴퓨터에 꼭 올려줘~~"
전화로 표창장 내용을 꼼꼼히 읽어준 조카.
우리 조카들은 어느 정도 예술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쓰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을 상당히 잘 그리는 조카도 있다.
집안 내림이라고 우기고 싶다. ^^
녀석들은 내게 말한다.
"왜 맨날 책 읽어?" 라고...
그래선가?
내 방에 들어오는 조카는 의례 책을 한 권씩 들고 들어온다.
"나 여기서 책 봐도 돼요?"
이런 이쁜 소리를 하면서....
조카들에게 책 읽는 이모, 고모로 기억된다는 거...
참 괜찮은 즐거움이다.
지금처럼 조카들이 자라서도 늘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했으면 하는 바람.
그러려면 나도 열심히 좋은 책들을 읽어야겠지!
아자, 아자! 파이팅!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11. 20. 06:34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도 않던 봄날 어느날
쨍한 바람 끝을 따라 경복궁을 찾았었지.
조선의 왕이 집무를 보고 살았던 곳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곳 역시 사람이 살던 곳.
살뜰한 숨결들이 느껴져 오소소 몸이 떨렸었지.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다
"다 내게로 와 있지!"
 대답하며 혼자 몰래 웃었던 기억!



재연되고 있던 수문장 교대식
선명하게 붉던 도포 자락,
바람 끝에 날리던 옷 끝에도
품계석을 하나씩 쓸던 내 손 끝에도
그대로 느껴지던 시간의 흔적들...
옛 사람들이 서 있었던 곳.
그들은 오늘 이쯤에 있는 이 나라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켜켜이 앉은 시간의 더개 속에서
근정전 왕의 어좌 위엔
지나온 시간만큼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져 있었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조선의 왕은 고민하고 또 노력했을까?
나라를 위해, 종사을 위해, 백성을 위해...
혹은
잔인한 당파를 위해...



엤 사찰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옛 왕궁의 위엄.
그 자리에서 깊은 책임감과 뜻을 품었던 사람들.
그 마음은 또 어디로 갔을까?
때로는 물이 되고,
때로는 구름이 되고,
때로는 천년 나무 그 뿌리가 되어
내내 어딘가에 새겨져 깊은 나이테 되지 않았을까? 
혹은 꼭꼭 채워진
금서의 공간으로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그래도 모든 시간은 흔적을 남긴다는 걸
빈 해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다시 이해한다.



긴 처마 끝과 긴 담장의 끝
가만가만 들어보면
각인된 흔적의 시간들이 조용조용 내게 말을 건넨다.
너는 무엇을 남길 수 있겠느냐고...

옛 궁궐.
그 헛헛한 공간 속에 칼 끝처럼 매섭고 예리하던 바람 끝
뭉턱뭉턱,
그 끝이 도려내는던 시간의 흔적들.
남겨지지 못하는 역사는
결국 누구도 찾을 수 없게 된다고...
그러니 더 이상 아무것도 잃지 말라며
그 칼 끝이
나를 향해 말을 한다.

날선 칼 끝이 선명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8. 21. 06:06
오랜 비가 지나간 하늘.
눈부시게 투명해 처연한 모습
그대로 울컥
눈 속으로 담길 것 같은
맑은 서러움



짧은 시간의 틈 속으로
한 세계가 닫히고
다른 한 세계가 열리는 순간,
그 틈 속에 살짝
기억 하나 몰래 묻어두면,



후...두...둑
비 떨어지는 어느날
그 기억
나를 찾아 땅으로 내려올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8. 12. 13:17
가려진 것들.
흐려진 것들,
그러나 그 뒤에 결코 없어지지 않는
분명하고 확실한 것들.



구름이 품은 달.
비를 끄는 달무리.
귀 기울이는 자만이
그 이야기를 듣을 수 있으리...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8. 8. 13:47
햇살 좋은 날,
성곡  미술관을 가다 잠시 들렀던
광화문 역사 박물관 앞.



이런 모습이었구나...
마냥 신기하게 바라봤던 전차.



한 낮의 더위 속에
천진하게 물 속을 뛰어 노는 아이들.
햇살보다 더 밝게 부서지며 재재거리던 웃음들,



곳곳에 놓여있는 운현궁 일가 묘소에 있던 석물들
(원래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던 걸 이곳에 옮겨다고 한다)
그리고 눈 부시게 파란 하늘과
송송송 구멍 뚫린 솜사탕 같은 구름들.



이는 망치를 손에 쥔 사람
때론 섬뜩하기도
때론 장해보이기도 하고...



성곡 미술관
이미 고인이 된 쌍용그룹 창업자 성곡 김성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위해 자신의 옛자택에 미술관을 만든 게 바로 성곡 미술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
그곳에서 8월 30일까지 장 미요트 전이 전시중이다.
프랑스 추상의 거장 장 미요트,
그는 말했다.
"그림은 자기 내면에 지닌 몸짓"이라고...
83세인 그는 생애 ‘마지막’ 개인전이 될 지도 모를 서울전을 위해
휠체어에 타고 아내 도로시와 함께 최근 내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춤추는 그림" "몸짓의 회화"로 불린단다.
1980년 마오쩌둥 집권 당시
서양화가로는 처음으로 베이징에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사람.
문득,
거장의 품었을 그 세계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7. 26. 18:54
할 수만 있다면
지상에서 땅 한 뙈기 차지하기 위해
살벌한 싸움 하기 보다
저 하늘 위에 
한뼘 자리 차지하고 앉아
마냥 내려다 보고 싶다.



비 온 뒤, 하늘
구름이 품은 그 다음 세계를
훔쳐보다.



들을 수 있다면
그대로 주저 앉아 귀 기울이고 싶은 마음.
나는 오늘 하루도
하늘 사람 되고 싶었다고....



꾸역 꾸역
밀려오는 구름 담은 하늘에게
은밀한 비밀 담은 소망
나도 그만
꾸역 꾸역
폭로했던 긴 하루...
Posted by Book끄-Book끄